2008년 거대한 화염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인 숭례문을 집어 삼켰다. 봄 끝 무렵의 벚꽃처럼 한순간에 소실된 숭례문은 길고도 긴 복원과정을 밟고 5년 3개월 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숭례문은 더 이상 우리가 기억했던 숭례문이 아니다. 비리와 횡령으로 인해 제대로 된 공사가 이뤄지지 못해 숭례문 이곳저곳이 부실한 복원 상태를 보이고 있다.

   책임자인 신응수 대목장은 복원에 쓰라며 기증받은 국민기증목 154본과 금강송 4주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 또한 문화재청 공무원 6명이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으며, 일부 공사에선 수리 기술자 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한 것이 드러났다.

   긴 역사를 가진 한반도의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남긴 유물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남긴 하나의 메시지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비추어 볼 때 문화재는 우리가 과거와 소통하기 위한 소중한 장치이며, 이를 아끼고 보듬어 줘야 한다.

   문화재와 유물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소실되거나 훼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힘써야 하며 복원하는 과정에서 선조들의 생각을 읽고, 진심을 다해 복원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숭례문 부실 복원 사태는 문화재의 의미를 처참히 잃어버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문화재 보존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 무관심하다. 비리와 횡령으로 얼룩진 부실공사도 큰 문제이지만 소외되는 문화재에 무관심한 우리의 모습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기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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