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금) 한경직 기념관에서 ‘한반도의 미래 비전과 통일세대의 과제'를 주제로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특강이 열렸다. 이날 강연은 우리가 통일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와 통일을 대비해 국민
들이 갖춰야 할 소양을 주제로 이뤄졌다.

 

  “여러분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통일부의 조사 결과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대학생이 30%로 나타났으며, 제가 최근에 강연한 모 대학에서 60%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대학생 중에서는 통일이 내 일이 아니라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이며,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통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먼저 통일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그 질문에 첫째는 당위, 둘째로 기회, 마지막 셋째로는 희망이 어우러지는 것이 통일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당위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이 통일입니다. 지금 여러분들과 달리저희 세대는 무조건 통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익숙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6,70년대에는 분단이 고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통일은 당연했습니다.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 땅에 같이 살았고, 이 땅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북한에 있는 동포들과 ‘한민족’이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한반도 전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민족’이라는 말이 아닌 ‘겨레’라는 말로 더욱 잘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겨레’와 ‘민족’은 엄연히 다른 말이에요. 얼핏 듣기에는 서로 비슷하지만 민족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이익에 의해 뭉쳐지는 것이고, 겨레는 그 이상의 인류애적인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 70년 동안 분단 상황이 지속돼 왔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비정상적인 것입니다. 이것을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야하며, 그 유일한 방법은 오직 통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져보는 타산적인 생각은 통일에 대해 접근하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겨레로 다시 뭉쳐야 합니다.

  두 번째, 통일은 우리에게 기회가 됩니다. 기회는 우리에게는 물론이고 북한에 사는 우리 동포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라는 말은 물론 위기를 포함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통일이 굉장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낸다든지, 굉장한 경제적 이득을 만들어 낸다든지 말입니다.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한 외국인이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경제적인 차원에서 한 번 뭔가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를 갖고 있지 않느냐.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다. 더 이상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신문에 실린 한반도 야경을 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밤에 그렇게 어두컴컴한 북한을 보면서 ‘참 못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런데 우리 한반도와 대륙이 모두 연결이 돼서 북쪽 지역에도 밤 야경을 위성으로 촬영했을 때 많은 불빛이 촘촘히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분명히 그 곳에는 많은 자원과 자본과 사람이 다니고 있을 것이며,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통일은 여러분과 같은 청년들이 3, 40대가 되는 10년, 20년 후에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통일시대의 주역이 되는 겁니다. 여러분 세대에 엄청난 일이 이뤄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세번째로 통일은 희망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고 정하고 그 희망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희망으로 삼기에 충분한 것이 저는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많은 희망이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파급력과 힘을 제공할 수 있는 건 ‘통일’에 견줄 만한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사회가 통일에 앞서 갖춰야 할 이상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통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또 어떤 사회여야 하며, 어떤 나라여야 바람직할까요? 우리는 그것을 쉽게 예견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세 가지의 전제적 모습을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첫 번째로 활력 있는 사회입니다. 특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활력이 있어야 합니다.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들지라도 우리의 목표로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지금과 같이 서로 간에 대화와 타협이 되지 않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잘 타협이 될 수 있고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매력이 넘치고 발산할 수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한류’를 예로 들자면, ‘한류’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돼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한류 문화 컨텐츠 안에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인식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민족은 한의 민족이라고 불리죠. 그렇지만 한을 흥으로, 신명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민족입니다. 1998년에 IMF가 터졌을 때 우리 국민들이 금모으기를 했죠.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은 한다면 하는 민족이며 또 그것을 신나게 하는 민족입니다. 저는 그런 정서가 한류 문화 컨텐츠에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안보적으로 강력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북한과 안보적으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만을 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위에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는 없으며, 역사적으로 다른 국가와의 관계나 타 민족 사이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교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나라가 왜 주변국들에게 침략을 당해왔고 안보적으로 위험을 받은 것은 지정학(地政學)적인 조건 때문입니다. 이는 피할 수가 없는 일이며 숙명적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도 과거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이 반복해서 겪어왔던 일들을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 민족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는 왜 지금 분단 돼 있습니까? 바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습니까. 그건 힘이 약하기때문입니다. 임진왜란 이후에 나라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고 분단이된 겁니다.

  이런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더 많습니다. 우리가 나라를 제대로 된 튼튼한 나라를 만들었더라면 다른 나라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았을겁니다. 이 기본적인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할 과제는 통일 한반도 를 안보적으로 강력한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활력과 매력과 담력, 이 세 가지 요소가 통일 한반도에 구현이 되기를 바랍니다.

  통일에 도달하기까지의 우리가 갖춰야 할 모습

  그렇다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요? 제가 오랫동안 생각을 해온 결과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상상력입니다. 통일을 상상하자는 말입니다. 얼마 전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보면서 상상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상상을 하고 꿈을 꿔야 합니다. 상상도 하지 않으면서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통일이 쉬운 일은 아니고 언제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통일을 상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직무유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이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꿈도 꾸지 않으면서 우리가 어떤 것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상상력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 다음에는 합리성을 가져야 합니다.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많은계획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통일은 우리 사회에 어느 누가 나서서 하는 게 아닙니다. 되도록 국민들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합리적인 결과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통합성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역, 빈부, 다문화 등 여러 가지 갈등이 있습니다. 이 갈등을 통합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 내에 많은 갈등을 남겨 놓고 통일은 한다는것은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틀 안으로 북한을 끌어넣는다는 것이 통일이라는 사고는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상대와 더불어하는 것이 통일이지 일방적인 수용은 통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이처럼 열린 통일을 하려면 우리 사회가 먼저 열려야 합니다.

  1970년대의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못 살았지만 정이 있었고, 공동체 의식과 품격이 있었습니다. 반면 지금의 한국사회는 어쩜 이렇게 각박한지 때론 거북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우리 사회가 갖고 있던 여러 장점과 덕목들이 너무나 많이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사람들은 그들이 눈을 마주치면서 서로의이야기를 하는 것에 점점 어색해합니다. SNS를 통해서 소통을 해 나간다고 해도 상대방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죠.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같이 어우러지면서 이뤄져야 합니다. 통일도 물론이고요.

  감성적인 이야기지만 무언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머리는 그 다음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나 무엇을 할 때나 마음부터 움직여야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입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머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마음이죠. 마음이 있으면 관심이 생기게 되고, 관심이 생기면 그것을 머리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열정이 생기죠. 우리가 통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마음을 더 많이 갖는 거죠. 그리고 어쩌면 여기있는 모든 분들이 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함께 이야기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최우선의 통일 준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의 톱니바퀴

  통일은 세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합니다. 첫째 남북관계의 바퀴입니다. 하지만 남북관계만 잘 돌아간다고 해서 통일이 되는 게 아니죠. 둘째 주위 나라들과의 협력입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주변국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주위 나라들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일이 이뤄지기 쉽지 않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통일에 대해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통일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그 생각을 가지는 국민이 많아져야 합니다.

  국내, 국제 그리고 남북관계의 세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합니다. 어느 한 바퀴만 굴러가선 안 되죠.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에만 관심을 가져 왔어요. 이제부터는 우리의 관심의 축을 ‘국제’를 비롯해특히 우리 ‘국내’로 돌려야 합니다. 관심을 갖고 통일을 맞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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