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프라탓 도이 수텝 사원은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며 삶에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중심이 된다
  태국에서 방콕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크다는 이 도시. 크다는 의미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의 인구는 방콕의 그것에 비하면 사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방콕에서 중세여행을 떠난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두 번째로 크다지만 정작 나에게는 작디작은 도시 치앙마이. 두 번째로 크다는 관념적인 말이 이미 내 머릿속을 지배해서인지 더 작아 보이는 것 같았다. 낮에는 툭툭이라는 교통수단으로 불교 유적을 살펴보고, 밤에는 야시장을 보면 도시의 모든 것을 섭렵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이 수도(首都)에만 편중된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생각하는 나의 직업병. 치앙마이에 도착하여 인종적으로 확연히 달라 보이는 하얀 피부의 사람들을 만나고 고산지대만의 풍물을 충분히 즐기고도 경제적인 관점으로 도시를 평가하는 나 스스로에게 작은 질책을 가한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익숙해진 나에게 참으로 신선한 곳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낮은 언덕조차 없던 방콕과는 달리 이곳은 태국의 지붕에 와 있는 것처럼 높았다. 방콕에서는 마천루가 뿜어내는 도시의 열로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힘들었는데 치앙마이는 서늘함마저 느낄 수 있는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실제로 도시의 삶에 지쳐 육체적, 정신적으로 치유 받기를 원하는 방콕 사람들이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왓 프라탓 도이 수텝 사원 (Wat Phrathat Doi Suthep)은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중심이 된다. 태국어로 ‘Wat’ 은 불교 사원을 의미하고 ‘Doi’는 ‘산’을 뜻한다고 하니 수텝산 위에 세워진 프라탓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발 1677미터 높이의 산 위에 세워진 이 성스러운 사원은 행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불심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산 아래 저쪽에서 벌어지는 세속의 오염된 모습을 집어던지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행복을 추구하는 신도들의 탑돌이.

  치앙마이는 행복을 영어로 'Happiness’ 라고 단순히 번역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Happiness가 많고 적음으로 지수화(指數化)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곳 치앙마이에서 바라는 행복은 짧은 순간의 쾌락과 풍요의 수치로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표현되지 않고 감추어졌으나 모든 것이 평안한 상태였다. 순간 잘 알지도 못하는 불교 용어로 이 상태를 묘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만이라는 겸손한 느낌이 마음을 채운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좋다. 불교에 대해 잘 몰라도 좋다. 단지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단기간에 성취한 것을 남에게 보이며 자랑하는 것이 아닌, 남보다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찾길 원하는 사람에게 치앙마이 여행을 권한다. 산 위에 핀 불심의 작은 조각이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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