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방콕에 익숙해진 나에게 참으로 신선한 곳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낮은 언덕조차 없던 방콕과는 달리 이곳은 태국의 지붕에 와 있는 것처럼 높았다. 방콕에서는 마천루가 뿜어내는 도시의 열로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힘들었는데 치앙마이는 서늘함마저 느낄 수 있는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실제로 도시의 삶에 지쳐 육체적, 정신적으로 치유 받기를 원하는 방콕 사람들이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왓 프라탓 도이 수텝 사원 (Wat Phrathat Doi Suthep)은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중심이 된다. 태국어로 ‘Wat’ 은 불교 사원을 의미하고 ‘Doi’는 ‘산’을 뜻한다고 하니 수텝산 위에 세워진 프라탓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발 1677미터 높이의 산 위에 세워진 이 성스러운 사원은 행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불심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산 아래 저쪽에서 벌어지는 세속의 오염된 모습을 집어던지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행복을 추구하는 신도들의 탑돌이.
치앙마이는 행복을 영어로 'Happiness’ 라고 단순히 번역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Happiness가 많고 적음으로 지수화(指數化)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곳 치앙마이에서 바라는 행복은 짧은 순간의 쾌락과 풍요의 수치로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표현되지 않고 감추어졌으나 모든 것이 평안한 상태였다. 순간 잘 알지도 못하는 불교 용어로 이 상태를 묘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만이라는 겸손한 느낌이 마음을 채운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좋다. 불교에 대해 잘 몰라도 좋다. 단지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단기간에 성취한 것을 남에게 보이며 자랑하는 것이 아닌, 남보다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찾길 원하는 사람에게 치앙마이 여행을 권한다. 산 위에 핀 불심의 작은 조각이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