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산정 기준도 예산집행 과정도 설명 못해

  입학금은 학교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과정에 필요한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입학 시에 1회에 한해 걷는 금액을 말한다. 그러나 입학금 징수에 일정한 기준이 없고 거둬진 입학금이 등록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대학 입학금 최대 11.2배 차이

  서울소재 대학 입학금이 최대 11.2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 2013년 대학입학금 현황에 따르면 서울 주요 31개 대학 중 입학금이 약 103만 원으로 가장 높은 고려대가 약 9만 원으로 가장 낮은 서울시립대보다 약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87만 원으로 국·공립대의 평균 입학금인 14만 원의 6.21배로 나타나, 국·공립대학들과 사립대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기준 없이 매겨진 입학금

  등록금과 달리 입학금은 뚜렷한 기준 없이 징수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등록금의 경우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4조 1항에 대학이 공시해야 할 정보와 공시 횟수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중 등록금 산정근거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대학들은 연 1회, ‘대학알리미’ 등에 등록금의 산정 근거를 공시하고 있다.그러나 등록금과 별개로 걷는 입학금은 경우가 다르다. 입학금에 관련된 규정은 교육과학기술부령인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징수 시기 외에는 사실상 대학들의 자율로 입학금을 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학금이 약 103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고려대 역시 뚜렷한 기준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이었던 김형남(정치외교·4) 군은 지난해 6월, 학교 측에 입학금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고함 실천단’을 꾸려 입학금 산정기준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에게 되돌아온 학교의 답변은 “별다른 기준 없이 등록금에 비례해서 산정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며 “등록금과 합산시켜 예산 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입학금이 단독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또한 밝힐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학교 측은 입학금에 대한 뚜렷한 법규가 없으므로 산정 근거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입학금 폐지안 상정

  명분 없는 입학금 징수가 지속되자 지난 20일(목) 민주당 정책위원회 장병완 의장은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학 입학금 금지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입학금을 목적과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받아왔으며, 외국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서는 입학금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간 국·공립대학 입학금의 경우 수업료와 함께 국고로 귀속되어 왔고, 사립대의 입학금은 단순히 입학 경비뿐만 아니라 등록금에 편입되어 학교 예산으로 사용돼 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공립대학 입학금 폐지 △사립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 △국가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수준인 GDP 1.1% 까지 확대 등 대학입학금 폐지를 위한 민주당 3대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사립대에 대해 시행 초기에는 입학에 필요한 최소 비용만 입학금으로 징수하게 한 후, 3년간의 단계적인 계도 기간을 거쳐 입학금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공립대의 경우에는 국가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꾸준히 제기돼 온 입학금 폐지 주장

  하지만 입학금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2월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는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의 대학입학금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대학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렸다. 당시 대교연 관계자는 입학금의 이러한 차이가 “입학금 산정 기준이 없이 대학들이 마음대로 책정하기 때문”이라며 “교과부와 대학 당국은 논란이 큰 입학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충북교육발전소에서도 대학입학금은 “목적이나 산정 근거, 용도 등에 대한 아무런 명시규정 없이 단지 관행으로 이어져 온 납부금일 뿐”이라며, “대학들은 표적이 되기 쉬운 등록금대신 우회적으로 입학금을 인상해 결손을 메우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입학금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재작년 2월에는 ‘반값등록금국민본부’에서 “장학금 지원으로 메워지는 반값등록금이 아닌, 애초 고지서에 등록금이 반값으로 공지되는 ‘서울시립대형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라.”고 촉구함과 동시에, 그 일환으로 대학 입학금 폐지를 요구해 왔다. 이어 지난달 12일(수)과 19일(수)에는 광화문광장과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등록금 실현과 입학금 폐지를 주장했다.

 

  대학가, 입학금 폐지 반발

  대학들은 입학금의 폐지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입학금을 등록금과 같이 대학의 주요 수입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본교 관계자는 “입학금이 별도의 명확한 산정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쓰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의 입학이 이뤄지기 위한 담당 부서들의 인건비 및 활동비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들어올 돈과 쓸 돈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입학금을 폐지한다면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입학금이 폐지된다면 그 공백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삼육대 관계자 또한 “등록금도 계속 인하하는 추세인데, 입학금도 함께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입학금 폐지에 거부감을 표했다.

  이처럼 입학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되어, 학교에게는 예산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은 등록금 인상 등으로 다시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교육부 “입학금 높은 대학, 제재 가하겠다”

  입학금을 둘러싸고 대학과 여러 사회단체들이 대립하자, 교육부에서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0일(목) “입학금이 과도한 대학들이 많다”며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해, 입학금을 높게 책정한 대학은 불이익을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다시 말하면 대학특성화 사업 선정평가에서 대학별 입학금 액수를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의 사업인 만큼 각 대학들은 앞으로 입학금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의 대학특성화 사업에서 입학금은 장학금 지급률 계산에만 포함되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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