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대학 중 2곳만 예산안 교비회계 상세 공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사립대학들은 대학 재정상황의 투명성을 위해「사립학교법」과「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등에 기준해 예·결산을 공개해야 한다. 공지 기간은 적어도 1년이며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게 예·결산을 작성하는 규정을 두고, 예·결산 항목들과 산출근거 여부를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 중 학부 재학생 수가 1만 명 이상인 24개 대학에서 성신여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은 2014년 교비회계 예산을 공개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정한 산출 근거에 형식만 갖춘 학교가 많아


  하지만 몇몇 대학들은 교육부의 규정을 지키는 정도로만 예·결산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각 대학의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의 예산을 결정하는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경기대 △동국대 △상명대 △연세대 등이 예산안의 산출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총 금액만 공개하는 등 공시내용이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은 또 2014 회계연도 예산안에서도 산출근거를 부분적으로는 표시했지만 교직원의 임금이나 업무추진비, 각 학과 예산 배분에서 측정을 통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총 금액만 표시했다. 경희대는 예산안의 산출 근거를 기재하는 부분에 ‘서울’, ‘국제’라는 표기만 해놔 실효성이 없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예산안의 산출근거가 상세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서울권 한 대학의 예산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원의 임금이나 교수들의 급여는 개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상세히 공개할 경우 당사자가 반발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라며 “등록금 사용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등심위를 통해 검토받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국대 총학생회는 “예산안 자료가 상당히 부족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예산팀에 요구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대 총학생회 역시 “공시된 예산안은 다소 생략된 부분이 있다.”며 “정보 누락에 대해서는 등심위에서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예산안, 대학별로 제각각

  예산안 공개 정도도 대학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각 대학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4 회계연도 교비회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본교와 건국대가 각각 159페이지와 157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공개한 반면 동국대과 연세대는 각각 13페이지와 27페이지 정도의 자료만 공시하고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본교와 건국대가 △예산 산출근거 △예산 사용 부처 △예산 지출내용 △지출별 세부 금액 등을 모두 상세히 작성한 반면 서울권 22개 대학은 이 항목들을 공시에 포함하지 않거나 요약해 표기하는 등 공개 정보가 상세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열심히 작성해 놨더니 보는 사람이 없다?

  이처럼 교육부에서는 각 대학 홈페이지에 예·결산안을 공개하는 법령을 만들어 투명한 정보공개를 유도하고 있다. 등록금이 적절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를 갖고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학생만 이용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본교 2학년에 재학중인 A군은 “학교에서 예·결산안을 공개하고 있는지 몰랐으며, 본교 홈페이지에서 예·결산 공개와 관련된 글을 본 적이없다.”고 답했다. 이어 “등록금의 사용처에 대해 궁금하지만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 인하대 2학년 B군 또한 “평소 학교 홈페이지에 예·결산안을 공개한다는 사실을 알고있지만 한번도 열람해 본 적이 없다”며 “가끔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확인하면서 예·결산에 관한 글들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회계 내역이 어렵고 접해보지 못한 내용이 대다수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부에서 대학 재정관리의 투명성을 확인시켜 주고자 만든 개정안이지만 정작 감시해야 할 학생들이 확인조차 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보다 부실한 결산 현황

  올해 5월 말 사립대학들은 ‘2013년 결산 재무제표’ 공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결산 공개범위는「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상 산출근거를 제외한 계정과목(관, 항, 목)까지 공개해야 한다. 본지가 각 대학의 2012회계연도 결산 재무제표를 확인해 본 결과, 한국외국어대학을 제외한 수도권 23개 대학이 모두 계정과목까지 작성된 결산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산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예산안에 밝힌 산출 근거에 맞게 결산에서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예산안과 증감된 금액만 표기되어 있는 실정이
다.

  교육부와 학생들의 적극적 관심 필요할 때

  지난 1996년 처음으로 사립대학들의 예·결산이 공개된 뒤 지금까지 공개 내용은 점차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달 1일(화),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부에서는 취지를 어긋난 사립대학의 예·결산안 공개 실태를 확인하고 이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형식적인 공개에 그치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학들의 예·결산 공개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등 한계를 보이자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올해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대학들은 2014 회계연도부터 반드시 대학평의원회의 자문 및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교비회계 예산을 최종확정해야 한다. 또 대학 평의회 및 등록금 심의 위원회 회의록 사본은 교육부의 공개 권고사항인 교비회계 예산 부속 명세서에 포함돼 예산서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와 학교 측에서 예·결산안을 상세하게 작성하고 공개해도 정작 대학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공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부와 학교, 그리고 학생들이 모두 함께 관심을 갖고 관리한다면 조금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등록금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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