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책상 앞에서 취업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에 전 세계를 혼자 힘으로 여행한 학생이 있다. 빈손으로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을 누비고, 세계 모든 대륙을 밟은 유현덕(정통전·4) 학생은 지난 2월, 2년 간의 세계 일주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특별한 여행 후일담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세계 일주, 국내 무전여행 등 여행을 많이 다니셨어요.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글쎄요. 꾸준히 동경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여행 관련 서적을 좋아했고요. 
  제 생애 첫 여행은 친구와 4박 5일 동안 상해를 다녀온 것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여행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는데, 상해에서 제 안의 여행에 대한 열망을 찾게 된 것 같아요. 남들은 3학년 여름방학에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저는 ‘이 때가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죠. 
 
  무전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1학년 때 국토대장정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떨어졌어요. 예전부터 하고는 싶었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았던 거죠. 그 후에 입대를 하고 행군을 해보니까 ‘아 이건 못하겠구나. 이건 아니구나.’ 싶었죠. 
그래서 여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국토대장정 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부딪치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대해 배우고 싶었고 제 자신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서 내 가능성이 어디까지 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환경적으로 정말 돈이 없었기도 했고요.
 
  자신이 생각하는 무전여행이란?
 
  저도 무전여행을 그냥 돈 없이 가는 여행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여행을 시작 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게 되더라고요. 
  돈 없이 가는 여행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다니는 여행으로 생각했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거든요. 히치하이킹을 해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식당에서 일을 도와서 숙식과 경비를 충당해야 했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무동력 여행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여행을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은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었어요. 잘 다녀오라는 격려를 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족이나 정말 절친한 사이의 사람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반대를 했어요. 어머니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제 의견을 항상 지지해 주셨기 때문에, 제 여행 역시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여행이 취업이나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냐고 물으셨고, 일 년이라도 더 경제활동을 할 때 졸업을 하라고 권유하셨어요. 또 평소 조언을 많이 해주시던 교수님께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라시면서 제 여행을 반대하셨죠. 
  이렇게 반대가 많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다들 태도가 바뀌었어요. 아버지께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게 잘했다,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누나와 어머니께서는 제가 집을 비운 2년 동안 허전했는데, 드디어 사람 사는 집 같다면서 한 달 동안 정말 잘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한 친구는 당시 4학년이었는데도 제게 여행 노하우를 물어보더니, 어느 날 결심했다며 “너도 했는데 나라고 못하겠냐. 네가 했으면 나도 할 수 있겠지.”라고 말하고 호주로 훌쩍 가버렸어요. 
 
  몇 개국을 여행하셨나요?
 
  경유지까지 치면 40개국이 넘고, 여행을 했던 국가만 따지면 40개국이 조금 안돼요. 그 중에 아시아쪽은 나중에라도 여행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많이 제외했어요. 
  세계 한 바퀴를 돌고 싶었고, 또 평소에 가기 힘든 나라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가 정말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 중심으로 여행을 구상했어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여행 하셨나요?
 
  일단 호주에서 1년 동안 여행 경비를 모으며 영어를 배우는데 투자를 했어요. 그 이후에는 호주에서부터 서쪽으로 돌아서 세계 일주를 하기로 마음먹었죠. 각 여행지에서 다음 여행지로 이동 할 때는 유연하게 일정을 잡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유럽에서 한 달 정도를 머물 예정이었는데 막상 여행하다 보니 너무 좋아서 약 100일 정도를 여행하게된 것처럼 말이죠. 
 
  기억에 남는 여행지와 에피소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란이라는 나라가 기억에 남고 다시 가고 싶어요. 15일 정도의 짧은 기간 이었지만 가장 다사다난 했거든요. 입국할 땐 비행기를 놓치고 출국할 땐 밤차를 타고 가다 밤 12시가 지나는 바람에 통행을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또 돈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일도 있었고요.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덕분에 따뜻함을 많이 느꼈고, 그 사람들 덕분에 다시 가고 싶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여행 중에 머리를 자르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서 안 해봤던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을 떠나 호주에서 여행 준비를 할 때부터 기르기 시작해서 2년 동안 머리를 길렀어요. 우선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좋았고요. 게다가 장기 여행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어 현지인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되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3주 가량은 머리를 자르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자르게 됐습니다.
 
  여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역시 재정적인 문제가 제일 컸어요. 충분하지 않은 금액으로 시작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아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도 하고, 간간히 봉사활동도 하게 됐고, 거리 공연도 했죠.
 
  여행을 그만 두고 싶던 적이 있었나요?
 
  여행 중에 몇 번의 권태기가 있었어요. 처음으로 권태를 느낀 때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을 여행할 때 였어요. 첫 여행지인 뉴질랜드에서 한 달 동안 히치하이킹과 텐트 생활로 돈을 절약하면서 여행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행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지쳐버렸죠. 그런데다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한국과 굉장히 닮았어요. 그래서 ‘내가 원하던 여행이 이런 것이었나?’라는 회의감이 들었어요. 이처럼 상상했던 것과 현실이 다를 때 여행이 힘들어 지더라고요.
  또 비행기를 놓치거나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그리고 한 달 동안 열심히 쓴 일기장을 잃어버렸을 때도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별하고 난 후 많이 외롭고 힘들 때도 있었고요.
 
  13개월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의 모습은 어땠나요?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착륙할 땐 뭔가 벅찼어요. 공항에서 한국어를 보고 한국어를 말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마지막 여행지가 북미와 남미여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한국 사람들을 보니 전부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았어요. 그래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 사람들이 익숙해지더라고요.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나요?
 
  일단 여행을 하면서 사진 찍는 법,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 등을 자연스럽게 배웠어요. 사진 찍는 법은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고 나머지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들은 소통을 위해 많이 사용하다 보니 몸에 배게 됐어요.
  여행에서 배운 점을 확실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우선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밖에 나가보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특수성이 보여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제 삶에서 처음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게 된 계기가 됐어요. 목표를 성취하고 나니까 ‘내가 이젠 뭘 해도 잘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여행 후 일상에서 달라진 것들은 어떤것들이 있나요 ?
 
  일단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네요. 사실 저는 다른 사람들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요즘은 제가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자신을 소개할 때도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 일주를 한 유현덕입니다.”라고 소개하게 됐고요. 
  그렇지만 제가 올해 4학년이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일상은 굉장히 단조로워요. 대신 남는 시간에 강연 준비를 한다든지, 인터뷰를 하는 등 예전에 하지 못하던 일을 하게 됐어요. 또 외국인 친구를 만나거나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숭실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대단한 여행을 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제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여행을 다녀온 것 뿐이에요. 저도 같은 숭실대 학생이기 때문에 쉽게 다가와 주시면 좋겠어요. 어려워 말고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면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우리 학교에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이 있다더라.’든지 ‘그게 대단한 것은 아니구나.’든지 ‘나도 할 수 있겠구나.’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행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SNS를 통해서 제게 연락을 주시면 좋겠네요.  
 
 
윤성준 수습기자 caffei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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