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가지고 놀기 위해 아홉 가지를 하라

  바야흐로 Creative의 시대, 정해진 답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중시하는 시대다. 틀에 박힌 답을 외우는 것에만 급급한 주입식 교육을 받은 현 시대의 지식인들은 창의성을 발휘해 보라는 갑작스러운 사회의 요구에 당혹감을 느낀다. 아무리 써도 좀처럼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머리를 ‘구’하기 위해 지난 1일(목) 본교 벤처중소기업관에 정철카피의 대표 카피라이터 정철이 왔다. 그가 제시하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는 아홉 가지 방법에 대해 들어 보자. * 카피라이터(copywriter): 광고의 글귀를 만드는 사람

 

  첫 번째, 찾자

  발상의 전환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찾는 것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혹은 대학 새내기 시절까지는 정답을 머릿속에 많이 넣고 있는 사람이 박수를 받고 좋은 점수도 받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상에 던져지면 정답을 머릿속에 많이 넣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죠. 정답은 스마트폰에 다 들어 있어서 그것을 머릿속에 넣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지금의 세상은 오히려 오답을 상상해내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씀드리는 오답은 틀린 답이 아니에요. “오!답”, 즉 “오!”하는 감탄사를 내뱉을 만한 새로운 답, 나만의 답을 말하는 것이죠. 이런 오답을 찾기 위해서는 느려야만 합니다. 어떤 것에 대해서 ‘정답은 이것이다.’라고 서둘러 정의해 버리면 오답은 찾을 수가 없어요. 정답이 떠올라도 그것을 옆으로 잠시 밀어두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오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답 찾기를 연습하기 위해서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정의나 원칙, 명제에 일부러 ‘아니요’라는 단어를 붙이고 상상해 보세요. 예를 들면, ‘가장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아니요, 빈 그릇이지요.”라는 답을 만들어낼 수 있죠. 아무리 큰 그릇이라도 이미 그 안에 음식이 담겨 있다면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없으니까요.

 

  두 번째, 떨자

  다음으로는 발상 전환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지런을 떨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생각과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것을 메모해 놓고 꽉 붙드는 사람이 있고, 살며시 놔 버리는 사람이 있어요. 발상 전환을 하고 싶다면 나만의 아이디어 노트를 꼭 한 권씩 만드세요. 시간이 흐른 뒤에 그 메모를 보면 ‘아, 이건 이렇게 발전시키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내공이 달라서 전에 안 보였던 것들이 나중에는 보이기 때문이죠. 메모의 중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언급을 했었는데, 머리 좋기로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기억하려고 애쓰나. 기록하고 기억에서 지워라.”라는 말을 했어요. 아이디어 노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머리 밖에 외장하드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기억에 사용하던 머리의 공간이 비워지면 상상하고 생각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참자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두 단계를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오게 돼요. 첫 번째 과정은 관찰, 그 다음은 발견이에요. 관찰의 시간이 어떨 때는 길고 어떨 때는 짧을 수도 있지만 이 관찰의 시간 동안 인내하지 않으면 발견의 순간은 아예 오지 않아요. 그래서 그 시간을 참아야만 합니다. 어떤 것을 관찰할 때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뚫어져라 쳐다보세요. 어떤 발견을 하든 중요한 것은 계속 보고 있으면 누군가의 눈에도 결국엔 보인다는 거예요. 저는 8이라는 숫자를 유심히 관찰했어요. 정말 뚫어지게 쳐다봤더니 어느 순간에 구멍이 ‘펑, 펑, 펑’ 하고 세 번 뚫리더라고요. 세 가지 발견을 한 것이죠. 그대로 종이에 옮겼더니 글 하나가 완성됐어요. 그것이 ‘8자의 의미’라는 글인데, 실제로 8자를 놓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가로로 자르면 0
  타고난 팔자는 없다는 뜻
  세로로 자르면 3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뜻
  눕히면 무한대
  그래서 당신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뜻

 

  네 번째, 웃자

  이번에는 발상 전환을 하는 요령입니다. 먼저 간단한 호기심을 가지고 아무 곳에나 물음표를 붙여 보세요. 그리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세요. 며칠을 고민했는데 답을 못 찾았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그 엉뚱한 답을 찾는 동안 평소에 안 쓰던 뇌 구조를 계속 쓴 것이거든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요. 제가 가져본 엉뚱한 호기심 중에는 ‘머리가 아픈데 왜 약은 입으로 넣을까?’라는 것이 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인데 답을 생각해 보는 것이죠.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발견을 했어요. 그래서 발표한 글이 ‘타이레놀’이라는 글입니다.

  우리의 머리가 아픈 이유는 입 때문이다.
  입의 잘못 때문에 입의 실수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통약 타이레놀을
  머리에 넣지 않고 입에 넣는다.

 

  다섯 번째, 놀자

  처음에 너무 어려운 것부터 하면 논다는 느낌이 안 들고, 골치 아픈 숙제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발견한 쉽고 재미있는 놀이는 말장난과 글장난입니다. 이것은 시간과 연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놀이예요. ‘나는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없어.’라고 글 쓰는 것에 부담을 갖는 분들, 이런 말장난, 글장난을 해보세요. 남들보다 훨씬 신선한 글을 쓸 수 있어요. ‘헤어짐’이라는 글이 말장난의 사례입니다.

  좋을 땐 상대를 업고 다녀도 무겁지 않지만
  싫어지면 상대의 머리카락 한 올도 짐으로 느껴진다.
  이를 (영어, 한글 합성어로) 헤어짐이라고 한다.
  헤어짐이 느껴지면 헤어지게 돼 있다.

  헤어짐을 헤어와 짐으로 분리해서 머리카락과 짐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말장난을 한 거예요. 물론 이런 글을 쓰려면 영어를 좀 해야겠죠. 저는 이름이 정철이라 영어를 좀 합니다.

 

  여섯 번째, 돌자

  ‘경력’이라는 글은 2009년에 제가 낸 책인 「내머리 사용법」에서 사람들이 제일 좋아했던 글이예요.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경력이란 것은 역경을 견디고 견뎌서 쌓여가는 것이다.”라는 메시지인데, 경력을 아무리 뚫어지게 보고 있어도 역경이라는 단어는 우리 눈에 잘 안 보입니다. 우리 눈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부러 돌려 놓고 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뒤집어서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는 방법은 창의력을 높이는 좋은 요령 중에 하나입니다.

 

  일곱 번째, 하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해 보세요. 제가 실패에 대해 말할 때 3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야구에서 3할 정도면 완벽한 투수죠. 축구에서도 열 번 슛을 해서 세 번을 성공시킨다고 하면 엄청난 스트라이커라고 할 것입니다. 카피라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열 줄 썼는데 세 줄 건졌다고 하면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것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에서 성공의 기준은 3할 정도인 것 같아요. 3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20대에 한두 번 실패를 했다고 해도 앞으로 대여섯 번 정도는 더 실패해도 된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3할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넣어 놓고 있으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 따자

  무엇이든지 모방하세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물건, 모든 현상들은 내 아이디어가 되기 위해 대기 중이다.’라는 생각으로 손을 뻗어서 가져다가 사용하세요. 광고, 음악, 영화, 책, 논문, 음악, 심지어 화장실에 있는 낙서까지도 괜찮으니까 아이디어로 가져오세요.

 

  아홉 번째, 영자

  눈치채셨겠지만 여자 이름입니다. 요즘은 이런 이름 별로 없을 텐데 옛날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에 말자, 숙자, 영자 이런 이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자라는 이름은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말씀드린 발상의 전환이 사람을 중심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글이 있는데요. 제 글 중에 아마 제일 짧은 글일 것 같아요.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친구, 즉 사람과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위에 있는 글에 친구 대신에 돈이나 성공으로 바꿔서 읽어 보세요. 웃기기도 하지만 약간 슬프죠. 우리 모두가 그쪽을 향해 일렬로 서서 발을 맞춰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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