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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장애인이라 그들을 돌볼 수 있었다. 같은 장애인이라 그들의 가슴 속 깊은 곳 까지 어루만질 수 있었다. 오늘도 섬김의 리더쉽으로 그들을 섬기고 있는 한국장애인녹색재단 정원석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애인들을 위해 굉장히 많은 일을 하십니다. 장애인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요?

  사실 처음부터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장애인들과 같이 일을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비장애인들 속에 섞여 있는 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멀쩡한 사람들 옆에 목발을 짚고 있는 제가 보이기 시작했죠. 그러자 “내가 장애인인데, 내가 장애인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장애인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고,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장애인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후 사실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직업재활 발전을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지원센터를 만들어 초대회장으로 일을 했고요. 또한 장애인들의 올바른 선거참여를 위한 투표참여 캠페인과 부정선거 감시단 운영으로 장애인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찾아주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여성전용 장애인단기거주시설인 포도원복지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인데 그 가운데 에서도 여성장애인들, 특히 지적여성장애인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든요. 그렇기에 여성으로만 구성된 사회복지사들을 고용해 여성장애인들을 24시간 돌보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경쟁해서 일하기에는 사실상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특화사업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녹색재단을 설립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국사회복지대학원총연합회 회장, 서울제일라이온스 클럽 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며, 용기와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강연을 다니며 힘을 주고 있습니다.

  본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경쟁고용이 힘든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근로 고용으로 도움을 주는 서울시장애인직업재활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제가 그곳에 초대회장을 맡게 되면서 사회복지사들의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과 협약을 해서 교육을 진행했죠. 그것이 인연이 돼 숭실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기독교 학교라는 점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믿음의 정신이 바탕이 된 숭실대를 선택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사실 제가 아들과 딸이 있는데 자식들도 기독교 학교로 진학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입장이었고요, 또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점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굉장히 잘 되어있는 점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이라는 점도 숭실대 대학원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소외계층들을 위해서 굉장히 많은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보면 뿌듯한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얼마 전에 춘천소년원에 강연하러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강연하는 사람의 지옥이라고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만큼 강연하기도 힘들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저를 필요로 했고 불러주셨기 때문에 달려갔죠. 그렇게 달려가서 강연을 했는데 놀랍게도 아이들이 제 얘기를 너무나도 잘 들어주는 겁니다. 제가 그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죠. “난 너희들이 너무 부럽다. 빨리 걸을 수도 있잖아.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거든. 그게 너무 부러워.” 라고 말이죠.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 힘들고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더 큰 고통이 올 수도 있고, 지금의 고통은 나중을 위한 정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장애인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사진속의 장애인들이 지금은 결혼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면서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었죠. 그때 정말 뿌듯했고, 감명깊었습니다.

  지금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살아가시지만 학창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학창시절에 회장님의 모습은 어떠했나요?

  사실 저는 장애인이지만 일반학교를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감사한 일이었죠. 학창시절에 저는 친구들을 주도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저의 성격이 활동적이고 쾌활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런데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굉장히 쾌활하고 활동적인 내가 활동하는데 있어서 제약을 받으니까 ‘친구들과 내가 많이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죠. 그래서 좌절감도 상당했고, 고민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기 시작했죠. 결정적인 계기가 한 번 있었는데 친한 친구들끼리 같이 가출하자고 모여서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 친구들이 모여서 얘기는 같이 해 놓고 저만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가출을 했어요. 친구들에게 배신감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활동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함께 할 수 없는 거구나.’ 라는 걸 느꼈죠. 그래도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굉장히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다른 나의 모습, 그리고 활동의 제약에 따른 좌절감이 들었다고 하셨는데 그걸 극복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을까요?

  그 당시 들었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특히 사춘기 시절이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부터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죠. ‘다른 사람들이 출발할 때 나는 더 일찍 출발해서 먼저 가 있으면 돼.’ ‘다른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면, 나는 비행기를 타면 돼.’라고말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고, 남들에게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자극도 되고, 존경스러운데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만의 철학이 있나요?

  저만의 철학은 당연히 있죠. 저는 일을 하면서 세 가지를 우선시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사랑, 감사, 최선입니다. 사랑으로 사회적 소외계층을 돌보고 감싸고, 모든 상황에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자는 것이 저만의 철학입니다.

  그러나 같은 장애인으로서 사회적 소외계층을 돌본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비도 굉장히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습니다. 포도원 복지센터같은 경우 사회복지사들의 월급은 정부에서 나오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여성장애인들이 내고 있는 이용료로 한 달을 운영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또 저도 장애인이다 보니 신체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휠체어를 타면 아무것도 못 할까봐 목발을 짚으면서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얼마 전에 왼쪽 어깨의 인대를 다쳤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움직일 수조차 없었죠.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우울증 초기 증세를 겪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황장애까지 겪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자살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될 정도로 정말 힘들었어요.

  정말 극복하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쉬면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건 그 사람들한테 죄짓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일어섰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하게 되었죠.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네요. 그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불편한 게 아니라, 정신이 불편한 게 진짜 불편한 거예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위치에서 의미있는 삶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당신이 이 세상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한 사람’이니까 충분한 용기와 힘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통일을 대비해서 북한 장애인들을 위해서 북한의 사회복지 체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더 넓게는 동남아 쪽의 어려운 나라에도 굉장히 많은 장애인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꼭 해낼 겁니다. 또 하나 소망이 있다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을 증거하는 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사실 이것을 위해 모든 일들을 하고 있는 건데요. 하나님을 증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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