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개 기숙사 중 선택식은 31개, 의무식은 123개로 선택의 자율성 낮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기숙사 의무식 제도가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일부 대학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 5월 21일(수)에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가 발표한 전국 30개 일반 국립대학의 ‘2014년 1학기 기숙사 현황’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 30곳 중 25곳은 의무식 제도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7개 기숙사 중 123개에서 의무식 운영해

  대교연이 발표한 30개 국립대 중 2014년 1학기 현재 14개교가 교내 모든 기숙사에서 의무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11개교는 교내 일부 기숙사에서 의무식을 시행하고 있다. 30개 국립대 중 25개교가 의무식 기숙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 30개교 총 167개 기숙사 가운데 123개의 기숙사 에서는 입사시 의무식에 대한 계약을 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무식 중에서도 3끼 모두를 의무식으로 운영하는 기숙사가 123곳 중 절반이 넘는 64곳이었다. 2식을 의무로 하는 기숙사는 52곳이었으며 1식 의무 기숙사는 7곳이었다. 반면 입사자가 식사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기숙사는 167개 기숙사 중 31개에 불과했다.
  한편 1일 3식을 의무로 하는 국립대 기숙사의 식비를 분석한 결과 식비가 가장 비싼 기숙사는 한 학기 평균 식비가 69만 9천 원인 부산대 기숙사였으며 가장 식비가 저렴한 기숙사는 38만 2천 원의 평균 식비가 드는 강원대 기숙사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의무식 학생 자율권 침해”

  공정위와 대교연은 대학 기숙사가 의무식을 강제하는 것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대교연은 “외부 활동이 잦은 대학생들이 하루 세 끼의 식사를 모두 기숙사에서 해결하는 일은 많지 않다.”라며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 보장 없이 의무식 제도를 통해 식비를 징수하는 것은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당한 징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무식을 운영하는 기숙사에 거주중인 서울과기대 이경로(정밀화학·4) 군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지도 않고 기숙사비에 식비를 포함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라며 “학교에서 밥을 먹지 않는 학생에게 의무식으로 낸 식비는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이다.”라고 말했다.
  경북대는 2009년 9월부터 기숙사 입시생 2076명에게 기숙사비와 식비를 분리하지 않고 의무식 형태로 통합 청구해 한 해 27억 원 상당의 식권을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식권을 모두 사용하지 못했고, 2010년부터 3년간 경북대학교 기숙사의 결식률은 평균 60%에 이르렀다. 학생들이 구입하고 사용하지 못한 식권의 총 가격은 약 16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식권구입 강제 행위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고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성균관대 역시 2012년도에 기숙사에 입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달 60여 장의 식권을 의무식 형태로 팔아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은 바있다.

  학생과 기숙사, 입장 차 심해

  공정위의 시정 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의무식에 대한 학생들과 기숙사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들은 의무식 제도에 불만이 있어도 이를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주대 기숙사에서 생활 중인 이수정(전기·4) 군은 “자다 보면 아침은 거의 먹지 못하고 점심, 저녁도 외부 활동이 많아 밖에서 거의 사먹는 편이다.”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식비가 기숙사비에 포함돼 있어서 식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기숙사 입사가 불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식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숙사를 운영하는 대학 측에서는 의무식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인건비와 급식 재료의 계약구매 등 학교 식당의 원활한 유지와 관리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의무식이 필수라는 것이다. 순천대 기숙사 관계자는 “의무식을 폐지하면 계약구매 등에 불리해 어쩔 수 없이 식사의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의무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저렴해 기숙사의 의무식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통한 결정 VS 소수의 의견 무시돼

  식사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기숙사 측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의무식 선택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택식을 원하지 않는 소수의 학생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대 기숙사 관계자는 “매년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통해 평일은 1일 3식 의무식을 원칙으로 하고 주말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 기숙사 관계자 역시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1일 3식 의무식을 원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대로 의무식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전북대 기숙사 관계자는 “우리대학 역시 설문조사를 통해 의무식 운영을 하고 있으며 계속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에 대해 충북대 권신애(정보통계·4) 양은 “돈이 아까워서 되도록이면 기숙사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지만 아침과 저녁은 거의 먹지 못한다.”라며 "의무식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다수결에 따라 의무식을 먹어야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이경로(정밀화학·4) 군 역시 “설문조사를 통한 의무식 선택에도 불구하고 점심과 저녁을 먹지 않는 학생이 많다.”라며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설문조사의 특성상 설문조사를 해도 선택식을 원하는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건 마찬가지다.” 라고 전했다.

  불만 없는 공생, 방법은 ‘양보’

  소통을 통해 의무식 제도를 개선한 사례도 있다. 2006년 중앙대 안성캠퍼스에서 민간투자 계약으로 학생식당 운영을 시작한 A급식업체는 2년이 채 안 돼 폐업의 위기를 맞았다. 업체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식사의 질이 떨어졌고, 폐업설까지 나돌았다. 이에 2008년 업체 대표는 학생회 측과 대책회의를 열고 식당의 정상 운영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한 입사생이 학기당 120끼를 의무식으로 먹는다는 데 합의했고, 대신 이월 이용과 타 식당과의 교환 등이 편리하도록 전자식권을 도입했다. 또 매 학기 두 차례씩 학생들과의 정례 모임을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족도를 높여가는 방법으로 학생들과의 의견차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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