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이용한 분할납부 수요 있으나 제도적 뒷받침 부족

  서울 사립대학 기준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450만 원을 넘긴 현재의 상황에서 등록금 부담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과 홍지만 의원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등록금을 신용카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현재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 해당 법안이 상정돼 있다. 참여연대 등의 사회단체에서는 가계의 등록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카드 납부 제도 수수료에 반응 ‘썰렁’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제도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부 카드사가 수수료 면제 및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강조하며 카드 납부제도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의 수수료 면제가 과도한 경쟁이라고 판단해 1.5%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카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수료를 가맹점에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대학에서 학생들이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한 경우 대학 측에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미국 대학 중 약 50%가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 대학의 경우 2013년을 기준으로 4년제 대학 중 38.5%, 2년제 대학 중 30.12%만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수수료 문제 때문에 카드 납부제도를 선뜻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교 관계자는 “우리 대학도 학생들을 위해서 카드 납부제도를 시도하려 했지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등록금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건국대는 2014학년도 1학기에 총 1453명이 약 53억 6천만 원을 신용카드로 납부했다. 1.7%의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건국대는 9천만 원 정도의 금액을 카드사에 지불한 것이다.

 

  카드 납부 허용대학, 수수료는 어떻게?

  현재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학들은 카드사와의 별도의 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카드결제가 대폭 늘어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한 곳의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중앙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제도를 실행했다.”라면서도 “현재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의 비율이 낮아 수수료 부담이 비교적 적은 상황이지만 카드 납부가 확대돼 학생들의 카드결제 이용률이 30%까지 이르게 될 경우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과 계약된 카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 있어

수수료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들이 소수의 카드사와의 계약만으로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학생들에게는 번거로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긴 계약 기간을 필요로 하는데 신용카드 회사들이 짧은 계약기간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고, 독점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 카드사들은 일반 가맹점 수수료보다 비교적 낮은 대학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수수료 때문에 대학들과의 계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1일(금)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 등록금 납부방식 개선 발제문’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 납부제도를 시행하는 대학은 △충남대 △충북대 △우송대 △청암대 △한영신학대 △한경대 등 6개 대학 뿐이었다. 나머지 대학은 1개 또는 2개의 카드사와만 계약해, 학생들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려면 대학이 계약한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신용카드 납부제도, 본 취지 살리지 못해

  신용카드 납부제도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의 본래 취지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납부편의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목돈 마련이 어려운 경우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를 이용하기보다 분할납부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용이하고,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대출을 받으면 번거로운 과정 없이 저이자로 학자금 대출도 가능하다. 본교 재무·회계팀 관계자는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보다 더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분할납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당장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들도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확대하기보다 분할납부제도를 확대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3학년도 4년제 대학 중 94.5%, 2년제 대학의 84.34%가 등록금 분할납부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납부, 취지 살리려면 변화 필요해

  교육부는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의 시행 이유가 학생들의 일시적 현금 유동성 부족에 따른 등록금 부담과 납부자의 편의성, 할부 거래를 통한 분산납부 효과 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카드사의 카드를 보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분할납부 및 학자금 대출 등 신용카드 납부를 대신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생기면서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는 외면받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교육부가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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