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 소프트웨어 경진 대회인 ‘2014 이매진컵’(2014 Imagine Cup)에서 당당히 2위에 입상한 정서진(미디어·4) 학생. 햇볕만큼이나 강렬했던 그녀를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4 이매진컵, 어떤 대회인가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예요. 시애틀에서 진행되는데 이번이 2회 대회예요. 작품 주제는 자유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각 국가마다 1팀씩 나와 경쟁하는 대회죠. 분야로는 이노베이션, 시티즌십, 게임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게임분야에만 출전한 건가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각 분야 1위 팀을 뽑아요. 그 후 1위 팀들이 다시 경쟁해 최종 국가대표팀을 뽑죠. 그래서 이노베이션, 시티즌십 분야 1위 팀에게 미안했어요. 다 친한 분들이어서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도 그분들이 응원도 해주고 세계대회 당일에는 한국이 새벽시간인데도 생방송으로 시청해주면서 격려해 줬어요. 덕분에 더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원래 목표가 우승이었나요?

  아니요, 목표는 따로 없었어요. 그냥 팀원들끼리 즐기자는 취지였어요. 국가대표 선발전 때도 단순히 부산에 가서 놀고 오자는 마음이었고, 세계대회로 시애틀을 갔을 때도 놀고 오자는 마음이었어요. 욕심 없이 재미있게 준비했죠.

  대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나요?

  대회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15분 준비, 10분 발표, 10분 질의응답, 5분 정리 순서로 진행됐는데 특히 발표시간 10분이 짧았어요. 10분 동안 팀원소개, 게임소개, 게임시연까지 모든 것을 해야 했거든요. 그 점이 어렵더라고요. 준비할 때부터 짧은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칭찬받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15분 동안의 준비시간이었어요. 저희는 준비시간에 심사위원들이 지루해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설명과 보증서를 미리 보여드렸어요. 추후에 그 점에 대해 칭찬을 받았어요.
 

  대회에 출품했던 게임은 어떤 것인가요?

  언더베드(UNDER BED) 라는 게임입니다. 윈도우즈 태블릿 PC를 이용하는 게임이고요. 6세에서 10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언더베드(UNDER BED), 말 그대로 침대 밑의 세상을 그린 게임이에요. 정전기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 메인캐릭터인 주디가 손을 문질러서 정전기를 만들면 그 정전기를 가지고 침대 밑의 먼지 몬스터들을 끌어당기거나 폭파시키는 거죠. 그렇게 해서 침대 밑의 먼지왕국을 파괴시켜 나가는 게임이에요.

  정전기라는 소재.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저희 팀의 유일한 남성인 육현수(25·한양대학교)군의 아이디어예요. 아무래도 팀에 여성이 많다보니 이 친구도 소녀감성이 충만한 친구거든요. 그래서 그 감성으로 침대 밑의 세상을 생각해 냈고 정전기라는 소재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정전기라는 소재를 가지고 팀원들과 합심해서 게임을 완성해냈죠.

  국가대표팀 소개좀 해주세요.

  팀 이름은 ‘보몬’입니다. 기획자 1명, 개발자 2명, 디자이너 2명, 총 5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육현수(25·한양대학교)군과 김수민(24·한양대학교)양이 디자이너 역할을 맡고 있고요. 김보영(23·동국대학교)양과 정은솔(21·선문대학교)양이 개발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팀에서없어서는 안될 기획자 역할을 맡고 있고요. 이처럼 각자의 역할분담이 잘 됐기 때문에 수상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를 제외한 4명은 오래전부터 MSP(Microsoft Student Partners)로 활동하며 한 팀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고요. 떄문에 지금의 팀원들을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제 눈에 이 친구들이 띄기 시작했어요. 팀워크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팀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도와주고 싶었어요. 이 팀에 1명의 기획자가 필요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기획자로 들어가고 싶다고 얘기했고 팀원들도 적극 환영해줘서 지금의 5명이 한 팀이 된 겁니다. 제가 이 팀에 얼마나 합류하고 싶었냐면 인턴 연장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팀에 합류할 정도였어요.

  인턴을 포기하면서 팀에 합류한 거군요. 후회는 없나요?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제가 팀에 합류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턴을 했다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이 대회는 대학생들밖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의 한 번뿐인 기회잖아요. 일은 앞으로 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제 선택에는 후회가 없어요. 그리고 좋은 팀원들을 만났고, 기분 좋게 준비했기 때문에 결국 신의 한 수였던 것이죠.

  인턴생활과 MSP(Microsoft Student Partners)에 관해서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제가 인턴생활을 시작했던 때는 3학년 여름방학이었어요. 제가 MSP 6기 출신이거든요. MSP를 먼저 소개해 드리자면 MSP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외활동이에요. 1년에 한 기수씩 뽑고, 여름에 면접을 봐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남들보다 먼저 써보고 그것을 가지고 기획해보고, 개발해보고, 디자인해보는 것이죠. 자신이 하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의미있는 대외활동이라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저도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MSP 면접을 보게 됐고, 운 좋게 붙어서 MSP 6기로 활동했어요. 인턴생활을 시작했던 것은 MSP 6기가 끝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아서 일해보고 싶어서였어요. 그래서 인턴을 지원했고 꿈같은 생활이 시작됐죠. 제가 자진해서 야근할 정도로 제 적성에 잘 맞았어요.

  대회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많았죠. 국가대표가 되기 전에는 재정적인 지원이 없어 사비로 스터디룸을 빌려서 작업하거나 24시간 카페에서 밤을 새워가며 준비하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특히 기획단계가 힘들었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죠. 또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대회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어요. 수업을 못 갈 때도 많았고, 과제를 하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교수님들께 죄송해요. 주변에서는 교수님들한테 양해를 구하라고 권유했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그때는 따로 결과물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가졌죠. 그래도 학교생활과 대회 준비 모두 최선을 다했어요. 7개월 이상 준비하면서 팀원끼리 충돌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희 팀은 그런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팀워크가 좋았고, 팀원들끼리 준비하면서 서로 배려해주고 양보했기 때문에 갈등은 전혀 없었어요.

  ‘보몬’팀의 향후 계획은요?

  언더베드(UNDER BED)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기획 단계부터 북미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일단 북미 앱스토어에 게시할 예정입니다. 북미시장의 반응을 지켜본 뒤 반응이 좋으면 계속 업그레이드할예정이에요. 그리고 저희 모두 학생이기 때문에 학업에도 집중할 예정이고요. 특히 저는 졸업반이기 때문에많이 신경을 써야겠죠?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이 많으실 것 같아요.

  많죠. 일단 상금을 얻었고요.(웃음) 그리고 상금에 비할 수 없는 경험을 얻었어요. 그리고 제일 신기하고 좋았던 것은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치면 검색결과가 나온다는 점이에요. 자랑스러웠어요. 마지막으로는 지금 팀원들을 만나서 사람을 얻었죠. 학교생활하면서 팀플도 많이 해봤지만, 이번 기회에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되었어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제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이거예요. 자신감을 가지고 꿈이 있다면, 열정이 있다면, 달려나가는 거예요. 제가 처음에 그랬거든요.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내가 감히 이걸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부딪쳐보니까 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이제 졸업반이기에 하지 못하겠지만 요즘 좋은 활동들이 많잖아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하세요. 제가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얘기예요.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