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수업 8학기 동안 진행하는 학교도 있어… 과도한 종교수업 우려

  우리나라에는 특정 종교의 정신 및 철학을 교육 이념으로 건립된 종교재단대학들이 있다. 통계에 의하면 △기독교대학: 65개 △불교대학: 1개 △원불교대학: 1개 △제7일 안식교대학: 1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대학: 1개 △대순진리회대학: 1개 △대진성주회대학: 1개 등이 각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재단들은 각자 대부분의 교육이념에 맞는 종교과목과 채플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를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는 대학들이 많아 의무적 수강은 학생들에게 민감한 문제로 여겨져 왔다.

 

  ‘강제성’ 학생들의 반발을 부르다

  종교과목 의무수강은 대학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가장 많은 종교과목 의무수강을 하는 대학은 삼육대(△종교과목 8학점 △채플 8학기 △1학년은 토요일 채플)이며, 나사렛대학(△종교과목 6학점 △채플 7학기)과 백석대학교(△종교과목 8학점 △채플 8학기)의 학생들도 비교적 많은 종교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삼육대에 재학 중인 A양은 토요일 채플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채플 수업은 비교적 쉽게 이수할 수 있어서 크게 불만은 없지만 토요일 채플은 1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A양은 대학의 종교적 규제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종교색이 강한 학교이기 때문에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며 교외에 있는 카페에도 학교 관계자가 단속을 나온다. 또 방학에 해외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총학생회장에 출마하려면 침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제한은 불쾌하다.”고 전했다. 기독교재단 대학인 이화여대 학생들도 ‘기독교와 세계(1학기)’, ‘채플(8학기)’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며 채플의 경우 8학기 동안 주 1회 30분씩 수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B양은 “채플 내용은 부담스럽지 않고 유용한 부분이 있어서 좋지만 8학기 중 자칫 잘못해서 한 번이라도 채플을 이수하지 못하면 제때 졸업을 할 수 없다.”라며 “채플 수강 학기를 4학기로 줄이고 수강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교목실 관계자는 “학생들이 채플을 버거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마다 특성이 있고 다른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채플 이수규정을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 “더 이상은 못 참아”

  대학의 종교과목과 채플 의무수강에 대한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학생들도 있다. 지난 2012년 11월 다음 아고라에는 “전주대학교의 강제 개신교 종교수업 고발!”이라는 글이 게시됐고 채플 수업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학생은 499명이었으며, 학생들은 각자의 입장과 사례들을 게시판 댓글을 통해 공유하며 채플 폐지를 주장했다. 이외에도 종교과목 의무수강에 대한 시위와 논쟁은 명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발생한 바 있으며 본교에서도 지난 1995년에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대학이 채플 이수를 졸업 조건으로 정한 것을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의무수강 규정 약화해, 학생들 부담 줄이는 방법도 있다

  의무수강을 강제하지 않고 자율적인 방법을 사용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인 대학들도 있다. 천주교재단 대학인 서강대는 복음적 가치에 바탕을 둔 교육을 교육이념으로 추구하고 있지만 의무적인 종교과목 수강이나 채플 및 예배가 없다. 서강대는 교육이념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종교수업 및 채플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대신 종교과목을 수강하고 싶은 학생들만 종교수업에 참여하도록 자율적인 선택권을 부여했다. 종교 교양필수과목인 ‘그리스도 윤리학’과 ‘신학적 인간학’ 등도 종교과목이 아닌 ‘철학적인간학’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미사도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면 된다. 동국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종교과목을 의무수강하는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수요건이 약하다. ‘자아와 명상 1·2(0학점)’, ‘불교와 인간(2학점)’의 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지만 ‘자아와 명상 1·2’는 P/F과목이고 불교영역의 교과과목이지만 명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종교색도 비교적 옅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C씨는 “종교과목 수업을 들으면서 크게 부담스럽거나 수업을 듣는데 꺼림칙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없다.”라며 “다른 학교의 채플이나 종교수업에 비하면 상당히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몇몇 대학에서는 종교과목 수강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본교 교목실이 진행한 채플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2,367명 중 약 54%가 무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본교는 ‘기대되는 채플, 참여하고 싶은 채플’을 목표로 2010년부터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에 기독교 설교방식으로 진행됐던 채플에서 벗어나 무용채플이나 CCM채플 등 문화채플을 도입했다. 타대에 종교과목 및 채플 의무수강이 많은 삼육대도 최근 들어 종교과목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육대 교목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종교과목 12학점을 모든 학생이 필수로 수강해야 했는데, 2011년 입학자부터는 8학점으로 줄였다. 또 학과전공수업과 연계해서 교양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에서도 무용채플과 공연채플 그리고 영상채플 등 다양한 예술매체로 친근감 있는 채플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이전에 채플을 이수하지 못했던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에 2회씩 채플을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채플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문대는 학생들이 수강하는 교내 예배에서 성폭력 예방교육과 봉사프로그램 설명 등을 외부강사를 초청해 진행함으로써 종교적 의미와 함께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본교, 채플 만족도 ‘아직은…’

  지난해 채플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채플이 본인에게 유익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보통이다(36%) △그런 편이다(29%) △매우 그렇다(12%) △전혀 그렇지 않다(8%) Δ그렇지 않은 편이다(7%) △모르겠다(7%)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목실은 일부 학생들의 낮은 채플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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