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는 ‘시간 여행’을 한다. 아버지는 디킨스의 소설을 읽기 위해, 아들은 여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

  시간 여행이라는 파괴적인 능력을 손에 쥐고도, 부자(父子)는 이처럼 소소한 일상을 되돌리고자 그들의 타임머신인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도 소박해서 당혹스럽기까지 한 두 남자의 시간 여행은, 가문의 비밀을 전수받은 팀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대해 꿈꾸기 마련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역시 여타 시간 여행 영화들처럼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장대한 스케일이나 인간의 탐욕, 후회와 같은 요소들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시간 여행이 가지고 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들로 120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현대판 시간 여행의 오브제라고 하기에 올드한 ‘장롱’처럼 주인공 팀은 흔히들 말하는 요즘 사람 같지 않은 남자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고, 시간 여행에 대한 야망도 없다.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따를 뿐이다. 영화는 그런 그가 진짜 사랑하는 여자 메리를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되는 전반부, 시간 여행을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독특한 점은 시간 여행을 다루는 영화임에도 시간 여행이 단순히 소재로서만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가 가능한 것은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여행의 바운더리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돌리거나 삶과 죽음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 즉, 욕심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 팀은 이를 철저하게 지키며, 정작 시간 여행이 필요한 순간에는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팀 스스로 아픔을 견뎌내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는 시종일관 ‘지금 이 순간’을 강조한다.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이 있기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것 보다 더 좋은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수 있을 때 일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그렇기에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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