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헝거게임>은 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 유지를 위해 고안한 생존 게임이다. 마을의 소년 소녀들을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미로로 내몰았던 ‘테세우스’ 이야기처럼, 영화 역시 각 구역마다 무작위로 선발된 조공인들을 오직 한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는 ‘헝거게임’ 속으로 몰아넣는다. 단, 독특한 규칙 하나가 추가된다. 24시간 동안 생중계되는 ‘헝거게임’을 모든 구역의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판엠의 독재 체제는 바로 이와 같은 미디어의 장악으로 유지되는데, 무조건인 폭력보다 유일한 생존자를 통한 ‘희망’을 주입하며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판엠의 불꽃’은 4부작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만큼, 판엠의 세계관을 충실하게 소개한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 어덜트 장르의 환상을 깨지 않는 선에서 자칫 눈살 찌푸려질 수 있는 생존 경쟁을 담아낸다. 특히 <헝거게임>속 공간들이 그 좋은 예인데, 영화는 인간의 시간이나 제도 따위가 섞여 완성된 복합적인 공간들을 모아 하나의 국가로 완성시킨다. 게임이 열리는 공간 역시 겉보기에는 가공되지 않은 거대 숲이지만, 공간 속 모든 것들은 최신식 무기와 홀로그램, 즉,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뿐이다. 수도 캐피탈 또한 미래 지향적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인테리어와 의상들은 로마 귀족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고 복고적이다. 중요한 것은 혼용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공간의 결과가 아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는 것에 있다. 누군가는 평생의 부를 누리고, 누군가는 탈출할 수 없는 빈곤 속에 조공인으로 징집되어야 한다. 영화는 소설을 그대로 복원한 것 같은 공간을 통해, ‘판엠’의 독재가 가지는 악행을 자연스럽게 비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또한 어린 동생을 위해 게임에 자원한 정의로운 소녀 켓니스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원군을 등에 업은 켓니스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 여전히 성장 중인 영화 <헝거게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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