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중 가장 흔히 겪는 고민은 아마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될 것 사이에서 겪는 것 같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하고 싶은 대로만 살면 어떨지.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 故 김영갑 선생님은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셨던 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으면 저 궁금증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람과 제주도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지만 외롭기도 했던 섬과 사람. 솔직히 고집쟁이 선생님의 이야기는 때때로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지만 어쩌면 그는 그래서 더 제주도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얼핏 보면 참 멋진 인생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참 풍진 인생이었다. 그에게 찾아왔던 루게릭병은 특히 그랬다. 루게릭병은 사지가 마비되고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삶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다. 그 병과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에서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살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고 여러 치료를 받았노라고. 그런데 병은 낫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을 믿기 힘들었다고.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그가 한평생을 좇은 ‘아름다움’이었다고. 그는 병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의 삶에 주어진 소명과 가치를. 주위 사람들은 병을 안고 갤러리 건설에 매진하는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때 선생님껜 아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 세상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그에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덮으며 김영갑 선생님에 대해 내가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하고 싶은 걸 했던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한 사람이었다. 그 또한 안락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야 했다. 수많은 순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그 섬에 그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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