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부인 표면에 반복되는 삼각형과 육각형을 건축물에 적용하면 어떤 구조물이 완성될까? 죽부인과 건축, 아무리 생각해도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본교 건축학부 학생들이 구조물에 죽부인을 적용해 지난 9월 3일(수) 제10회 서울건축구조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 주인공인 한태호(건축·4), 조성은(건축·2), 최보람(건축·2) 학우를 만나 경진대회 준비과정과 수상소감을 들어보자.

 

  수상 소감이 어때요?
 
  최보람(이하 최): 상을 받더라도 장려상 정도로 예상했는데 금상을 수상해서 뜻밖이었어요. 생각보다 팀워크도 잘 맞고 의견조율이 잘 돼서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도 지금 팀원과 같이 대회에 참여하고 싶어요.
  조성은(이하 조): 이런 대회에 참여하려는 건축공학과 학우들이 적은데 저희가 큰 상을 수상한 만큼 홍보가 잘 돼서 건축공학과 학우들이 용기를 갖고 많은 대회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한태호(이하 한): 대학생활 중 첫 도전이었는데 생각보다 큰 성과를 거둬서 기뻐요. 주변 친구들이 대회에 관심을 갖고 제게 정보를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덕분에 건축구조를 기피하던 친구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좋습니다.
 
 
  서울건축구조경진대회에 참여한 계기는요?
 
  최: 저와 조성은 학우가 먼저 경진대회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저희 둘은 2학년인데 저학년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하면 앞으로 다양한 대회에 참여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한: 저는 대학원에서 건축구조에 대해 공부할 예정이기 때문에 건축구조와 관련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교수님께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려는 2학년 학생들이 있다고 정보를 주셨죠. 알고 보니까 전부터 친했던 조성은, 최보람 두 학우들이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대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팀으로 호흡을 맞추셨는데요.
 
  최: 처음에 저와 조성은 학우 둘이서 작품 구상을 하다가 진전이 너무 느려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건축구조와 관련한 분야로 대학원 진학을 예정하고 있던 한태호 학우를 팀원으로 영입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보다 공부도 많이 했고 나이도 많아서 저희 팀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한태호 학우가 합류하고 나서 팀이 나아갈 방향을 잡았어요.
  한: 두 학우가 제게 합류를 권했을 때 어느 정도 작품의 방향이 정해지고 구상이 끝났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깨닫게 됐죠. ‘아, 내가 틀렸구나.’라고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정말 아무것도요. 부담이 많이 됐죠. 제가 선배니까 더 많이 일을 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생각 외로 두 학우가 자기가 맡은 일을 알아서 잘 해냈고 자신의 생각도 스스럼없이 잘 표현하더라고요. 덕분에 별 탈 없이 대회를 잘 마무리했네요.
 
  출품작 ‘通(통)’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한: 저희 작품은 죽부인을 모티브로 했고 구조물을 설치할 부지로는 노들역 뒤에 위치한 노들나루 공원을 선택했어요. 작품이름인 ‘通(통)’과 걸맞는 의미도 부여했죠. 죽부인처럼 바람이 통한다는 자연적인 의미도 있고, 사람들 간의 소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조 : 한자 ‘通(통)’은 속이 빈 바구니에 바람이 쉽게 빠져나가는 모습에서 유래됐다고 해요. 그래서 바구니와 같은 나무 재질의 견고한 물체를 찾다가 죽부인을 선택하게 됐죠. 죽부인의 표면에서 반복되는 육각형과 삼각형을 T형강으로 만들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최: ‘通(통)’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했는데 지붕은 만들지 않았어요. 비가 오면 원래 사람들이 공원에 모이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부지와 테마에 맞는 조형물을 구상한 거죠. 
 
  다른 팀들과 비교되는 ‘通(통)’만의 특징이 있나요?
 
  한: 대다수의 팀들이 현실에서 구현하기 힘든 구조물들을 많이 출품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시공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았죠. 하지만 저희는 현실적으로 건축이 가능한가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디자인과 시공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구조 시스템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썼어요. 앞서 조성은 학우가 말했던 T형강은 저희가 컨셉을 살리면서도 효과적으로 시공할 수 있도록 선택한 재료라고 할 수 있죠.
 
금상의 종류가 두 가지가 있던데요?
 
  조 : 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상과 대한건축학회 회장상이 있어요. 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상은 건축물의 구조적인 시도를 많이 반영한 팀에게 수여되는 상이고 저희가 수상한 대한건축학회 회장상은 구조적인 면과 함께 디자인과 실현성을 고려해서 수여하는 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대공간을 주제로 구조물을 기획했고 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상을 수상한 팀은 초고층빌딩을 기획했기 때문에 각자 영역에 맞는 상을 수상한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있었다면요?
 
  조: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프로그램을 사용했어요. 주위에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책을 보며 독학했죠. 특히 디자인 작업이 끝나고 렌더링을 해야 했는데 계속된 오류로 렌더링에 실패했어요. 그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 이번 경진대회 마감일이 8월 29일 금요일이었는데 저희 팀이 8월 초에 결성돼서 시간에 많이 쫓겼어요. 마감당일에 작업이 끝나서 출품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죠. 오후 5시까지 한양대로 방문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4시 30분이 돼서야 최종 작업이 끝났어요. 서둘러 출발했는데 네비게이션까지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바람에 정말 끔찍했죠. 
  최: 방학 때 시작한 프로젝트다 보니 팀원들이 모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또 방학기간 중이다 보니 프로젝트를 준비할 장소를 찾기도 힘들었고요.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고요?
  한: 저희 셋 모두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고민할 때 교수님께서 도움을 주셨어요. 마이다스라는 프로그램이 학부생일 때는 잘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시중에 매뉴얼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마감 전날까지 마이다스를 붙잡고 씨름했어요.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마이다스를 개발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선배를 소개해 주셔서 5일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어요. 선배와 한 시간 정도 통화를 
마치고 나서 탄력을 받아 7시간 만에 모든 작업을 마쳤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 세 분이 다시 모일 기회가 생길까요?
 
  한: 저희의 수상을 교수님들께서 많이 축하해 주셨어요. 그동안 구조동아리라는 소모임이 활성화되지 못했었는데 저희 팀을 계기로 구조동아리를 개혁해서 많은 경진대회에 참여시킬 계획을 세우고 계시더라고요. 팀원은 추가되거나 변경될 수 있지만 조만간에 다른 경진대회로 만나게 될 거예요. 그땐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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