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양식도 다르고, 공시도 제대로 안 이뤄져

 

 

  

지난 2007년 교육부는 국내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이 2년마다 1회 이상 대학자체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고등교육법 제11조의2(평가)를 신설했다.

  대학자체평가는 △대학 자율화 확대에 따른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확보 △교육 수요자에 대한 대학교육의 질 보증 체제 확보 △대학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대학평가제도의 효과 제고 △자가진단 및 평가 시스템의 정착을 통한 국내 대학의 경쟁력 제고 △국제적 수준의 고등교육 질 보증 체제의 확대에 대비한 대학의 평가역량 강화 등의 5가지 배경으로 추진됐다.

  이에 따라 대학자체평가는 2008년에 9개 대학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실시됐으며 2009년부터 전체 대학으로 범위를 넓혔다.

 

  평가결과 보고 양식 제각각, 대학 간 비교 힘들어

  대학자체평가를 마친 대학은 평가 자료를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제출된 자료는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시된다. 그러나 전문대를 포함해 400여 개 대학의 자체평가 결과 보고서는 천차만별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대학평가원에 따르면 대학자체평가 보고서는 대학의 특성에 맞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되므로 평가결과에 대한 정형화된 양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학마다 평가결과 자료가 달라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대학 간 비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대학입시전문가는 “대학자체평가가 학부모와 학생의 대학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학마다 보고서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분석하기 용이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평가에 공시된 수치적인 정보만 가지고 대학의 수준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 실질적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지표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자료인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대학평가 자료 공시 ‘총체적 난국’

  공시 항목도 문제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대교협은 대학들이 대학자체평가 보고서에서 14개 분야의 63가지 항목을 공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들은 대학평가내용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경희대에서 올해 공시한 자체평가 자료엔 단과대학, 대학원, 행정부서 및 부속기관의 순위를 나타낸 결과만 존재할 뿐 다른 어떤 정보도 없었다.

  공시방법에 대한 문제도 있다. “교육부는 대학자체평가 결과는 학교 홈페이지와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시돼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지만 서울권 주요 대학 중 △서울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세 곳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 대학자체평가 결과를 공시하고 있지 않다. 또 성균관대는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자체평가 보고서의 목차만 공시하고 보고서 원문은 학교 홈페이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공시정보를 국민들이 알기 쉽도록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하는데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가 어딘지 명확히 표현하지 않아 교육부와 대학 간의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공시용 자료가 원본 자료에 비해 부실한 대학들도 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총 8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을 공시하고 있는데 세부 항목에 대한 현황이나 평가가 포함돼 있지 않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본교 자체평가 원본자료는 대학 내부용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교협 제 역할 못하고 있어

  고등교육 수준 제고를 위해 대교협은 각 대학의 자체평과결과를 점검하고 대학 자체적인 점검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2012년 10월 9일(화)에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음에도 대교협 대학평가원 사이트는 지금까지 개정된 내용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대학자체평가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대교협은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성균관대의 자체평가 자료가 목차만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대학 측에서 자체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면 꼼꼼한 확인 없이 자체평가 보고서를 공시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자체평가 모니터링 시스템 홈페이지(http://selfeval.kcue.or.kr)는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학평가원 관계자는 “대학자체평가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부서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공시된 자료를 관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대학과 교육부 ‘단절’

  교육부와 대학 간의 소통단절도 심각하다. 교육부는 5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대학기관평가인증제와 2년에 최소 1번 이상 실시해야 하는 대학자체평가가 겹치는 년도에 대한 방안을 마련했다. 대학자체평가 보고서를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로 대체해 제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각 대학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홍익대는 2011년 이후 대학자체평가 보고서가 갱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익대 관계자는 “2013년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학자체평가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2013년도 대학자체평가 보고서를 따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라고 전했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기관평가인증을 받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대학자체평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라며 “대학이 이 사항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상반된 주장을 전했다.

 

  자율적으로 시행된 평가는 관대할 수 있어…

  대학 자체에서 실시되는 평가이니만큼 대학자체평가가 공신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게다가 이를 감시해야 할 대교협이 대학의 후원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평가 지표나 결과에 대해 관대하게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실제 상당수 대학의 자체평가 결과에 산출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우수 또는 충족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

  특히 대학들의 자체평가 보고서에 “잘 이루어짐”, “적절히 운영되고 있음”, “개선 필요” 등의 애매모호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학이 어떤 부분에서 어느 정도 강점을 가지는지 또 어떤 개선을 필요로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다. 때문에 대학자체평가가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지표와 공시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양식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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