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이 소방차를 정비하고 있다. 공항에는 비행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항구를 구성하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뒤편에서는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 옆으로는 유럽의 고성과 미국 러쉬모어 산 위에조각된 네 명의 대통령 얼굴상도 보인다. 이쯤되면 여기가 어딘지 짐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도시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살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작은 플라스틱 블록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꿈이 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상상하는 커다란 꿈을 작은 블록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놓았다. 비록 사람이 들어가 살 수는 없지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가득한 이 곳을 나는 도시로 인정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 도시의 이름은 레고랜드(Legoland)다. 들어가기 전에는 어릴 적 갖고 싶어도 쉽게 가질 수 없었던 비싼 장난감으로 가득찬 테마파크를 생각했으나 나올 때는 완벽하게 갖추어진 도시를 체험한 기분을 만끽한다.

  레고랜드는 1968년 덴마크의 빌룬드(Billund)라는 작은 도시 안에 건설되었다. 인구가 수천명에 불과한 작디작은 농촌 마을이었던 빌룬드는 레고랜드의 개장과 더불어 덴마크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가 되었고, 연간 백오십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 자그마한 도시에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이 있다니 그 인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도시로서의 빌룬드는 레고랜드의 다른 이름일뿐이다. 주객전도(主客顚倒)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빌룬드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레고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레고랜드가 문을 연 이래로 남녀노소 가릴 것없이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 이곳에선모든 사람들이 영원히 늙지않는 피터 팬의 얼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과학의 이치와 높은 인격의 합일(合一)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정성스럽게 조립한 블록은 자동차의 엔진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형태의 블록으로는 고층 건물의 첨탑을 만든다. 롤러코스터 조차 레고 블록으로 치장되었으며, 실제로 사람이 투숙하는 호텔 안의 소품도 모조리 블록으로 만들어 채웠다. 이곳에서 블록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이자 도깨비 방망이가 된다. 그러나 블록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조금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고 정교하게 디자인된 블록이지만 다른 블록을 만날 때만이 그 의미를 완성한다. 공생하는 진리와 화합하는 지혜를 단순한 블록의 쌓임에서 배울 수 있다.

  최적화하는 효율성과 분업의 원리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중요성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레고랜드를 권한다. 작은 블록 하나하나가 의미있는 철학적 화두를 던져줄 것이다. 작은 블록에서 커다란 꿈이 자라나는 도시 레고랜드의 경쟁력을 생각하면 왜 덴마크를 북구의 작지만 강한 나라라고 부르는지 잘 알것 같다. 레고랜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라스틱 블록으로 꿈을 만들어내는 장소이자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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