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으로 첫 장편 실사 영화를 선보인 감독 실벵쇼메는 2D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더 친숙한 이름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디즈니’, ‘지브리 스튜디오’와 같은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에 ‘실벵쇼메’의 이름이 낯설 수 있다. 화려한 색감과 스토리에 눈이 익숙해져 서정적인 저채도의 영상, 많지 않은 대사들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을 사로잡는 기발한 발상과 세련된 패러디를 통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프랑스식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열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프랑스 사회가 바로 <벨빌의 세쌍둥이>의 공간적 배경이다.

  감독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자전거’를 오브제로 선택한다. 또한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또 다른 할머니세 사람이라는 접점 없는 인물의 조화를 통해, 병폐가 바퀴처럼 굴러가는 사회에 화해와 소통의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마피아에게 납치된 손자 ‘챔피온’을 구하기 위한 할머니 ‘수자’의 여정으로 구성된다. 부모님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오로지 자전거를 타는 데만 열중했던 기형적인 모습의 챔피온(근육질의 긴 다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는 부러질 듯이 말랐다)은 끌려간 곳에서 꿈에 그리던 자전거를 평생 탈위기에 처한다. 희화화된 자유의 여신상, 하나같이 고도비만인 대중들로 들끓는 불쾌한 도시에서 챔피온은 가상의 스크린 앞에서 무한히 경주하는 인간 경주마로 전락한다. 기계화된사회의 문제를 대변하기 위해 수자는 무한한 모성애를 가진 인물로, 그리고 세 쌍둥이 할머니는 법칙과질서를 벗어난 독특한 방식의 인물로 표현된다. 악기가 없이 집안 물건으로 연주하고, 화기를 든 마피아를 상대로 승리를 취하는 모습은 실벵쇼메만의 현실을 극복하는 유쾌한 상상의 클라이맥스다. 동시에 가슴 찡하면서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실벵쇼메가 그려내는 마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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