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며 흘러가버린 시간과 공간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률관계에서는 심심찮게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법이 원상회복을 요구하면, 요구하는 자는 처음처럼 해 놓으라고 강요를 하게 되고, 요구당하는 자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항변을 하게 마련이다.

  한 학생이 사색이 되어 찾아왔다. 원룸 임대기간이 다 되어 가는데, 집주인이 고장난 변기를 수리한 뒤나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아, 얼마나 고민되겠는가? 입주하여 일 년 정도 사는 동안 그 고장난 화장실에앉아 압박과 분출의 욕망을 해결할 때마다 안간힘을 쓰며 사색이 되었는데, 수리를 요구하는 집주인의 큰소리 앞에 또 다시 돈 문제로 사색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내가 누군가, 해결사 교수님 아닌가, 그래서 한 마디 했다. “걱정 말고, 그냥 방 빼도 되요.”라고.

  임대인(집주인)에게는 “수선유지의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임대인은 임차인(세입자)이 임차목적물(원룸)을 원래 용도대로 사용 및 수익할 수 있도록 현상 유지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룸 내의 시설물이 고장나거나 부서지는 경우 이를 “고칠 의무는 집주인에게 있는 것”이지 세입자에게 있지 않다. 물론 세입자가 부부싸움을 한다든지, 변기통에 망치질을 하여 일부러 변기통을 부순 경우라면 당연히 세입자에게 잘못이 있으므로 변상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연적인 사용에 따른 노후화는 “자연스런 감가상각”으로 임대차 계약 속성상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 벽지가 노후화되거나 개수대가 노후화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월세 받은 대가라고 하겠다.

  통상 임대차에서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경우는, 예를 들어 건물을 빌려 레스토랑으로 꾸민 경우, 다음 세입자가 옷가게를 하고 싶다면 레스토랑의 실내장식이 무의미하므로 원래의 건물상태(아무 치장이 없는 상태)로 돌려놓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처음 넘겨받은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집주인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벽에다 대못을 하나 쾅쾅 박으라!”고 학생에게 말해 줬다, 스트레스 풀기에는 제격이니까. 그리고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한 “나는 대못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라고 시치미 떼면 된다. 자, 지금부터 시치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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