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이 사학연금을 교비로 대납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전체 사립대를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시행해 교비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대납한 39개 대학의 명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개인연금 부담금 △건강보험료 직장가입자 부담금 등 총 1,859억 원에 달하는 개인부담금을 각 대학들이 교비로 대납했다고 지적하며 대납된 개인부담에 대한 환수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 지적된 39개 대학들은 2012년까지 대납한 개인부담금에 대해 올해 3월부터 환수를 실시했다. 
 
  일부 대학, 연금 환수 ‘부당’하다
 
  본교는 2001년 11월 노조와의 협약을 통해,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해 일정액을 적립해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협약에 대해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등을 교비로 대납한 것이라며, 적립금에 대한 환수를 권고했다. 이에 본교 노조는 대학을 상대로 환수 불가 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본교가 매달 정액으로 지급한 연금은 사학연금이 아닌 퇴직연금의 일종이기 때문에 본교가 환수해야 할 채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한신대 교직원들도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에 대해 학교 법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으며 10월 중으로 법원판결이 날 예정이다. 
  계명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계명대는 올해 3월부터 5년 동안 장학금 모금을 통해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환수하도록 계획했지만 사학연금 등의 개인부담금 환수가 부당하다는 본교의 판결을 접한 후 장학금 모금을 중단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숭실대의 판례를 통한 유추에서 환수 조치를 중단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그리스도대와 세종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개인부담금 환수를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스도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5년간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환수하기로 계획했다. 그리스도대 관계자는 “본교는 지난 1997년부터 교직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사학연금에 대한 금액을 임금에 추가해 지급했다.”라며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임금을 지불받은 교직원들이 많아 개인부담금 회수에 반발이 적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연금환수 법적 근거 부족해
 
  교육부는 “대학이 교비회계에서 사학연금 등의 개인부담금을 대납했는데, 이는 사립학교법령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사회질서에 위반되므로 사학연금 등의 개인부담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은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직원들은 학교 측에 사학연금 등의 개인부담금을 반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법무법인 청목 △정부 법무공단 △김·장 법률사무소 등의 3개 기관과 1명의 변호사에게 요청한 법률 자문에서 전문가들은 단체협약에 따른 납부는 적법하며, 「사학연금법」상 지급주체를 정하지 않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교육부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는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구잡이식 권고에 실추된 대학 이미지
 
  교육부의 마구잡이식 환수 권고에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적한 39개의 대학 중 본교의 경우는 사학연금과 관련이 전혀 없었음에도 사학연금을 교비로 대납한 대학들처럼 권고를 받았다.
  사학연금을 대납하지 않았음에도 ‘개인부담금 등’ 이라는 모호한 범주에 포함돼 교육부의 지적을 받은 대학들은 대학 이미지 실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본교 노조 전영석 사무국장은 “본교는 사학연금을 대납하지 않았지만 이번 환수 조치를 통해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라며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교육부의 확실한 대응방안이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사립대학연맹도 환수 조치에 반발
 
  교육부의 무리한 환수 요구에 전국사립대학노동조합연맹(이하 사립대학연맹)도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월 사립대학연맹은 “교육부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 등 보전방안 마련 요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사립대학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특정감사 결과처분 내용을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 없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문제의 본질을 호도 및 왜곡하고 있는 것이 자명하다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사립대학연맹은 총 세 가지 근거를 들어 교육부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첫째로 교육부의 공문에서 조차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등'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둘째로 대학들의 연금대납이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주적 단체교섭권에 의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사립대학연맹은 대학이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지원한 것은 일반적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한 고육책으로 노·사간 단체협약에 의해 지원금이 적법하게 지급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통해 사립대학연맹은 최종적으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지원과 개인연금 지원에 대한 감사의 내용을 법률과 상식에 의해 재검토할 것 △이번 사안과 관련해 대학에 대한 부당한 압력 즉각 중지할 것 △교육부장관은 이번 감사결과에 따른 부당한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징계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갈팡질팡, 갈 길 못 찾는 대학들
 
  이번 사안에 대해 해당 대학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교육부의 환수 조치가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무작정 환수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종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부당한 환수 조치에 대해 섣불리 반발할 수 없는 상태다.”라며 “사학연금 등 개인부담금 환수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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