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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에서 감독까지,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 “가장 친한 영화배우가 누구세요?” 라는 질문에수많은 배우들은 답한다. 그는 바로 박.중.훈, 최고의 인간성을 가진 그가 숭실대에 찾아왔다. 일방통행이아닌 쌍방통행을 강조한 그와의 즐거웠던 대화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배우의 삶을 사실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Yes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제 친한 친구가 숙명여대 겸임교수인데 바쁘더라도 매학기 자기 수업 듣는 학생들 모두를 면담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면담에서 학생들 80%에서 90%는 운다고 해요. 숭실대는 서울에 있는 굉장히 좋은 학교라는 것을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 숙명여대도 그렇고요. 또래에 비해 뒤처지지 않은 학생들이 운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에요. 그런 의미에서 배우를 다시 한 번 하라고 한다면 너무 불안할 것 같아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너무 불안했어요. 제가 꾸는 악몽 중 하나가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배우를 다시 하고 싶냐면 하늘에서 내려준 복이라고 생각해서예요. 저는 취미와 특기와 일이 같아요. 그것이 영화입니다. 얼마 전에 며칠 동안 밤새고 또 10시간 이상 편집을 했어요.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코엑스 메가박스에 가서 또 영화를 봤어요. “내가 진짜 영화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며칠 동안 밤새서 힘든 상황에서도 영화를 봅니다. 이렇게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20대로 돌아가도 영화를 할 수밖에 없어요.

  배우로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이랑 작업을 하셨는데, 무엇으로 사람을 판단하나요?

  처음 만났을 때는 사람의 인상으로 판단하죠. 조금씩 알아갈 때는 그 사람의 태도를 봐요. 사회학자들에 의하면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말로 상대방을 설득한다는 것은 7%가 안 된다고 해요. 나머지 93%는 눈빛과 제스쳐인거죠. 연기철칙 1장 1절도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다.”예요. 배우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남의 인생을 살아야 하잖아요? 그것을 30년 동안 해왔어요. 때문에 사람을 볼 때 직감이라는 게 있어요.

  마지막으로 자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가를 봐요. 자기에게 해줄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잘하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자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가를 보면 인간성이 보여요. 예를 들어서 여기 예쁜 여학생들이 많은데, 특별히 남학생이 장동건처럼 생기지 않은 이상 대학생 때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많이 쫓아다녀요. 20대 때는 남학생이 가진 것도 없고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학생 때는 남녀관계에서 여학생들이 우위에 있는데, 그 때 여학생의 행동이 인간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죠.

  강남에 290억짜리 빌딩을 가지고 계신데, 배우를 해서 버셨나요? 재테크를 해서 버셨나요? 아니면 집이 원래 잘 사셨나요?

  일단 집이 원래 부자였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밑거름을 만들 수 있는 재산을 받지는 못했어요. 제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박중훈 빌딩 290억’이라고 나오는데 부담스러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 해요. 생각해 보세요. 30년 동안 인기를 누리며 살았고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으며, 광고도 200품목을 넘게 했는데 그 정도 돈은 있어야 정상 아닌가요? 그리고 제가 못 살면 저를 좋아해주는 관객들이 가슴아파하지 않을까요? 저는 행복해야할 책임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잘 살아야 해요. 다만 제가 사업을 했다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배우로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박지성 선수가 100억, 200억을 번다고 하면 벌 만큼 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장동건 같은 배우들이 그 돈을 벌면 불로소득 같은 느낌을 가져요. 왜냐하면 박지성 선수는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땀흘리는 모습인데, 배우들은 대중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이 레드카펫에서 손 흔드는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뛰고, 고생하고 다치는 모습은 대중들이 알지 못하니까요.

  감독 데뷔작인 <톱스타(2013)>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마지막에 “다 읽으셨죠? 지금부터 제 의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러지 않잖아요. 영화감독은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박중훈이 연예계에 30년 있었으니까 연예계 이야기를 잘 알겠지.”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예를 들어 제가 두 번째 영화로 살인자 얘기를 쓴다면, 제가 살인한 경험이 없잖아요. 창작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직접적인 경험을 창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간접적인 경험을 자기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톱스타(2013)>라는 영화는 저의 직접적인 경험에 비추어 살벌한 연예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의 펼쳐지는 경쟁을 다룬 영화입니다.

  배우활동을 하면서 힘든 순간은 언제였어요?

  배우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너무 많아서 한순간을 뽑기 어렵네요. 두 가지 상황을 묘사한 시나리오를 한번 들려드릴게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철수는 대학생이다. 강의를 2개 듣고, 친구와 당구를 치고 저녁에 소주에 삼겹살을 먹으면서 인생을 얘기했다. 집에 오니 11시다. 이를 닦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잤다. 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철수는 학교를 왔지만 휴강이 됐다. 알고 보니 휴강이 된 것을 철수만 몰랐던 것이다. 화가 나서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과 부딪혔다. 알고 보니 그는 소매치기였다. 소매치기를 쫓다가 위에서 짱돌이 떨어져서 귀가 떨어질뻔 했는데 알고 보니 짱돌을 던진 사람은 소매치기의 공범이었다. 마침 기계공학과 였던 철수는 가방 속에 있던 공구로 짱돌을 던진 사람의 눈을 찍어 정당방위냐 아니냐로 경찰에 잡혀갔다입니다. 이런 게 바로 영화가 된다는 거예요. 극적이잖아요. 뉴스에서 “영화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났습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배우들은 다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결국에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 믿어야 하는 겁니다. 연기라는 것은 주어진 가상을 현실이라고 믿고 순간을 사는 거에요. 그러면 현실을 믿어야 하는 거죠. 연기하는 배우가 그 상황을 믿지 않으면 관객들은 절대 믿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영화에서 악역을 하고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고, 격한 감정을 쓴 상당수의 배우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뇌를 꺼내서 수세미로 막 닦는거 같은 기분이에요. 감독을 하게 되니 그런 감정노동을 덜 해서 편해요.

  배우로써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된장찌개집이 롱런하려면 된장찌개가 맛있어야 하고 불고기집이 롱런하려면 불고기가 맛있어야 하잖아요. 한 가지 얼굴을 얼마나 깊게 파느냐가 중요해요. 많은 신인배우들이 착각을 하는 것이 ̒이번에 멜로를 했으니까 다음에는 액션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서 등골이 휘어진 중년의 남자, 게다가 대인기피증까지 있는 그 남자의 역할을 최민수가 한다고 생각을 해봐요. 완전 안어울리잖아요. ‘적격’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배우가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하면 안돼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잘했던 것 같아요.

  현재 행복하십니까?

  행복합니다. 일단 제가 사랑하는 가족이 건강하고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많은 시간들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것도 감사하고요. 지금 이 시간도 저에게 집중해주고 있는 여러분들 때문에 행복합니다.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성공하면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행복의 조건에 성공이 크게 기여하지 않더라고요. 저의 성공을 위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고 제 자신을 힘들게 했어요. 제가 다시 생각하기에 행복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것 같아요. 가족과의 관계, 친구들 간의 관계 같은 곳에서 말이죠. 저도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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