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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의 사회과학 서적이나 경제 기사 등에서 한 번 쯤은 봤음직한 이름들.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시카고 대학교 출신이며 신자유주(Neoliberalism)경제학의 심장인 시카고학파(ChicagoSchool)를 구성하는 주요인물이라는 것이다. 개교한 이래 지금껏 백 명에육박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시카고 대학교는 ‘시카고’라는 이름을 거의 모든 학문분야의 ‘학파’에 붙일수 있는 수식어로 만들었다. 도시 이름으로서의 시카고보다는 위대한 학문 분야의 수식어로서의 시카고는 이도시의 품격과 가치를 한층 격상시킨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시카고지만 ‘폭풍성장’을 거듭해 미국 제2의 도시가 된 것을 보면 이 도시 안에 흐르는 열정과 자유주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이 시카고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Windy City’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도시의 마천루 숲을 걷다보면 왠지 알 카포네로 대표되는 마피아의 소굴 같은 느낌도 든다. 밀주를 불법으로 유통하며 거대한 폭력조직의 두목이 된 그는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시카고의 암흑세계를 지배했다. 미시간 호에서 불어오는 거대한 바람의 덩어리는 마피아 생각을 하니 더욱 스산하게 느껴져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러나 존 행콕센터(John Hancock Center)와 시어스타워(SearsTower)로 대표되는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은 한 때 갱단이 판쳤던 시대의 모습을 시원하게 하늘로 날려버린다. 시어스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시카고라는 도시는 프론티어 정신으로 충만한 ‘미국의 미국’을 보게 해준다. 자본주의라는 체제와 자본주의를 더 자본주의스럽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사조의 결합이 만든 한편의 작품 같았다.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아담스미스는 신자유주의 사상의 메카가 있는 이 도시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그가 주창한 경제적 자유주의가 이 곳 시카고에서는 잘 이식되어 자라고 있는 것일까?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촬영된 곳으로도 유명한 필드 박물관 (The Field Museum)은 미국 3대 자연사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의 로비를 지키는 거대한 매머드의 골격과 오대호(Great Lakes) 주변의 모든 동식물을 아우르는 전시관, 미국 식민지 시대 흑인노예의 실생활마저 정교하게 재현해 놓은 특별관을 보자니 왜 이 곳이 일 년 내내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 것 같았다.

  사조로서의 신자유주의를 느끼고, 체제로서의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시카고를 권한다. 시카고 대학교의 캠퍼스를 거닐면서, 바벨탑과 같은 고층빌딩의 모습을 보면서 이 도시가 가진 자유와 성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에서 부는 바람은 스산한 바람이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는 열정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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