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 전통 미술작품의 대부분을 강렬한 인상 없이 여백이 많고, 색감도 화려하지 않아 투박하다고만 생각해봤다. 그러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묘사, 때론 과장되고 역동적인 장면, 호랑이 털을 한 가닥씩 섬세하게 그렸으며 심지어 거대한 병풍까지. 내가 모르는 한국의 아름다운 미술작품들은 정말 많았고 다양했다.

 

  많은 과거의 기록은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아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과 같이 실사를 묘사할 방법이 없던 시절, 우리는 당 시대의 그림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시흥환어행렬도>는 조선왕조의 민본주의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왕이 능행차를 할 때의 긴 행렬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 임금을 상대로 일반 국민이 꽹과리와 징을 치며 ‘격쟁’했다고 한다. 그림 속에는 엿장수며, 아기 업은 아주머니 등 다양한 구경꾼이 있는데, 모두 여유롭고 느긋하며 평화로워 보인다. 이는 당시 조선시대의 정서나 생활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욱 접근해 가까이서 보면, 노인 피부의 메마른 질감이 분명히 느껴지죠? 그리고 이 수염의 묘사가 정말 놀랍습니다. 내려오면서 이리저리 꺾어지는가 하면 굵고 가는 낱낱의 수염이 비틀거리면서 가늘었다, 합니다. 이런 표현, 지금 현대 화가들은 도저히 흉내도 못 냅니다.” <이재초상>에 대하여 저자가 표현한 것이다. 초상화는 보면 볼수록 정말로 사실적이고 세심하다. 속눈썹이며, 동공의 홍채까지 극사실 묘사라고 한다. 무엇보다 수정할 수 없는 그림의 특성상 엄청난 집중력을 요했을 텐데, 나 또한 오주석 작가와 함께 감탄하였다. 어떠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더라도 단지 표면적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웠다.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에는 배경에서부터 작가의 수많은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이를 온전히 작품을 통해 알고자할 때엔 짧은 시간으로는 알 수가 없다. 지금껏 박물관에서 휙 하고 지나쳐온 작품들이 아쉬워졌다. 당장이라도 우리학교에 있는 기독교박물관에 가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다.

 

  최단비(행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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