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마지막 산책글이다. 산책이라는 말은 사람을 여유롭게 한다. 여유롭지 않은 이는 산책할 수 없으며, 한다 한들 산책의 묘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런데 법률산책이다 보니 여유는 고사하고 마음이 분주하고 답답할 뿐이다. 본지 편집장으로부터 법률산책 코너를 부탁받고,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간단한 법률상식들을 소개해 왔다. 학생 여러분에게 유익이 있었으면 한다.                                      

  이번 학기 마지막 호는 아무(?) 이야기나 해도 좋다고 편집부가 아량을 베풀어 주었다. 우리는 명심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 있는 단 하나의 죄, 바로 ‘들킨 죄’가 있다는 사실이다. 들키지 않으면 누구도 비난이나 벌하지 않는다. 들키지않으면 신조차 벌하지 않는다. 법조인 사이에는 일도이부삼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첫째, 죄를 들키면 도망가고, 둘째, 붙잡히면 부인하고, 셋째, 밝혀지면 빽을 총 동원해서 빠져나가라는 것이다. 소위 오리발 내밀라는 것인데, 그것은 아마 닭발이 조금 더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리발 먹어 본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기 바란다.

   지금 우리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 살고 있다. 곳곳의 CCTV가 우리를 감시하고, 신이 놓친 것마저 정확하게 기록한다. 건물과 골목길 곳곳의 감시카메라도 부족해 차량 블랙박스로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기록케 한다.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고 모두가 모두에게 감시당하는 세상에서, 점차 ‘들킨 죄’ 100% 확률의 시대로 다가가고 있다. 들키지 않아서 처벌받지 않는 게 아니라, 감시자들이 처벌할 때가 아니라며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들키지 않았다고 착각할 뿐이다. 언젠가 감시자들은 들킨 죄의 목록을 들이대고 그대를 단죄할 것이다. 살아생전 아니면 죽은 후에도 말이다.

  철저한 기록의 시대, 모든 것이 폭로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신을 만나야 한다. 모든 인간이 창세 이래 너무 많은 죄를 지어 신을 곤고케 하니, 신이 꾀를 내어 그 일을 우리 인간의 손에 맡긴 게 바로 감시카메라인 것이다. ‘감시카메라’를 발명케 하여 서로 벌하게 하는 것이다. 감시자와 피감시자가 서로 얽혀 무한투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취침 중인 신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우리 모두 착하게 살겠으니, 우리에게서 감시카메라를 거두어 주시고 직접 천국의 공의를 실현시켜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들키지 말라!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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