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선거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요.”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A군은 총학생회 선거에 무관심하다. 학교생활이 바쁜 이유도 있지만 최근 드러난 총학생회의 부정선거에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달 고려대에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자퇴하는 사태가 있었다. 이같은 선거에 대한 잡음은 비단 고려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원광대는 한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재투표를 요구했고, 순천대에서는 일방적인 후보 자격 박탈로 인해 논란이 일었다. 선거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는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 누적으로 영구 제적됐고, 서울시립대는 총학생회장과 집행부원들간의 마찰로 탄핵이 발의됐다.

 

 

  낮은 투표율에 후보도 없다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투표율이 저조해 선거가 무산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서울대와 한성대는 올해 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서울대는 투표율 미달로 지난 달 21일(금)부터 연장투표에 들어갔지만 결국 최종 투표율이 46.9%에 그쳐 총학생회 구성이 무산됐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율 미달로 연장투표나 재선거를 치르는 것은 올해로 12년 연속이다. 한성대도 최종 투표율이 39.91%에 그쳐 개표를 할 수 없었다.
 

  선거를 통해 학생회를 구성한 대학들도 간신히 개표 조건만 넘긴 경우가 많았다. 성신여대는 53.46%, 한신대는 51.5%의 투표율을 기록해 과반을 겨우 넘겨 개표할 수 있었다. 본교도 47%의 투표율을 기록해 투표가 무산될 뻔 했으나, 선거를 하루 연장해 57%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학생회 구성이 성사됐다.


  게다가 선거에 입후보하는 사람이 없어 선거가 무산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한국외대는 후보자 등록 마감날인 지난 10월 28일(화)까지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아예 치러지지 못했다. 이에 한국외대는 이달 초 회외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고, 내년 4월 초 보궐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김범(국제학부‧4)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학생회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대도 출마를 선언한 학생이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원칙 없는 부정선거, 학생들의 신뢰마저 잃어

  선거가 무산되는 사태뿐만 아니라 부정선거 문제가 제기된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대학을 자퇴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었던 황순영(정치외교·10) 군은 제 47대 학생회 선거의 중선관위장을 맡았다. 황 총학생회장은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 후보를 도왔으며, “선거홍보물은 1만 부 이내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학생회칙을 어기고 특정후보의 홍보물을 2,000부나 추가 인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선거 당시 온라인 인터넷 사이트 외에 SNS나 전화로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황 군은 SNS 메신저와 전화를 통해 투표 독려운동까지 벌였다.


  원광대는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원광대 학생회 선거에는 총학생회 후보로 기호 1번 라현후(경찰행정·3) 정후보와 기호 2번 박태랑(정치행정언론·4) 정후보가 경선을 치렀다. 선거 결과 라 정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14일(금) 박 정후보와 강유신(경영·4) 부후보는 원광대 학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가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박 정후보와 강 부후보는 선거시행세칙에 규정된 선거운동기간은 5일이지만 4일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상대측 후보가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투표용지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았으며 투표용지도 노출돼 비밀투표의 원칙도 깨졌
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원광대 총동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본교도 지난 2011년 부정선거 논란에 흽싸인 바 있다. 당시 선거는 세 선본이 입후보해 경선을 치렀는데, 어느 외국인 유학생이 특정 선본에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중국어로 적어 붙였다. 이 유학생은 결국 퇴학을 당했고 도움을 받은 선본은 중선관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 중 한 명은 수백 명의 명의를 도용해 대리 투표까지 했다. 당선되지 못한 선본들은 중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며 투표 무효를 주장했으나, 중선관위는 진상조사 후 수백 명의 투표로는 당락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며 무효 주장을 기각했다.

 


  제적·탄핵…총학생회장 자질 우려
 

  당선된 총학생회장이 제적 및 탄핵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9월 1일(월) 서울대 총학생회 이경환(물리천문·05)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됐다. 이 총학생회장은 지난 2008년에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되고, 그 다음해에 재입학한 바 있지만 올해 1학기에 학사경고를 받아 다시 제적됐다. 서울대의 경우 재입학을 한 번만 허용하기 때문에 이 총학생회장은 사실상 영구 제적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총학생회장은 당선된 지5개월여 만에 총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서울시립대에서는 지난 달 14일(금)에 최원준(조경·09) 총학생회장에 대한 탄핵이 발의됐다. 총학생회장이 집행부 절반 이상을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해임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칙에는 총학생회장의 탄핵 사유로 공정하지 않은 기준으로 집행부원의 과반수를 해임하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할 시, 자의적인 공금의 집행을 할 때 등을 제시하고 있다. 탄핵은 전체학생총회를 통해 결정되며 탄핵위원회의 탄핵 보고서가 공식 채택된 직후 열릴 전망이다.
 

 

  총학생회, 소통을 바탕으로 한 투명성 보장돼야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학생들과 소통하고 깨끗한 운영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시립대 조창범(도시공학‧1)군은 “총학생회가 학생들과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해 실망이 컸다.”라며 “이번에 탄핵당한 총학생회장의 일을 본보기로, 끊임없이 학생들과 대화하는 총학생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B양은 “학생회비와 등록금을 깨끗하게 관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미 각 대학 총학생회는 활동내역을 알리려는 노력 등을 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학기 총학생회 활동을 담은 잡지 ⟨관악타임⟩을 제작해 교내 곳곳에 배치했다. 본교 총학생회도 지난 1학기 간식행사에서 간식과 함께 1학기 활동내역 리플렛을 배부했다.


  서울시립대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카페에 총학생회 토론 게시판을 설치했다. 토론 게시판에서는 총학생회 문제에 대해 “학생회장의 해임은 부당했다.” “집행부원들의 탄핵발의는 과도한 처사였다.” 등의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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