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북대학교 김사열 교수는 경북 대 총장직에 출마했다. 김 교수를 포함해 총 7명의 후보자가 나섰고 이들은 치열한 토론과 심사 과정을 거쳤다. 이후 김 교수는 학내위원 36명과 외부위원 12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1순위 후보자가 됐다. 이어 경북대학교 부총장 황석근 총장직무대리가 교육 부에 김 교수의 임용을 제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김 교수의 임용을 거부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 를 상대로 임용 거부 사유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 을 했지만 교육부는 정보공개의 법적 시한일이 지나도 공개 하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경북대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합당한 사유를 듣지 못하고 임용제 청을 거부당한 대학은 경북대 포함 △공주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총 3곳이며, 총장자리 가 각각 △5개월 △10개월 △5개월 째 공석이다.

  김 교수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대학은 법원이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한국방통대 와 공주대의 총장 후보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 했고 법원은 “교육부가 임용 제청 거부의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의견 청취도 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교육부는 이에 불복하며 대법원까지 상고할 예정이다.

 

재정사업을 무기로 

압박 직선제의 문제를 제기하며

간선제로 바꾸도록 유도

청와대 개입 의혹도…

 

  현재 부산대학교를 제외한 모든 국립대학이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바꿨다. 간선제는 학 내·외 인사인 총장추천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1순 위 후보자를 선출한 뒤, 교육부에 추천하고 임명 받는 제도이다.

  사실 대학과 교육부는 전부터 총장 선출 방식 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교육부는 직선제가 각 종 비리와 포퓰리즘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고, 대학은 간선제가 결국 정부의 개입을 불러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대했기 때 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재정사업을 앞세워 간 선제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다. 경북대 교수회 관 계자는 “국가의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 지표 중 교 육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감점되는 부분이 있어 거의 모든 국립대가 간선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인 ‘교육역량 강화사업’과 하위 15% 대학을 가르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평가’에서 직선제 폐지 여부를 평가 지표로 활용했다. 따라서 기존의 직선제 방 식을 고수하던 국립대학들은 교육부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도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두머리를 잃은 그들, ‘정책 결정의 어려움’ 호소

   대학 총장은 대학의 행정 의사결정 과정을 총 괄하는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총장이 없으면 대 학의 각종 사업 추진과 정책 결정에 차질이 생긴 다. 한국방통대 홍보팀 관계자는 “리더의 부재로 인해서 학교의 큰 정책 결정에 부담이 가고 있다.” 라며 “당장 다음 학기의 기성회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현재 국립대 들은 학생들이 제기한 ‘기성회비 징수는 부당하 다.’는 소송에서 패소했으며, 대법원의 판결을 기 다리고 있다. 판결이 원심과 같을 경우 기성회비 를 걷지 못해 재정이 어려워지는 문제에 처하게 된다.

  공주대의 경우 교명 변경 문제가 있다. 천안에 위치한 공주대학교 캠퍼스의 경우 지난 2005년 설립 당시에 약속한 교명 변경을 지금까지 미뤄 왔다. 재작년에 천안지역 14개의 사회단체와 천 안 시의회가 교명변경을 요구하는 범시민 운동 을 진행했었지만, 대학 측은 투표를 통해 현 교 명인 공주대학교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에 천 안시는 공주대를 14년도 재정사업에서 배제했다. 이에 대해 공주대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총 장 직무대리 체재이기 때문에 교명 변경을 결정 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주요 사업도 마찬가지다.” 고 전했다. 총장 직무 대리가 총장의 권한을 위 임 받긴 했으나, 이렇게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총 장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을 하는데 부담이 된다 는 것이다.

 

  학생에서 후보자까지… 임용 거부로 인한 피해 속출

   재학생들도 총장 부재의 피해를 입고 있다. 공 주대 미술교육과에 재학 중인 A양은 “올해 졸업 하는 선배들의 졸업장에 총장님의 성함이 없다는 것에 불만이 많다.”라며 “또 우리 대학에는 총장님 에게 편지를 작성해 민원을 제기하는 제도가 있었 는데 현재 총장의 부재로 전보다 처리가 늦어지 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공주대에서는 총장이 아닌 직무대리의 명의로 학위기가 수여된다.

  임용이 거부된 후보자들도 정신적으로 큰 피 해를 받고 있다. 후보자들의 임용 거부 사유가 명 확히 공개되지 않아 이에 대한 유언비어가 떠돌 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교육부는 지금까지 도 총장 임명 거부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아 여 러 험담과 루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라며 “대학 의 자율성 회복과 내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교 육부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 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총장 공석 사태가 장 기화되면 졸업식과 입학식에 총장이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며,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총장 후 보자들에겐 계속되는 소송으로 금전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피해도 커질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경북대 학생들은 총장 임용 거부 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북대에 재 학 중인 신동민(정치외교·11) 군은 페이스북에 ‘총장 임용제청 거부를 거부한다.’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학생들의 의견도 받고, 국회의원도 만나 면담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경북대 총학생회 허필윤(정치외교·08) 교육위원장은 지 난 2일(월) 국회 앞에서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 부를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세 시간 가량 동안 진행했다.

 

  이유없는 거부 뒤엔 청와대의 그림자?

   교육부가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국립대 총장 을 고르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 한국방통대 총장에 출마한 류수노 교수는 청와 대로부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 라 공주대 김현규 후보자는 청와대로부터 개인 의 자질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한 국립대 교수가 “교육부 고위 관 계자를 만나 임용제청 거부에 대한 이유를 물었 더니 ‘해결하려면 청와대로 가라’고 하더라.”고 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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