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학생들 “우리도 동등한 목소리 낼 수 있어야”

▲ 자료 : 대학교육연구소, 민주당 김상희의원
 

 

  지난해 10월 한국대학법인협의회(이하 대학법인협)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교비회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이사회의 자율권을 제약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심위에서 등록금 회계에 관한 예·결산을 의결하는 것은 최종 예·결산 의결권자인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리다. 대한법인협 뿐만 아닌 학생들도 등심위가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법인협과는 달리 등심위의 진행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적인 등록금 책정을 위한 등심위가 되려 비민주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학생대표가 모두 거부하더라도 진행가능한 등심위

  「고등교육법」 제11조 2항에 의하면 학교는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해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등으로 구성된 등심위를 설치ㆍ운영해야 하며 그 중 학생 위원은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이 되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을 방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은 이 같은 등심위 위원 구성 비율에 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학생 위원들이 과반이 되지 않아 학생들이 모두 거부해도 학교 의사대로 등심위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올해 인하대학교는 다섯 차례의 등심위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생 위원들이 의결을 거부한것이다. 이렇게 학생 위원이 전부 거부했지만, 과반이 넘는 위원이 찬성해서 의결은 진행됐다. 인하대 등심위 구성은 학생 위원 4명, 학교차장단 3명, 교직원노조 1명, 교수 1명, 외부인사 1명으로 이뤄졌다. 이에 인하대 최성범(컴공·10) 부총학생 회장은 “이렇다보니 학생들과 같이 의결을 하자는 건지 아니면 그저 심의만 하고 ‘너네들이 이야기 했잖아.’ 식의 명분만 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상황은 타 학교도 마찬가지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박세훈(자유전공·13) 사회연대국장은 “고려대도 매년 학생위원들이 모두 퇴장하고 결국엔 학교 측 위원 6인과 총장추천 전문가 1인만의 의결로 등록금이 책정되곤 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렇게 학교 측과 학생 간의 등록금 책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학내 구성원 전체의 피해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등록금 고지서가 나오는 날까지 등심위를 완료하지 못해 등록금이 책정되지 않으면, 국가장학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 가재는 게 편?!
 

  등심위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등심위 구성위원 중 관련 전문가를 두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는 학내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사로서 법률적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나 회계사가 주로 선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 선정방식에 관해서도 논란이 인다. 전문가를 학교 측에서 지명하기 때문에, 이 지명된 전문가가 학교 측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송준석(정외·12)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이 지정한 외부 전문위원이라 그런지 대개 학교 측 편에만 서는 경향이 있다. 등심위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외부 전문위원을 학생들과 선임해야 한다.”고 밝히며 학내 구성원들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외부 전문위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청주대학교 총학생회는 등심위의 외부 전문위원으로 선정된 최윤철 변호사에 대해 부당함을 직접적으로 표하고 있다. 최윤철 변호사가 총장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주대 박명원(사회복지·10) 총학생회장은 “최 변호사는 임명권자인 총장과 고등학교 동문이다. 외부 전문위원은 객관성을 띄어야 하는데 총장과 동문인 최 변호사의 판단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학교 측의 자료요청거부
 

  「고등교육법」 제11조 5항에 따르면, 등심위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학교 측은 위원들에게 등록금 산정기준과 학교회계에 관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더해 학교측 위원들이 자료 공개 요청을 기각할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료공개를 거부하는 학교 측의 대부분이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올해 고려대 등심위 학생 위원들은 등록금 책정 심의를 위해 회의비 및 행사비 등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외부에 공개될 수 없는 자료라고만 주장하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료 공개는 됐으나, 제대로 된 자료가 아닌 사례도 있다. 한양대학교는 올해 여덟 차례에 걸쳐 약 1달 동안 등심위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예산이 변경되고 조정되는 부분이 있었으나 이러한 사실들을 학생 위원들에게 바로 공지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학생 위원들은 과거 자료를 가지고 등심위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수정 전의 자료만 받아 정확히 모든 내용을 알고 회의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학교 측이 성실하게 자료공개를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해당 학교가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해야”
 

  지난해 한양대는 등심위 진행 중 외부 전문위원이 갑자기 교체됐다. 초기에 거의 출석을 하지않았던 외부 전문위원은 중요한 사항들이 결정되는 등심위 후반에 들어서야 참석하더니, 급기야 의사결정을 하는 마지막 회의에서는 갑자기 교체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며 학생들은 반발했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었다. 지난 해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신하섭(국어국문·10) 군은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회칙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가 등심위와 관련해 어떠한 방침을 내놓거나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등심위 구성에 대해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학생위원이 과반이 안 돼도 법에 접촉되는 면은 없다.”고 설명하며 “등심위 구성비율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실 학생위원을 제외한 위원들에게는 상한을두고 학생위원들에게는 하한을 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조항으로는 볼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이 관련 전문가를 선정하는 방식에 관해서도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 원래 등심위 취지는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것에 있다. 때문에 위원의 구성에 있어서까지 교육부가 나서서 대표성을 검증할 순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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