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은숙님의 조카(김지은·유아교육·13), 어머니(신은숙·유아교육·12), 신은숙님의 아들(조찬희·융합영재교육·14)이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조성찬 기자 ron@ssu.ac.kr

  본교 교육대학원엔 특별한 관계의 학생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어머니와 아들과 조카가 한 대학원을 같이 다닌다. 신은숙(유아교육· 12)씨와, 김지은(유아교육․ ·13)양, 조 찬희(융합영재교육․ ·14)군, 세 사람은 대학원에서 한 학번 차이의 선후배 관계이자 가족이다. 물과 피가 다 섞인 셈이다. 이렇게 특별한 학생들이 그리는 숭실과 교육의 모습은 어떨까?

  세 분 모두 본교의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셨는데요. 다 같이 동 대학원에 진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신은숙(이하 신) : 유아교육과를 나와서 반평생을 유아교육을 하며 보냈어요. 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했죠. 항상 현장에서 일을 하지만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교육을 해왔으나,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항상 느꼈기 때문에 더 발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남동생인 신재경(정치외교학과․·93)이 본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졸업을 하는 것을 보고 본교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교육대학원장님이 이경화 교수님이더라고 요. 이 교수님은 창의교육에서 아주 저명하세요. 실제로 이경화 교수님이 교육대학원 학생들의 모든 논문을 지도해주시고, 교육 실무와 학업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주셨어요. 이렇게 뛰어난 교수진과 교육과정 등 탄탄한 내실이 본교 교육대 학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김지은(이하 김) : 학부 졸업 후 유치원 교사생활을 3년 동안 하고 있었어요. 교육대학원은 40대, 50대에도 입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교육 실무도 많이 겪어보지 않은 20대 후반에 석사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하고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래도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가족모임에서 이모를 만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했죠. 그런데 이모도 대학원을 다닌다는 것을 듣고 용기를 냈어요. 이모의 강력한 추천으로 본교 교육대학원에 입학하게 됐고, 들어와 공부를 해보니 정말 좋아요. 현재 시흥에 있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숭실대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오히려 더 힘이 나요. 힘들기보다는 선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네요.

  조찬희(이하 조) : 부모님이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셔서 어릴 때부터 늘 부모님을 도와 드렸어요. 아이들과 코드가 잘 맞았어요. 고교 시절부터는 어린이집 행사를 기획하고 PPT 자료를 준비하는 것을 도왔죠. 하지만 과학을 좋아해서 학부는 신소재 공학을 전공했어요.

  신소재 공학을 전공했지만 이게 교육과 전혀 다른 분야라고 여기지 않아요. 좋아하는 분야를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교육과정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학부시절에는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해봤어요. 피아노, 오케스트 라에도 관심이 많아서 음악 공부도 하고 일본어도 공부했어요.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융합영재교육에 대해 알아보다가 제가 좋아하는 분야들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사진 조성찬 기자 ron@ssu.ac.kr

  가족들이 함께 학교를 다니며 좋았던 점이나 불 편했던 점이 있나요?

  신 : 함께 수업을 듣는 것도 좋았고, 쉬는 시간 10분이라도 함께 이야기할 때도 좋았어요.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행동을 잘못하면 서로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던 점은 있어요. 찬희와 지은이가 내 아들, 조카인 것을 알고 있으니, 내 행동으로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어요.

  공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특했어요. 워크숍이나 종강모임에 함께 참석하는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했죠. 소중한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어 행복했어요.

  김 : 가족이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분야를 공 부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죠. 가족 사이에 대화도 깊어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참 좋아요. 가족들과 같은 공부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동기, 선후배, 교수님들께 찾아가 우리 가족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어요. 이를 들은 친지들과 친구들, 교수님들도 모두 부러워하셨어요.

  조 : 기독교학대학원 교학팀 조교로 일을 하기 때문에 사실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지 못했어요. 그래도 오며가며 마주칠 때마다 서로 격려해 줬어요. 어머니가 논문을 쓸 때는 오타가 있는지 교정을 봐드렸고, 과제를 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 사용법 등도 알려드렸어요.

  그리고 비슷한 전공을 공부하다보니, 어머니와 집에서 식사할 때도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대화만 나눠도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는 거죠.

사진 조성찬 기자 ron@ssu.ac.kr

   대학원 졸업 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세요?

  신 : 저는 작년 8월에 졸업했어요. 지금은 유아 교육기관 운영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 오래전부터 학교를 운영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나니 그 소망이 더욱 커졌어요. 이젠 가족을 비롯한 후배들이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터를 닦는 것이 제 역할 이라고 생각돼요. 그래서 본교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저만의 제대로 된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 후배들이 교육자로서의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조 : 대학원에 입학한 첫 학기에는 공대에서 공부하던 방식과는 많이 달라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3학기에 접어든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융합영재교육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이경화 교수님과 태진미 교수 님께서 용기도 주시고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 해요. 특히 과학 프로그램 등 다방면의 영재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싶어요.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마음과 비슷해요. 제가 공부한 다양한 분야를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 수업을 듣는 지금은 더욱 공부에 대한 욕심과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커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계속할 생각예요. 그리고 앞으로 유아를 위한 교육봉사도 하고 싶어요. 먼저 지역사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세계 곳곳의 아이들까지도 교육봉사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사진 조성찬 기자 ron@ssu.ac.kr

   대학생활 중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혹은 아쉬운 점이 있나요?

  신 : 교수님들 사은회가 인상 깊었어요. 형식적인 자리로 끝나지 않고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기들과 함께 교수님들과의 추억을 담은 영상물을 제작해 교수님 들께 보여드렸어요. 교수님들께 받은 것에 비하 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정말 기뻐하셔서 준비한 동기들도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사실 대학원을 다녔던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설렜어요. 그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값진 시간이었거든요. 그 동안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기관을 운영하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강의 시간에 단 한 번도 졸 아본 적이 없었어요. 매일매일 정말 기쁜 마음으로 등교했어요.

  숭실대학교는 세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신 :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싶었던 저에게 본교는 ‘가교’의 역할을 해 줬어요. 현장 에서의 일과 학업의 열정을 이어줬거든요. 덕분에 넘어가기 힘들었던 굴곡진 삶을 무난히 지나게 됐어요. 현장에서 채울 수 없던 부분도 배웠어요. 그러고 나니 이젠 교육기관을 운영하는데 더 자신감이 생겼고 뒷심도 발휘할 수 있게 되었 어요.

  이렇게 학교에서 제가 얻어간 것이 많아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본교 교육 대학원을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가족을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의 지인들이 교육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김 : 가고자하는 인생의 방향을 확실히 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든든한 동기와 선후배, 교수님을 만나게 해주었어요.

  조 : 인생의 2막이라고 생각해요. 공학에서 교육으로 방향전환을 했거든요. 사실 처음엔 아버지께서 제 전공인 신소재공학을 살려서 취업하기를 바라셨는데, 어머니가 설득해주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도 이제는 저를 격려해주시고 있어 기뻐요.

  대학과 사회 경험 모두 풍부하신데, 이번에 새로 입학하는 15학번 새내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 있나요?

  신 : 주저하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도 유아교육과를 보내고 싶었지만, 본인의 의사로 언론홍보학과에 갔어요.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젊은 친구들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 :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려운 상황 또는 스스로 만든 한계에 갇혀‘이건 안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조금 힘든 과정이 될 것 같아도 용기 있게 도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조 : 개인적으로는 학부생 때가 가장 아쉬워요. 신입생들은 여행을 많이 다니세요. 그리고 생각한 일을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어요. 기차여행 ‘내일로’를 가지 않은 것이 아직도 후회돼요. 이 외에도 하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실행하지는 못했어요.

  사실 취업하고도 여행 다니고 놀 수는 있죠. 하지만 체력도 마음도 그만큼 열정적이기는 힘들어요. 그러나 1학년 때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있을 텐데, 그때 행복했던 여행의 추억 등을 꺼내보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밑천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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