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에 제작된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은 ‘국보거울’이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하다. 당시 거울은 얼굴을 비추어 보는 용도가 아니었다. 옷이나 목에 걸어 사용한 신의 물건이었다. 이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부족을 대표하는 제사장이었다. 따라서 제사장이 거울로 태양을 반사하여 신 의 빛을 인간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신의 대리자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즉, 거울은 우주의 은혜를 인간에게 투영하기 위하여 제작된 신물(神物)이었던 것이다. 이 국보거울은 사물을 비추는 거울면과 아름다운 기하학무늬를 채워 넣은 문양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이 시기 청동 거울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보거울이 우리 박물관에 오기까지 사연도 기구하다. 유물은 1960년대 논산 훈련소 군인들이 참호를 파다가 발견하였다. 청동방울도 함께 출토되었는데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되어 있는 국보 제146호 전 논산 청동방울 일괄이다. 서울대학교 고(故) 김원룡 교수의 소개로 국보거울은 숭실대학교로, 청동방울은 삼성리움으로 보내졌다. 자칫 우리 박물관의 국보거울이 삼성미술관으로 보내질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국보거울은 아주 미세한 모래입자(주물사)로 문양틀을 만들어 주조하였다. 직경 21.2cm의 문양면에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삼각형, 선, 원 무늬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특히 13,000 가닥의 선문이 아름다운데 머리카락 한 올 두께에 선이 평균 3가닥 들어갈 정도로 아주 미세하다. 최근 인간문화재 주물장이 3년 동안 재현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할 정도로 현대의 첨단 기술로도 재현이 불가능한 국보 중의 국보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로 선사시대 나노기술의 DNA가 현대까지 전해져 내려온 결과이다.

  지금 최첨단 나노기술의 DNA를 박물관 3층에서 대면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