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일의 개강을 앞두고, 겨울동안 움츠려 있던 캠퍼스 내의 생명체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미 지난 구정에 봄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를 넘겼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앞두니 교정 여기저기에 청초한 초록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

  일본열도는 아마 이맘쯤이 되면, 남쪽에 위치한 큐슈(九州)에는 이미 매화의 고매한 향기가 전령사(傳令使)가 되어 봄의 소리를 전하고 있을 것이다. 뒤이어 일본을 상징하는 사쿠라(櫻, 벚꽃)가 남태평양의 오끼나와(沖縄)에서 출발해 2개월에 걸쳐 북상을 거듭해 전국을 옅은 핑크빛 색으로 물들게 할 것이다.

  예로부터 일본에선 “꽃은 사쿠라, 사람은 사무라이(武士)가 으뜸”이라고 하듯이, 왕실 문장(紋章)인 국화(菊花)와 함께 사쿠라는 일본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쿠라는 헤이안(平安)시대부터 서민들에게 친숙하게 됐으며, 에도(江戶)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자연스럽게 나라 꽃(國花)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벚꽃은 산수유, 개나리와 함께 봄의 왈츠를 알리는 꽃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사쿠라는 일시에 피고 지는 청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전통과 미덕으로 삼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武士道)’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벚꽃이 5일 전후의 짧은 기간 동안에 화려하게 피었다가 한떨기 꽃잎이 되어 흩날리는 모습은 사무라이의 청렴성과 사생관(死生觀)에 비유되기도 하고, 또한 일본인의 인생철학을 나타내는 심벌로 묘사되기도 한다.

  오늘날 사쿠라가 개화할 즈음에는 그 이동경로를 알리는 ‘사쿠라 전선(前線)’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만개지역을 중심으로 일본열도(列島)가 후끈 달아오른다. 이른바 ‘하나미(花見)’로 불려지는 벚꽃놀이의 명당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양보불사의 ‘바쇼도리(場所取り)’경쟁이 있게 되고, 밤이 새도록 가족은 물론, 친구, 회사 단체들이 구성원과 함께 음주가무에 흠뻑 빠지는 ‘요자쿠라(夜櫻)’는 봄을 상징하는 친근한 풍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사쿠라는 일본의 자연친화적인 문화와 일본인의 집단지향적 속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만물이 소생할 즈음, 일본인은 사쿠라의 아름다움에 도취하고, 술과 가무에 취한 채 따사로운 봄날을 맞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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