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금),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ㄱ대 시각디자인과 2015년 신입생 관리 대폭발’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에는 ㄱ대 시각디자인과 학회장인 A씨가 보낸 이른바 ‘15학번 행동지침’이 캡처돼있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A씨는 “저와 대의원B를 학회장님과 대의원님이라고 부르고, 선배들은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라. 언니, 누나, 형, 오빠라는 호칭 쓰지 말라.”고 말했다. 또 “(술을 마실 때는)학교 앞에서 문자로 ‘누가 어디서 술을 마십니다.’라고 보내 달라.”며 “문자를 안 보내고 학교 앞에서 술을 마실 시 그 이후부턴 시각디자인과 15학번은 학교 앞에서 술을 못 마신다.”라고 말했다. 게시글이 화제가 된 후 선배 B씨는 “(캡쳐본을 유포한 사람들)여기서 자백 못하겠으면 학회장님이랑 대의원님한테 사과드리고 사진 퍼진 곳에 다 내려달라고 부탁해.”라며 “수업도 안 들었는데 혼나긴 싫다. 죽빵 후리고 싶다.”라며 협박했다.

 

지난해 3월에는 덕성여자대학교 생활체육학과 내 기강 잡기 문화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C양은는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14학번 신입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C양은 게시글을 통해 “우리학교 생활체육학과는 여태껏 문제가 된 다른 대학교 기강 잡기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에서는 △화장 및 치마금지 △운동복 금지 △다나까 사용 등의 불합리한 신입생 행동 규범이 신입생들에게 강요되고 있었다. ㄱ대와 같이 논란이 된 후 내부고발자에 대해 엄포를 놓는 학과 선배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C양을 향해 ‘도끼로 찍고 싶다.’ ‘너 기다리고 있다.’ 등등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대학 내 기강 잡기 문화는 앞의 두 사례뿐만 아니라 본교 및 서울여대 그리고 경희대 등에서도 나타나며 대학가의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이 나타났다.


기강 잡기에 고통받는 학생들


   이와 같이 신입생들에게 기강을 잡으려는 행동은 신체 상해 및 학업 중단 등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부산 ㄴ대학 스포츠건강학부에서 신입생 기강을 확립한다는 이유로 선배들이 쪼그려뛰기 및 엎드려뻗쳐 등의 가혹행위를 한달이 넘도록 신입생들에게 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을 잃은 D학생은 쓰러지면서 치아 두 개가 부러졌다. D학생은 학교에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가혹행위는 계속됐다. 결국 D학생은 자퇴를 해 학교를 떠났다.

기강 잡기에 못 이겨 전과를 한 학생도 있다. 수원의 ㄷ대학교 E학생은 "과거에 선배들도 기강 잡기 문화를 싫어했으면서 왜 후배에게 똑같이 하는지 모르겠다."며 "졸업한 03선배가 와서 기강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과를 해서 앞으로 학교생활이 막막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F학생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선배들이 집합을 걸어 택시타고 학교에 간적이 많다."며 "택시비가 많이 나와 차라리 집에 안가고 학교에서 생활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학생회도 이 같은 문화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서울 ㄹ대학교 생활체육학과 학생회 G학생은 “어떤 제도던지 처음엔 문제를 개선하려고 만들어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처럼, 기강을 잡기 위한 규율도 그런 것 같다.”며 “예를 들면 머리 묶기와 화장금지 규율은 여학생이 운동을 할 때 머리를 묶어야 하는 것과 수영 수업을 할 때 화장을 지우는 것 등을 위한 것이었는데, 상시에도 이 규율이 적용되는 것들은 과하다. 고쳐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신입생 기강 잡기… 대책은?


  교육부는 지난해 3월 대학교육협의회와 논의해 대학가의 계속되는 군대문화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6일(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며 학교측에 공문을 보내는 등 주의를 줄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는 학교 측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대학교 기강 잡기 문화’ 피해에도 안일한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기강 잡기 등으로 논란이 된 ㅁ대학교 학생서비스팀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사실 학교 측에서 다루기 조심스럽다. 전체 학과가 그런 것이 아니라 특정 학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서, 전체적인 교육을 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면 마치 학교 전체에 만연한 문제 같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정한 학과의 문제에 학교본부가 하나하나 나설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래도 문제가 발생하고 민원이 들어오면 충분히 조사를 한 뒤 조치를 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학과에 공문을 보낸다.”라고 전했다.

한편 기강 잡기 문화를 오히려 인정하는 일부 교수들도 있다. 지난해 ㅂ대학교의 ‘기강 잡기’ 사건의 피해자 H씨는 현재 자퇴한 상태이다. H씨는 해당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H씨에 대한 뒷담화를 하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 대학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자퇴를 선택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선배들의 불합리한 규율 강요와 집합때문에 교수에게 상담신청을 했으나 교수가 “우리도 어려운 생활을 견디며 생활했다. 너희도 참고 견뎌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력하고 있는 대학교는?


   이처럼 ‘신입생 기강 잡기’ 문제에 관해 일부 대학들은 경고 및 징계와 같은 사후 약방문 정도의 조치에 그치고 있다. 이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도 있다. 신입생 기강 잡기 논란이 있었던 덕성여대에서는 지난해 5월 ‘체육문화 진흥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 단국대학교 강신욱 국제스포츠학과 교수의 지도 아래 △고려대 △경희대 △명지대 등 총 10개 대학의 학생들이 ‘신입생 기강 잡기’ 해결책에 대해 토론을 했다.

당시 세미나는 ‘체육계열학과 신입생 길들이기 문제와 대책’을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에서 강 교수는 "생활체육학과 내 긍정적인 문화 계승은 해당 학과 교수들의 손에 달려 있다."며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 사이의 신체 및 언어폭력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는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기강 잡기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에 힘쓸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의 호남대학교도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무알콜과 지역봉사, 그리고 전공특화 등 세 가지를 결합한 엠티를 앞세워 신입생 기강 잡기 문화를 없애려 하고 있다. 주로 엠티에서 선배들이 후배를 상대로 기강을 잡으려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호남대 조리영양학부는 엠티에서 요리를 해 마을 노인들에게 시식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인터넷소프트웨어학과는 마을 내의 소외가정을 찾아 인터넷, 컴퓨터 사용법 등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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