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연형 기자(hyh0767@ssu.ac.kr)

※ 지난주에 이어 계속되는 인터뷰임을 알려드립니다.

 

학생회에 대한 생각은 알았다. 그럼 이제 공약 얘기를 해보자. 먼저 ‘수강신청 장바구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수강신청 장바구니를 학우들에게 약속한 취지는 우리 학교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수강신청은 여전히 구식 제도로 운영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할 때마다 원하는 강의를 못 들어서 난리지 않나. 이번에 입학한 새내기들한테도 수강신청제도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총장님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고.”

 

총장과는 어떤 얘기를 했나?
“꼭 수강신청 때문에 만난 건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때 ‘왜 이렇게 수강신청 제도가 구식인가. 다른 학교들을 좀 참고했으면 좋겠다. 학교가 발전하고 있으니 이런 구식의 제도들은 털어버려야 한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빨리빨리 개선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했었다.”

 

필요성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추진은 얼마나 됐나?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학우들이 무슨 방식을 선호하는지 조사 중에 있다. 어떤 방식들이 있는지 학우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의 장바구니 제도를 조사했다. 먼저 수강신청하고 싶은 과목을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 제도가 있다. 장바구니에 담은 과목들 중 과목을 담은 인원이 정원을 넘지 않는 경우에는 자동신청이 되고, 안 넘으면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또 장바구니 조사를 여러 번 시행한 뒤 인기가 많은 강의를 분반한 다음에 조절하는 등의 방식도 있다. 아무튼 이번 학기 중에 속히 조사를 끝마치고 학교와 얘기를 해서, 오는 2학기부턴 반영이 됐으면 한다.”

 

등록금 인하도 주장했으나 결국 동결로 그쳤다. 작년에 만났을 땐 이에 굉장히 자신감 있어보였는데.
“학교와의 관점의 차이가 너무 컸다.”

 

관점의 차이라니?
“음. 충분히 등록금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해도 학교는 이를 ‘저축해야 한다.’라고 보더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록금 책정 기구)에서 논의할 당시 우리 측 위원(등심위 학생 위원, 본교 등심위는 학교 측 위원 5명과 학생 측 위원 5명, 그리고 외부전문가 1인으로 구성돼있다)들이 등록금 인하의 논리를 찾아내기 위해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해보자고 작정했다. 그래서 예산항목들 다 엑셀로 옮겨가며..소모적인 비용들, 즉 감면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계속 찾았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학교의 답변은 그랬다. ‘줄여서 남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저축을 해야지 왜 등록금 수입 자체를 줄이려고 하나. 그리고 학교 재정이 어려운데 등록금을 낮추면 과연 그게 학생들에게 혜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여기서 관점의 차이가 확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듣고 학교 본부가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등록금의 부담감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더해 이렇게 기업 논리로 학교를 운영하고 바라봐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아무리 논의가 타당해도 구조적으로 학교 측 위원들이 배 째란 식으로 나오며 ‘학교가 어려워 안 돼.’라고 말하면 절대 인하가 안 된다. 심지어 학생팀 쪽에서도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 학교가 타 학교와 비해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한다. 가결산 자료를 받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대체로 요구한 자료들은 대부분 받았으니..”

 

어쨌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똑같은 공약을 두 번이나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맞다.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고 면목 없다. 그래도 본인을 포함한 학생 측 위원 모두 어느 때보다도 더 고생을 했다는 사실은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 학우들을 위한 경비 확보를 위해서도 최대한 노력했다. 예를 들어 경상관이 좀 춥고, 기름 난로 같은 노후화된 시설도 많다. 그래서 ‘학교의 유지보수 예산을 이런 곳에 최우선으로 써라.’ 라는 얘기를 했고 학교 측에서도 동의했다.”

 

재수강을 들을 시 A-까지만 학점을 취득하도록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그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사실 이 A-의 제한은 지난해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할 때 합의가 된 부분이다. 당시의 판단이 잘못된 건가?
“당시 이를 담당했던 직원과 A0까지는 제한을 할 수 있는 건 괜찮겠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실수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그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교무회의에 직원이 이를 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후일 A-까지 제한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라고 물어보니까 ‘깜빡했다.’식의 답변을 들었고..그래서 ‘2학기 때는 바꾸자.’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학기가 지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바뀌어버리더라. 아무튼, 선거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그렇고 학생들에게 이에 대해 의견을 많이 물었다. ‘재수강했을 때 페널티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A-제한은 너무 과하다. A0 정도는 페널티로 적당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래서 이 의견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이미 지난 2학기 때부터 시행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도 시행이 될 테고. 큰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이번 2학기까지도 시행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미 이 제도를 통해 성적을 제한받은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소급해서 올려줄 수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문제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학교가 이렇게 제도를 만들어놨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본다. 그래도 해당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어려운 문제다. 고민을 좀 해봐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두는 것 보다는 앞으로 더 불만을 표할 학생들을 고려해 이 성적 제한 기준을 완화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능성에 대해선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지금 교육부에서 내놓은 대학구조개혁 평가 중 성적제도에 대한 내용(성적 인플레 제한)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다른 대학들도 재수강 제도들을 본교보다 더 어렵게 바꾸고 있는 것 같고..”

 

기숙사 통행금지 시간 얘기도 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자정으로 설정돼 있는 통금 시간을 늦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던데.
“요즘 학우들, 다들 공부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쁘다. 이렇게 바쁜 생활에 쫓기다보면 어느덧 12시가 훌쩍 돼버린다. 이러다보니 오히려 아예 안 들어가 버리는 학생도 많은 것 같다. 차라리 이런 것보단, 한 시간만 늦춰 학우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하는 게 어떨까 한다. 만약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거나 해도 막차가 보통 새벽 1시 전에 끊기니 이때쯤이면 다 집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아직 기숙사 측과는 얘기가 많이 되지는 않았다. 심층적인 논의를 위해 다른 학교들 사례를 조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학우들의 의견도 조사하고 있고. 그런데..사실 기숙사 상대로 얘기하기가 많이 힘들다. 기숙사가 학교와는 전혀 다른 외부업체고, 단순히 계약을 따내 지금 ‘장사’를 하고 있는 민자기숙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학생회의 말이 잘 안통하고..비협조적인 부분이 있다. ‘우리 나름대로의 경영 방침이 있다.’ 그런 생각이 강해보인다. 지난번에도 2월 말이었던 새터기간 중에 새터에 온 학우들 기숙사에서 잠깐 머물렀던 것. 하루만 더 연장해 보려 했는데 해결하기가 되게 어렵더라. 만나자고 하는 것도 힘들었고..또 만나서도 얼마나 논의를 했는지, 쉽지 않았다.”


이젠 학교에 대해 얘기를 한 번 해보고자 한다. 먼저 과거 총학생회들은 항상 “학교가 학생 관련 행정을 총학과 논의 없이 추진한다.”라며 불만을 표하곤 했다.
“아직도 그렇다. 지금도 그 추진 과정을 학생회가 알아채고 개입을 해야 논의가 이뤄지는 식이다. 사실 이는 학생팀에게도 맨날 불만을 표하는 부분이다. 최근엔 생활문화관 리모델링이 완료되고 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본지 1136호 참고)에 대해서 크게 화를 냈었는데, 이동하는 부서들의 빈 공간 활용에 대한 계획을 또 총학과 논의 없이 했더라. ‘우리가 사무실들이 이동하는 걸 보면서 알아야 하는 건가.’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팀에 강하게 말했다. 서운해할정도로 아주 많이. ‘우리가 학교에 24시간 동안 대기를 하고 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눈치채고 들어가야 하는 거냐. 이런 식이면 학생팀이 필요가 없지 않냐.’고. 그래도 작년에 총학을 일 년 해보니까 어느 시점에 논의를 들어가야 하는지 대충 감이 온다. 내년에 새로 선출되는 총학은 아마 이 감을 잡지 못해 많이 힘들어 할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학교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몹시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좋은 동기와 선·후배들을 만나서 학교를 정말 재미있게 다녔다. 그리고 훌륭하신 교수님들도 많이 만났다. 그분들 밑에서 수업도 재미있게 들었고..내일 수업이 흥분되고 기다려질 정도였으니까. 이런 것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던 것 같다. 앞으로의 후배들도 만족하고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앞에서 학교를 좀 비판하긴 했지만..그래도 아직까진 학교의 순수한 교육에 대한 정신이나, 정직한 모습도 좋다. 만약 내가 지금 무슨 학교든지 갈 수 있어 선택하라고 해도, 본교에 다시 진학할 것이다.”

 

곧 졸업하는데,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총학을 하다 보니 ‘정치할거냐’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아무튼 정치에는 관심도 없다. 그렇다고 사업도 할 생각이 없다. ‘대표’라는 것이 내겐 굉장히 부담이고,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몸도 마음도 다 힘들다. 그래서 그냥 평범한 회사원을 꿈꾸고 있다. 수학과이기도 하고, 또 이를 좋아해서 전공을 살리고 싶다. 특히 보험계리나 리스크 분석 쪽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관련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연구도 더 해보고 싶다. 공부를 좋아하다보니 이런저런 욕심이 많다. 그래도 일단은, 나를 믿고 지지해준 학우들을 생각해 눈앞의 총학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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