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 평가 코앞에 두고 발등에 불 떨어져

 

 

  최근 여러 대학들이 성적평가 방식 및 재수강 제도 등을 변경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기존의 절대평가 과목들을 전면 상대평가로 바꾸고, 일부 과목들은 차등적으로 학점을 매기는 것이 아닌 P/F 평가를 하도록 했다. 상대평가 과목들도 유형을 나눠 A‧B학점의 비율을 다르게 매길 예정이다. 동국대학교의 경우 지난 2학기 성적평가부터 A학점 취득 가능 비율을 30%에서 25%로 낮추고, B학점 취득 가능 비율은 40%에서 45%로 올려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모든 과목을 전면 상대평가로 바꾸고 재수강 가능 한도를 최대 5개로 하는 것으로 성적제도를 변경했다. 또한 이전에는 재수강 시 A+학점까지 받을 수 있었으나 최대 A0학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이외에도 본교를 포함한 △경희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홍익대학교는 △절대평가 수업 축소와 상대평가 수업 확장 △재수강 요건 학점 제한 △재수강 시 얻을 수 있는 학점 상한선 제시 △A학점과 B학점의 비율 축소 △교양·전공과목 이수 최대 학점 조절 등의 학사 제도를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대학들

  이러한 배경에는 교육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이 있다. 이번 4월부터 진행되는 대학구조개혁은 교육부가 전국 대학들을 평가한 뒤 A등급부터 E등급까지 5개의 등급으로 분류해 각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D등급과 E등급에 배정되면 A‧B‧C등급에 비해 △강제 정원 감축 △정부재정지원사업 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 대출 제한처럼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 많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최소 C등급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B‧C등급과 D‧E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이다. 대학들은 이 중 적은 예산을 들여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학사관리의 기준을 우선 충족시키려 한다. 학사관리의 세부 평가 지표 중 하나에 학생평가가 있는데, 이는 ‘엄격한 성적 부여를 위한 학교의 제도 운영’을 주로 평가하므로 이 부분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최근 대학들이 성적평가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본교 기획·평가팀 박근영 계장은 “(대학구조개혁에)많은 대학들이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여러 대학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자의 등급을 확인해보고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자료이고, 정성평가에서도 어떤 식으로 점수가 들어갈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대학들이 일단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본교는 지난해 A학점 취득 비율을 40%에서 30%로 변경하고, 증명용 성적표에 F학점 및 재수강 여부가 표기되도록 하며 학점포기제도도 폐지한 바 있다. 또한 재수강 시 성적도 최대 A-까지만 취득할 수 있게 했다.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도 심각해

  한편 대학구조개혁 평가 외에도 학점 인플레이션(이하 학점 인플레)이 심각해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학점 인플레란 대학이 학생들에게 실력 이상으로 높은 학점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한 예로, 최근 절대평가 수업을 전면 상대평가 수업으로 바꿨던 한국외대의 경우 지난 2013학년도 졸업생들이 취득한 A학점 비율이 75.8%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2위, B학점 비율이 99.8%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학점 인플레가 심각할 경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성적평가 변경이 대학구조조정과 관련된 것이긴 하나, 사실 작년 여름부터 한국외대의 학점 인플레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성적 평가 방식 변경을 논의 중에 있었다.”고 답했다.

 

교내 구성원들, 제도 변경에 대한 의견 엇갈려…

  이렇게 학사 제도들이 변경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학생들이 있다. 한국외대와 마찬가지로 홍익대는 절대평가로 진행되던 3‧4학년의 모든 수업의 성적평가를 상대평가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 학생 A양은 “학교가 학생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이나 국가장학금을 받으려는 학생들은 (대학구조개혁에서)낮은 등급으로 평가받아 불이익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뿐만 아니라 낮은 등급을 받으면 실추될 학교의 명예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학교의 제도 변경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도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12월, A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비율을 30%에서 20%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더해 수업 특성상 절대평가 제도를 유지했던 예술 관련 수업까지 상대평가로 바꿨다. 덕성여대 박수현(법학·11) 총학생회장은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해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변경이 너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지에 그쳤다.”며 “학생들에게 시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학교와 논의해 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학생 B양은 “영어과목이나 소수어과 수업의 경우 전공자나 원어민을 따라가기 힘들다. 또한 어학 능력 평가 시험이 학점 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당장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수들도 변경된 성적평가 방식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김장호 교수는 “A학점을 줄 수 있는 비율이 줄어드는 경우 학생 간 점수 격차가 적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점수대가 비슷한 학생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줄 수 없으니 오히려 A학점을 부여 가능한 비율보다 낮게 주는 경우도 생긴다. 이외에도 1·2점 차이가 한 등급의 차이로 평가되는 등 학생들이 불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대학들에 자율권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교육부의 강압적인 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삼호 연구원은 “교육부의 구조개혁 때문에 각 학교들이 갑작스레 학사 제도를 변경하고 있고 이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교육부가 대학을 수치상으로 서열화하는 데서 벗어나 대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특수한 수업은 절대평가를 유지하거나 총학생회와의 논의 하에 결정을 철회하거나 바뀐 성적평가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성적정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학생들의 반발로 작년 2학기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계획을 이번 학기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한 성적정정위원회를 결성해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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