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목), 강원도에 있는 A대학교의 이른바 ‘기강 잡기’ 현장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돼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속에서 후배로 보이는 학생들은 상·하의를 탈의한 채로 기합을 받고 있었고, 선배로 보이는 학생들은 군복차림으로 후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단 위 사례뿐만 아니라, 대학 선배들이 후배들을 상대로 기강을 잡는 것은 대학가의 전반적인 문제다. 매년 여러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기합을 주거나 강압적인 규율을 강요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본교에서도 지난해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었다. 지금의 선배들도 과거엔 신입생인 시절이
있었을 테고 그들도 신입생 기강 잡기의 피해자였을 텐데, 무엇이 그들을 악마로 만들었을까? 분명 그들은 신입생 시절 ‘이건 부당한 일이고 앞으로 이런 일은 발생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선배가 되면 ‘나만 당했던 건 정말 억울하다. 남들도 똑같이 당해야 공평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같다. 이런 뒤틀린 보상심리가 이들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탈바꿈시킨다.

  학교의 문화는 학생들이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가 기강 잡기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건전한 의식이다. 그들이 스스로 깨우쳐야 그들의 문화도 변한다. 지성인들이 모이는 대학교에서 매년 행해지는 문화가 기껏해야 ‘기강 잡기’라면 정말 부끄러운 일 아닐까? 진정
한 지성인이라면, ‘내가 선배가 되었을 때 이런 불합리한 문화를 없애겠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스스로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기강 잡기 문화를 타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입생들에게 대학교는 ‘로망’ 그 자체이다. 하지만 로망인 줄 알았던 곳이 사실은 지옥이었고 그곳에서 큰 상처를 입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그들에게 실망보단 희망을 주는 진짜 대학생다운 선배가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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