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의 문제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3년도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시각장애 발생원인 중 사고나 질병 등의 후천적 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0.8%이다. 이를 고려하면 시각장애인의 문제를 내 일처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이하 실로암)은 이에 도움을 주고자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열고 있다.

  지난 26일(목), 이 캠페인을 본교 생활문화관 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본 기자는 캠페인에 직접 참여해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일부분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캠페인은 △점자물품 나눔 행사 △시각장애인 대체도서 전시 △시각장애 물품 전시 △시각장애 체험 및 활동 △시각장애 안내 및 실로암 소개로 나눠 진행됐다.

 

점자물품 나눔 행사(점자 라벨 팔찌)

  원하는 라벨 스티커를 고르고 이름을 적으니 자원봉사자가 한글 이름과 점자를 찍어 팔찌로 만들어준다. 기자는 하늘색 바탕에 체리가 그려진 라벨을 골랐다. 이윽고 팔찌가 완성됐다. 오돌토돌한 점자 부분을 만져본다. 점자는 못 읽지만 내 이름이라 생각하니 더 특별해 보인다. 점자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싶은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이더니 어느새 사람이 부스에 사람이 가득찼다.

 

시각장애인용 도서 전시

  시각장애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교과서와 악보 및 동물도감이 보인다. 점자 교과서이기 때문에 점자로 이뤄진 글자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수학의 도형과 악보의 계이름까지 점자로 표시돼있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다음으로 자원봉사자가 자랑스럽게 동물도감을 보여준다. 동물의 피부 촉감과 유사한 느낌을 주려고 깃털을
붙이고 가죽까지 첨부했다. 멋있다고 하니 “직접 만들었어요!”하면서 웃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정성이
들어갔다. 학생들은 개구리 성장과정을 담은 책에 가장 관심을 보인다. 고무를 개구리 모양으로 잘랐다. 만져보니 정말로 미끌미끌한 개구리를 만지는 느낌이다.

 

시각장애인 물품 전시

  시각장애인들이 실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확대거울 △점자삼각자 △점자시계(촉각지도) △음성계산기 △음성손목시계 △확대경 △점자원카드 △점자화투 △저시력 시뮬레이터가 놓여있다. 확대거울에 얼굴을 비추니 5배는 가깝게 보인다. 자원봉사자는 “전맹인 시각장애인들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직접 만져가며 화장하지만, 저시력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은 확대거울을 이용해 화장을 하곤 합니다.”라고 말한다. 확대된 내 얼굴이 신기하지만 얼굴의 점까지 낱낱이 공개되니 좀 부끄럽다.

  점자원카드나 점자화투 역시 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화투 한 구석에 조그맣게 박혀있는 점자를 보니 역시 신기할 따름이다.

 

시각장애 체험 및 활동

  단체에서 미리 만들어 둔 마스크를 쓰고 젓가락으로 접시에 담긴 사탕을 옮긴다. 성공한 개수만큼 사탕을 준다하니 의지가 샘솟지만 완전히 시력이 차단당한 상태에서 미끌미끌한 사탕을 옮기기는 힘들다. “끝!” 시
간이 다 돼 마스크를 벗으니 에게, 고작 세 개 성공했다.

  지팡이 체험은 더 어렵다. 마스크를 쓰고 장애인용 지팡이를 짚으며 혼자 힘으로 몇 단 안되는 계단을 올라가려 하지만, 자꾸만 방향이 헷갈려 몇 번이나 자원봉사자가 몸을 돌려준 끝에 겨우 도착했다. 학교를 다니며 분명 몇 번이나 지나 다녔던 길인데 눈을 가리니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얻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실로암’ 안내

  모든 체험을 마치고 실로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는다. “실로암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각장애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반학습과 기술교육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도록 하고, 안마소, 바리스타, 공장 생산라인 등의 직장을 얻어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생활에 필요한 물품조달이나 개안수술 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말을 마친 자원봉사자의 눈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더 편리하고 다양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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