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날이 있다. 이른바 ‘그 날’이라고 불리는 생리일이다. 증상은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그 날에 여자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며,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기도 한다. 이렇게 생리통이 심해 결석할 경우 학교에서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바로 생리공결제(이하 공결제)다.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6년, 각 대학들은 여학생들이 생리통으로 인해 결석할 시 출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본교는 2007년 2학기에 시범 운영을 한 뒤, 2008년 1학기부터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말 생리통이 심한 지 확인할 수 없어 일부 학생들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8일(목)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유어슈의 익명게시판에 “6월 5일에 생리할 예정인 사람?”이란 글이 올라왔다. 전날인 4일(수)과 다음날인 6일(금)이 휴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공결제 쓰고 학교 안갈래.”

  실제로 생리통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있다. 의정부에 사는 사회대 A양은 9시 수업을 들으려면 6시에는 기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알람을 듣지 못해 6시에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A양은 공결제를 쓰기로 마음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공결제를 희망하는 학생은 유세인트에 접속해 공결제를 신청하고 학교측의 승인을 얻은 후 10일 이내에 보건결석통지서를 교수에게 전달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병원진단서 제출 등은 요구되지 않는다.

  사회대 B양은 지난해 6월 5일(목)에 공결제를 썼다. 지방선거 때문에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6월4일(수)과 현충일인 6월 6일(금) 사이에 5일(목)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5일(목)에 공결제를 사용한 학생은 154명으로, 6월 한 달 동안 공결제를 사용한 801명 중 약 19%나 되는 인원이었다.

  서울권 여대 중 두 곳만 시행중

  서울에 있는 여대 6개교(△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중 공결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성신여대와 덕성여대뿐이다. 그나마 덕성여대는 절차가 복잡해 많은 학생들이 공결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표 참고). 덕성여대 학생서비스팀 관계자는 생리통이라고 적혀있는 병원 진단서를 지참해야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공결제 시행을 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학교는 공결제의 악용을 우려해 이를 들어주지 않기도 했다.

  당연한 권리 주장, 그러나 눈치보여…

  생리통의 통증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본교 보건소 관계자는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평균 2~3일은 아프고 그 증상이 심한 학생은 움직일 수조차 없다.”며 “한 달에 두 번 생리통을 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말 아파서 공결제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공결제를 악용하는 학생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학생들과 교수들이 거짓말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문대 C양은 “생리통이 심해서 공결제를 쓸수밖에 없는데, 쓸 때마다 주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그래서 아파도 참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공결제 사용 통계를 보면, 실제로 지난해 6월 5일(목)에는 사용이 집중돼 악용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외 공휴일을 앞둔 날에는 사용에 있어 평상시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8일(월)부터 시작된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5일(금)에 공결제를 사용한 학생수는 42명으로 9월에 공결제로 출석을 인정받은 학생 1393명 중 약 3%밖에 되지 않았고, 이듬해인 10월 3일(금) 개천절을 앞둔 10월 2일(목)에는 공결제를 사용한 학생 1863명 중 약 4% 정도인 74명의 학생들만이 공결제를 사용했다.

  공결제 처리, 교수들의 입장 엇갈려

  공결제에 대해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대 D교수는 “생리통이 심한 학생들은 견딜 수 없이 아픈걸 알지만 악용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악용을 막기위해 아예 모든 학생의 생리공결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인문대 E교수는 “공결제를 쓰고 결석하면 수업을 듣지 못해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하게 된다. 이것을 감수하고 공결제를 쓰는 것은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IT대 F교수는 “공결제가 교육부의 권고 사항이고, 이에 맞춰 우리 학교도 학칙으로 정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확인할 길 없지만 최대한 노력 기울여

  본교 학생서비스팀은 공결제의 악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확인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서비스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결제를 사용하는 데이터를 보면 악용을 하고 있다고 의심을 할 수는 있지만, 이를 실제로 확인할 길이 없다. 사실상 학생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래도 현재 악용을 우려해 당일에 신청한 학생들에 한해서는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악용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 같으면 제도의 존속여부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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