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설된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학과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본지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영화예술전공의 학과장 최익환 교수를 만나 학과의 운영방침과 교육방향에 대해 물었다. ‘목숨을 걸고 영화를 해야 한다.’라고 밝힌 최 교수. 원래 영화가 전공이 아니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연출과 각본, 제작까지 두루 섭렵하며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와 영화예술전공에 대해 들어보자.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셨어요. 원래 전공과는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영화계에 종사하시게 되셨나요?

  한국영화아카데미(Korean Academy of Film Arts, 이하 KAFA)에 입학한 게 계기가 됐어요. 처음 KAFA에 입학하려고 했을 때, 사실 그땐 KAFA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저 영화를 무료로 가르쳐준다는 얘기에 혹해서 갔는데, 지금은 평생의 업이 됐네요.

  KAFA 졸업 후 방송국에 들어가려고 시험을 봤는데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코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임순례 감독의 데뷔작 <세 친구>의 스태프로 일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영화를 하게 됐어요.

  KAFA는 어떤 학교인지 궁금해요. 지난 2011년부터 작년까지 교수님께선 KAFA 원장을 지내시기도 하셨더라고요.

  KAFA는 지난해 <할리웃 리포터>잡지에서 국제영화학교(International Film School) 중 11위로 선정된 학교예요. 올해 개교 32주년이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고 있어요. 일반 학생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영화인들도 교육해요. KAFA에서 만든 3D영화 <신촌좀비만화>의 경우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어요. 글로벌사업으로 △중국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의 영화인들과 교류도 하죠. 학생 1인당 약 육천만 원의 교육비가 지원돼요. 그렇기에 영화인에게는 꿈의 학교죠.

  1년에 학생들이 제작한 작품이 5개씩 나와요. 최근 인기를 끌었던 <소셜포비아>, <잉투기>, <파수꾼> 등의 작품도 학생들 작품이에요. 영화연출 전공자 320여 명 가운데 약 130명이 영화감독이 됐죠. 봉준호(설국열차), 장준환(화이), 최동훈(도둑들), 허진호(8월의 크리스마스), 임상수(하녀들), 이재용(스캔들), 허정(숨바꼭질), 조성희(늑대소년), 민규동(내 아내의 모든 것), 김태용(만추) 등이 KAFA를 나왔어요.

 

  일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먹고사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영화감독은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 나쁘게 말하면 비정규직이에요.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죠.

  35살에 데뷔했어요. 데뷔 이후 3년에 한 작품씩 만들고 사이사이 단편 옴니버스 3D도 만들었어요.

  그 와중에 무산된 작품도 많죠. 장유정 연출의 작품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 동안 준비했지만 결국 시작도 못 하고 끝났어요. 시나리오만 17번을 고쳐 썼던 공들인 작품이었는데 작업할 수 없게 됐죠. 그때 영화감독으로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이후에도 준비하던 작품들이 많이 엎어졌어요.

 

  영화 촬영에 있어 성취감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을 때보다는 배우나 스태프의 재능을 끌어낼 때 큰 성취감을 느껴요.

  데뷔작인 <여고괴담4-목소리>의 주연이었던 김옥빈, 서지혜 배우와 한 장면을 찍었던 일화를 예로 들어 얘기하자면, 지금은 훌륭한 배우지만 당시에는 둘 다 신인이었어요. 처음 연기를 하다 보니 연기가 얼마나 어설펐겠어요. 그래서 여섯 시간 동안 한 장면만 찍었는데 나중엔 함께 촬영한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연기를 잘해냈어요. 그때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재능은 혼자 찾는 게 아니라 서로 찾아주는 거죠.
 

  연기는 무엇이 중요한가요?

  연기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리액션을 해주는 상대배우의 역할도 중요해요. 마음으로 상대 배우의 얘기를 들을 때 연기가 더 좋게 나와요. 자기 대사만 외워서 하는 사람은 연기하는 척하고 자기 얘기만 하게 되죠.

  그리고 연출자는 배우에게 100%를 요구하면 안돼요. 반드시 200%를 요구해야 하죠. 연출자의 틀 속에 100% 맞추려 하면 연기자는 로봇이 돼요. 연출자도 모르고 배우도 모르는, 그 이상의 것을 이끌어 내려고 할 때 비로소 무언가 만들어지죠.
 

  시나리오도 직접 쓰시는데, 시나리오를 쓸 때 무엇이 중요한가요?

  내가 왜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왜 그 이야기와 인물들에 매혹되는지 알아야 해요. 내 이야기의 캐릭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비용적인 면도 생각해야 해요. 영화는 클로즈업 할 수 있고 시공간을 넘나들 수도 있고 의상, 소품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등 표현의 한계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신 시나리오 한 줄 때문에 엄청난 돈이 들어갈 수도 있죠.
 

  본교 영화예술 학과장을 맡으셨는데, 우리 학교 영화과가 다른 학교 영화과와 비교해 특별한 점이 있나요?

  우리 학과 특징은 연기전공이라도 연출을 배우고, 연출전공이라도 연기를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연출자가 좋은 연기자이기도 해요. 그리고 연기자 역시 멋진 연출을 할 수 있죠. 이렇게 연기와 연출은 분리된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에요. 학생들이 대학교에서 영화의 모든 것을 느끼고 맛보았으면 좋겠어요. 더 좋고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다 경험해 봐야 알 수 있죠.
 

  창작·현장 중심의 교육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원래 창작의 모태는 비정상적이고 비효율적인 데에 있어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 이와 반대로 정상적,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해요.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두 번 일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통합적 사고를 해야 해요. 창작을 위해선 예술적 소양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철학을 갖춰야 하고, 영화 촬영의 현장에선 기술과 경영학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죠. 영화는 자본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순수예술이라고 보기 힘들어요. 학생들에게 영화계 사람들을 접촉시켜주며 이를 자연스럽게 알려줄 생각이에요. 실험영화보다는 상업영화를 자주 접하게 해주겠다는 얘기죠.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스태프와 배우 등 백 명의 사람이 투입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끼에 오천 원씩 2끼를 제공하면 하루 밥값만 백만 원이에요. 여기에 장비대여료, 인건비, 주차료, 장소대여료 등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카페에서 혼자 글을 쓰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요. 한마디로 돈을 잘 써야 하죠. 이렇듯 영화제작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창작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죠.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영화제작,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할 수 있을까요?

  보통 다른 학교는 영화과 학생들이 대부분 제작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죠.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줄 생각이에요. 학과가 제작비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 영화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학교의 영화 촬영 카메라 및 조명 등 실습 장비를 대여해주고 이 수익금으로 제작비를 마련하려고 해요. 그래도 모든 학생에게 전부 기회가 가지는 못할 거예요. 2학년 1학기부터 창작 수업이 있는데, 여기서 세 명의 교수진이 선발한 다섯 개 작품에 제작비를 투자해 공식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도록 지원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만약 학생들이 원한다면 방학에 장비를 대여해서 직접 연출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촬영실습장비는 어떻게 대여하나요?

  장비는 학기 중 11주차·12주차인 제작주간과 방학에만 대여할 수 있어요. 아무나 대여할 수 있는 건 아녜요. 학과에서 장비 교육을 따로 받고, 필요한 면허를 취득해야만 장비대여를 할 수 있어요. 이 면허를 딴 세 명이 한 팀에 있어야 장비를 대여할 수 있죠. 고가의 장비이고 학교의 재산인 만큼 시스템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에요.
 

  영화예술학과 홈페이지에 ‘목숨을 걸고 영화를 하라’는 문구가 흥미로웠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영화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사람만 영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강 할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기 때문이에요.

  영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지금 학교에서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많아요. 부전공은 안 받고 복수전공만 받을 생각이에요. 단, 복수전공자들은 주요 역할인 연출과 촬영 및 주연은 할 수 없어요. 영화는 독한 마음을 먹고 해야 해요. 취미 삼아 할 수 없죠. 타 대학 영화과의 경우 졸업생 중 실제 영화와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은 5%도 안돼요. 저는 우리 학과 졸업생 중 실제 영화인을 20% 이상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신입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학생들에게 크게 두 가지를 당부해주고 싶어요. 먼저 ‘이기적으로 행동하라’는 거예요. 대학생활 동안 학교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가세요. 그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기에 앞서 ‘약속을 잘 지켜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요구해야겠죠. 다른 사람들과 공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것을 챙겨야죠.

  그리고 어리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한 것이지 현명하지 못한 건 아녜요. 경험을 통해서 배우지 못한다면 그게 현명하지 못한 거죠. 신입생들은 경험은 부족하겠지만, 그 뜻이 ‘현명하지 않다’는 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많은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만 가지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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