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三代)가 숭실대학교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바로 오영찬(수학·15) 군의 가족이다. 그의 할아버지 오경삼(영문·59) 동문과 아버지 오성택(사회사업·88) 동문에 이어 오 군도 올해 본교에 입학하게 돼 숭실대 역사상 첫 3대 동문이 탄생한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녔던 숭실과 앞으로 오 군이 지낼 숭실의 모습은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숭실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공통분모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지는 숭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삼대로 이어지는 숭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오경삼(영문·59): 1959년에 본교 영문학과에 입학해 학교를 다니며 대의원회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총동문회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 벌써 20년 가까이 총동문회 일을 하고 있네요.

  오성택(사회사업·88): 1988년에 본교 사회사업학과(현 사회복지학부)에 입학해 1994년에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사회복지기관에 들어가 22년째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에는 본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오영찬(수학·15): 안녕하세요. 수학과 15학번 오영찬입니다. 숭실대에 다니게 돼 자랑스럽고 앞으로 좋은 활동 많이 하고 싶습니다.

 

최초로 3대째 본교 동문을 배출하셨는데 어떠신가요?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오경삼: 제가 동문회 일을 하면서 가족 동문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본 적이 있어요. 동문이 3명 이상인 가족은 하나 있었는데, 직계가족은 아니고 사촌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손자가 입학하게 되면서 본교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3명 이상의 직계 가족 동문이 된 거죠. 다들 놀라워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들과 손자가 모두 우리 학교를 다니게 돼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영찬: 친구들이 뉴스에서 보고 아는 척하기도 해요. 신기하지만 쑥스럽네요. 이게 기사로 나가면 더 그럴 텐데 어떡하죠?

 

숭실대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요?

  오경삼: 당시 대학 입학시험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전기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지원했다가 그만 낙방했어요.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 흔하지 않을 때라 재수를 하느냐 마느냐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에 선친께서 후기로 숭실대를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고향이 이북이라 이북에 세워졌던 기독교대학인 우리 학교를 택하셨던 것이죠.

  아들과 손자에게 본교가 타대학교들과는 달리 개성 있고 신앙심이 깊다는 말은 했지만, 특별히 가라고 권한 적은 없습니다. 본인들이 스스로 좋다고 이야기를 하던데요. 이렇게 스스로 결정한 거라 더 의미가 깊다고 봅니다.

  오성택: 아들에게 본교에 꼭 진학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어요. 대학을 결정할 때는 부모의 뜻보다는 자신의 성적이나 적성 등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만약 본인이 원한다면 다른 대학에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들이 타대학의 다른 과도 합격했는데, 스스로가 워낙 수학에 관심이 많아서 본교 수학과를 선택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원래 저희 집안이 전통 있는 기독교 집안이었기 때문에 미션스쿨을 가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미션스쿨로는 정체성이 강한 본교가 눈에 띄었고요. 목사님이셨던 어머니께서 본교를 적극 추천하시고 입학할 수 있도록 기도도 많이 해주셨어요. 아들 녀석도 저희 어머니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너도 숭실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데에 영향을 좀 받았을 거예요.

  오영찬: 아버지가 본교 출신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할아버지께서도 본교를 졸업하셨던 것은 최근에 알았어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우리 학교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보통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니까 입학 성적이 조금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려 했죠. 그런데 수능을 생각보다 못 봤어요. 어쨌든 결국에는 본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합격했는데, 본교를 선택했어요. 큰 고민은 없었어요. 그 학교의 환경이 더 좋긴 하지만, 원하던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교 수학과를 선택했어요.

 

본교에 재학하면서 특별한 추억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오경삼: 저희가 대학에 다닐 때는 모두 먹고 살기도 바빴고, 어려운 가정도 많아서 학교에서 즐거웠던 기억은 그리 많지 않아요. 다만 저는 기숙사에 살지 않았지만 당시 기숙사 생활을 하던 룸메이트들끼리 즐거워하던 기억은 납니다. 지금까지도 그 친구들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강의실도 몇 개 없고 전체 재학생이 500명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래서 선·후배 및 동기들끼리 서로 잘 알 수 있었죠. 이때 만들어진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오성택: 저는 학교 합창단 생활이 정말 좋았어요. 교회에서 했던 찬양 인도 등 학교 외적인 여러 활동이 겹치면서 2년밖에 못하고 그만뒀지만,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합숙 훈련이에요. 9박 10일간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지방순회연주도 가고 그랬죠. 특히 합숙 일정 마무리로 1학년들끼리 ‘메시아’ 전곡 중 두 곡을 부르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때 제가 지휘를 했던 게 기억나요. 처음으로 입단 배지를 달고 기뻐했던 것도 좋은 추억이네요.

  오영찬: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특별한 추억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재학 당시 가장 열정을 쏟았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오경삼: 학교 대의원 활동을 할 때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학년 때 대의원회 부회장이 됐고, 3학년 때는 대의원회 회장이 됐죠. 지금은 어떤 조직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지 잘 모르지만 당시 대의원회는 말하자면 조직의 감사기관 같은 존재였습니다. 총학생회와 함께 일했지만 한편으론 서로 견제하기도 했죠. 1년에 한 번씩 학생총회에서 감사발표도 했었어요.

  당시 총학생회 선거가 있었는데, 저는 같은 과 친구를 회장으로 밀었어요. 그때 당시 두 후보가 나왔는데 제 친구가 그만 떨어졌어요. 선거 후 당선된 친구에게 “내 친구를 총학생회 총무로 써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어떻게 회장 후보였던 사람을 총무로 임명하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별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써라.”고 계속 밀어붙여 결국 그 친구가 총무를 했어요. 이후에 그 회장과도 친해졌죠. 나중에 감사발표를 할 때 뒤에서 몇몇 학생들이 “그놈이 그놈이구만.”이라고 수군대는 웃지 못 할 일들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었어요. 지금도 그 회장과는 잘 지내고 있죠.

  오성택: 합창단에 열정을 쏟았던 거 같아요. 합창단에서 합숙할 때 주일에는 교회에 가기 위해 아침에 나갔다가 그날 저녁에 다시 돌아와야 해 귀찮고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죠. 사실 저는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그 비용을 감당하기에 저희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아서 포기했었죠. 그래서 합창단을 더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회관의 합창단 연습실이나 음악 감상실에서 주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앞으로 본교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오경삼: 정체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는 국내 최초의 대학 아닙니까. 그런데 본교 학생들은 이에 별다른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 학교가 한때는 잘 나갔는데 지금은 타대학교들에 비해 뒤떨어지고, 학생들은 이런 학교를 보며 계속 좌절하고, 이에 학교가 또다시 점점 뒤떨어지고.. 저는 이런 악순환의 원인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봐요.

  저는 본교 배지도 항상 달고 다닐 만큼 우리 학교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일할 때도 숭실 출신이라는 긍지를 갖고 일했고, 누구에게든 먼저 자신 있게 ‘숭실대 나왔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죠. 어느 곳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숭실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부심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든 잘될 거라 믿어요.

  오성택: 단순히 학생들이 성적 받고 취업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데만 학교가 초점을 두면 결국 타대학들과 똑같아질 거예요. 본교가 추구하는 이념인 ‘진리와 봉사’를 어떻게 강화시켜나가야 할지, 그리고 타대학들보다 특성화된 학과들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근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느낀 점이 우리 학교의 장점은 개방성에 있는 것 같아요. 수업을 듣는 데 제한을 많이 두는 다른 대학원에 비해 본교는 비전공자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하더라고요. 이렇게 공부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을 계속적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아쉬운 부분은 본교의 많은 동문들이 이미 사회에 진출해 있고, 인정을 많이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 뭉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개인적으로 성공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동문들이 좀 더 선·후배 및 동기들과 화합하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어요. 이 연결 고리가 잘 만들어지면 학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교 후배이자 인생의 후배인 오영찬 군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 있나요?

  오경삼: 지금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손자한테 많은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하고 있지만, 언뜻 들어보면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채플도 잘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겠죠.

  오성택: 요즘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학점만 중요시하는 풍조가 강해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를 들지 않아요. 그래도 제 아들은 본인이 원하는 모임이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으면 좋겠어요. 저도 대학 시절 교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했었거든요. 물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상처받을 일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사람들과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더라고요.

  오영찬: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학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평소에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들어보니 두 분이 자랑스럽네요. 앞으로도 학교생활에 대한 경험과 다양한 정보를 많이 듣고, 이를 바탕으로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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