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취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대학들 “학생들 입장 알지만 대학평가 위해 불가피해…”

  졸업유예제도는 전공 및 교양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시험을 통과하는 등 모든 졸업요건을 충족한 학생들이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서울여자대학교의 A양은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졸업유예제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취업을 할때까지 재학생 신분으로 남아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서울여대의 학칙이 개정돼 졸업유예제가 폐지됐다. 이에 A양은 졸업하려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채플 수업을 일부러 수강하지 않았다. 채플 수업을 수강하지 않으면 졸업이 되지 않으니 재학생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5학년이 된 A양은 수강신청 기간에 채플을 신청했으나, 학교로부터이를 들으려면 등록금의 1/10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0학점인 채플만 듣는데도 등록금을 내야 하다니…’ A양은 억울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등록금의 1/10을 납부했다.

  졸업유예를 신청하는 학생들 계속 증가하는 추세 보여

  비단 A양뿐만이 아니라, 졸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최근 대학생들에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재학생 1만 명 이상 대학 중 2011년 이전부터 졸업유예제를 실시한 26개교를 대상으로 졸업유예 신청자 수를 조사한 결과, △2011년도: 8270명 △2012년도: 1만 1568명 △2013년도: 1만 4975명 △2014년도: 1만 8570명으로 졸업유예 신청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히며 특히 2011년에서 2013년까지 2년 만에 81%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재학생이 졸업생에 비해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스펙을 쌓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53.2%가 졸업유예를 한 경험이나 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50.8%로 졸업유예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취업하는 데에 있어 스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차라리 졸업하지 않고 인턴 및 공모전의 기회가 많은 학교에 남는 편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이유는 면접관들이 대학 졸업 후 공백기간이 긴 지원자들을 꺼린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구직 사이트에 ‘졸업 이후 공백 기간이 1년 됐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에 서울시립대학교 수료생으로 남아있던 B군은 “입사 면접 때 면접관들이 졸업한 지원자에게 졸업 이후 공백 기간 동안 무얼 했는지 묻는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기본 등록금만 내고 학교엔 거의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에 남아있으려면 등록금 내야지?

  졸업유예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짐에 따라, 각 대학들은 이들에게 금전적인 제한을 두고 있다. 제한의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수강신청을 강제로 하게끔 해 이에 따른 등록금을 납부하게 하거나,수업을 듣지 않아도 등록금을 징수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교육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44개 대학 중 졸업유예제를 실시하는 학교는 121개교다. 이 대학들 중 수강을 강제해 등록금을 받는 학교는 75개교이고, 수업을 듣지 않음에도 등록금을 징수하는 학교는 21개교이다.

  수강을 강제하는 경우 졸업유예생들은 신청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납부해야 한다. 「대학등록금에관한 규칙」의 기준에 따라 ‘△1~3학점: 등록금의 1/6 △4~6학점: 등록금의 1/3 △7~9학점: 등록금의1/2 △10학점 이상: 등록금 전액’을 각 대학들은 등록금으로 받는다. 최소학점 이수시 납부해야 하는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는 연세대학교다. 연세대는 한 학기 평균 72만 2983원을 받는다. 반면 전북대학교는 34만 1542원으로 대학들 중 가장 저렴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자체적인 기준으로 등록금을 받는데, 그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학점 당 정액으로받는 경우 1학점당 최소 3만 5000원에 서 최대 23만 2000원까지 7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등록금의 일정비율을 받는 경우에도 최소 ‘등록금의 1/20’에서 최대 ‘등록금의 1/6’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한편 0학점만 등록해도 등록금 및 기성회비 등을 납부하게 하는 대학은 경동대학교가 57만 3425원으로 가장 비쌌으며, 한림대학교가 5만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졸업유예를 없애버린 학교도 존재해…

  금전적 제한에 그치지 않고, 행정적인 제재를 가하는 대학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서울여대는졸업유예제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여대의 졸업유예자들은 모두 ‘수료생’으로 바뀐다. 수료생은 재학생으로 계속 남기 위해 추가 학점을 신청해 그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납부한다는 점에서는 졸업유예생과같다. 그러나 그 신분에서 차이가 난다. 졸업유예자는 ‘재학생’으로 분류가 되지만 수료생은 ‘재적생’ 또는 ‘수료생’으로 표시된다.

  이화여자대학교도 올해 ‘과정수료제’를 도입했다. 과정수료제가 도입됨에 따라 학생들은 졸업논문 등의 졸업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방식으로 졸업을 미룰 경우 수료생으로 처리된다. 본교도 지난 2013년부터 수료생 제도를 적용했다. 본교는 졸업유예자들을 ‘0학점 등록자’로 분류해 15만 원의 등록비를 징수해왔다.수료생 제도의 도입에 따라 기존의 0학점 등록자들은 신분이 재학생에서 수료생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남학생의 경우 학생 신분으로 8시간만 받던 예비군 훈련을 일반인처럼 28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화여대 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C양은 “면접 때 오히려 수료제가 불이익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소문으로 여기려고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소문조차도 불안하다.”라고 전했다.

  대학 평가 부담이 원인, 교육부의 현실 인식 재고 필요해

  이렇게 대학들이 졸업유예생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교육부 및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대학평가와 관련이 있다. 재학생 자격의 졸업유예생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평가 △중앙일보 대학평가 △조선일보-QS 아시아권 대학평가 △대학기관평가인증 등에서 재학생 수가 산출되는 모든 부분의 지표점수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평가 모두 재학생 1인당 전임교원 확보율 및 취업률 등을 평가 지표로 선정했는데, 재학생들이 많이 집계될수록 이 평가 지표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본교의 경우 수료생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3학년도에는 졸업유예생들이 1,266명으로 당시 재학생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대학들이 졸업유예제에 제한을 두는 것은 졸업유예생들이 많을수록 대학평가에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졸업유예생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학평가에서 크게 불리할 일이 없으니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부담이 되니까 자신들을 밀어내려 하는 대학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졸업유예의 실태 파악에 힘을 쏟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을 통해 졸업유예제의 조건과 비용 등에 대한 기준을 논의해 대학과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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