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학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해 동아리 모임, 개강 및 종강파티, 축제 등 각종 모임에서 음주로 인한 폐해가 크다. 술자리에서 볼썽사나운 진상스타일(?)은 그래도 웃어 넘겨주지만 폭력, 기물파손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오랜 술의 역사를 지닌 중국인의 음주에 대한 태도는 어떠했을까? 그 일단을 통해 우리 대학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성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고대 중국 역사책의 맞수인『 사기』와『 한서』를 통해 중국인의 술에 대한 관념을 살펴보자. “하늘에 제사 지내고 사당에 제사 지내는 데에 술이 아니면 (신령이) 흠향하지 않을 것이고 임금과 신하, 친구 사이에도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을 것이며, 싸움을 하고 서로 화해하는 데에도 술이 아니면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사기』에는 이같이 술은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꼭 있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술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신을 맺어주는 가교역할도 담당했으니 술 없이 제사지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한서』에도 “술은 백약의 으뜸이고 아름다운 모임의 좋은 짝이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술이 병을 다스리는 최고의 약이라는 말인데 이만 하면 술의 효용을 짐작할 만하다. 말하자면 술은 인간과 역사를 같이하면서 인간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눈 가장 오래된 벗인 셈이다. 하지만『 사기』와『 한서』의 술에 대한 예찬의 전제가 되는 오래된 고사가 있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의 고사인데, “어느 날 제나라 환공이 술자리를 마련하여 재상인 관중에게 술을 권하자 관중은 술을 절반만 마시고는 더이상 들지 않았다. 이치대로라면 군주가 술을 하사하면 신하는 이를 다 마셔야 한다. 환공이 이유를 묻자 관중은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목숨을 잃을 바에야 차라리 술을 버리는 게 낫지요” 라고 대답한다.

  중국춘추시대를 살았던 관중의 절제와 기지(機智)가 절실히 요구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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