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비창천명거울(煌丕昌天名鏡) -

 

우리나라는 통일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해상 무역을 주름잡았는데 해상왕 장보고가 대표적이다. 아쉽게도 고려시대 배는 발견되지 않아, 그 구조를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겐 청동 거울에 표현된 고려시대 해상 무역의 증거가 분명히 남아 있다.

  우리 박물관의 항해 장면 거울은 일본인이 수집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고려시대 청동 거울은 원형이다. 그런데 이 거울의 가장자리는 8개의 연꽃잎으로 만들어졌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안으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배 도안이 있는 것은 이 거울이 유일하다. 거울의 이름은 황비창천(煌丕昌天 : 밝게 빛나고 창성한 하늘)이라는 명문에서 붙여졌다. 대체로 1,000년 전인 11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에서 40여 점이, 중국에서는 10여 점이 발견되었다. 현재 우리 박물관이 4개를 소장하고 있으니, 전 세계의 10%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거울의 지름은 17.12㎝로 문양면의 중앙에 멋진 배 한 척이 위치한다. 중앙 돛대를 네 모퉁이에서 밧줄로 고정하고 있고, 돛은 좌측으로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내부에는 사각형의 선실과 난간이 보인다. 배 앞부분이 크고 주변의 거친 파도로 볼 때 먼 바다로 항해하는 중선(中船)에 속한다. 앞쪽(왼쪽) 3명의 선원 가운데 한 명이긴 칼을 높이 치켜들고 배를 가로막고 있는 용과 대치하고 있고, 뒤쪽(오른쪽)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큰 노를 저으며 서쪽으로 배를 몰고 있다. 거울 전체에는 성난 파도가 배를 집어삼키려는 듯 넘실거리고 있다.

  이 거울에는 관음보살의 능력으로 재난(용)을 물리치고 서방정토(서쪽)로 간다는 신성한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거울을 수집한 일본인은 삐뚤어진 역사관을 거울에 빼곡히 기록해 놓았다. 거울 속 그림을 2,000년 전 신라를 정복하였다는 일본 최고 천황이자 프리마돈나 신공황후(神功皇后)의 항해 장면이라고 써 놓은 것이다.최근 새로운 전체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아베-마리아(安倍-Maria)의 행보로 볼 때, 신성한 종교적 염원마저도 부정하고 싶었던 천박한 역사관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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