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현장 동행취재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찾으면 “오빠”라고 부르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아이가 있다. 지난 달 27일(일) 총 23명이 함께 한 장애학생지원센터 소풍에서 알게 된 아이다. 걸음걸이는 조금 불편하지만 성격은 누구보다도 밝고 착하다. 기자가 본 장애학생은 우리와 다른 불편함을 안고 있는 친구였다. 또한 그들의 불편함은 생각만큼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이제 가까우면서도 조금은 먼 그들과 소통해보자.

 

▲ 장애학생들이 도우미 학생들의 도움으로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다.

 


2~3배의 노력으로 얻는 2~3배의 소중함


지난 달 27일(일) 장애학생지원센터 주최로 △장애학생 7명 △도우미학생 3명 △교직원 3명 △해병대전우회 6명 총 19명이 봄소풍을 다녀왔다. 이번 소풍은 지난 3월25일 열린 장애학생간담회를 통해 계획됐다. 장소는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언덕이 적은 서울랜드. 27일(일) 아침부터 날씨는 흐렸고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쉽게 풀리지 않는 날씨 탓에, 놀이공원 근처 음식점에서 때 아닌 식사를 해야했다. 다행히도 오후 1시 무렵 날씨는 풀리기 시작했고 모두의 걱정 섞인 표정도 풀리기 시작했다. 또 속속들이 지각생들도 도착했다. 장애학생들이 첫 번째로 선택한 놀이기구는 바이킹. 흔들리는 놀이기구에 불편한 몸을 싣고 나는 그들의 환한 표정은 보는 이마저 즐겁게 했다. 막내는 “시험 때문에 오지 못한 오빠를 놀려주겠다”며 부산을 떨기도 했다.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학생들은 시종일관 부지런을 떨어야만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학생의 경우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 2~3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남들보다 2~3배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학생의 전동휠체어의 밧데리가 다 되어 이동할 수 없었던 헤프닝도 있었다. 밧데리를 충전하는 동안 덕분에 군것질을 하며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학생들은 그 시간에도 “저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 하나만 더 타자”며 연신 도우미학생들을 재촉했다. 그만큼 장애학생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짧은 순간의 소중함은 남들에 비해 2~3배 더 큰 것이었다. 날이 어두워져 “청룡열차를 6번 타겠다”던 막내의 계획은 무산됐지만 큰 사고없이 봄소풍을 마쳤다. 이날, 걷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귀여운 막내와 사진찍기를 좋아하던 어눌한 말투의 누나, 휠체어에 앉아 동생들을 해맑게 지켜보던 형님까지도 모두들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날의 추억은 함께 공유할 13명의 친구들이 곁에 있어 더 소중했다.




“부끄러움이 아닌 불편함”

 기자는 장애학생지원센터 소풍을 동행 취재하면서 장애학생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첫 번째는 장애학생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 따른 아쉬움. 두 번째는 장애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는데에 따른 아쉬움이었다.

 

 


우리학교는 타대학에 비해 장애학생들의 입시조건이 좋아 비교적 장애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1만 2천학우 중에 장애학생은 △지체장애 20명 △청각장애 6명 △시각장애 5명 △뇌병면 4명 △언어장애 1명 △기타장애 2명 등으로 총 38명이고 휴학생을 제외하면 30여명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들을 위한 장애학생지원센터가 6개월 전 조만식기념관 1층에 신설됐다. 센터는 동아리활동을 쉽게 하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소중한 쉼터다. 이 곳에 있는 도우미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공강시간엔 즐겁게 수다를 떨수도 있다. 또한 혼자 하기 힘든 뮤지컬관람이나 영화관람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장애학생은 10여명에 불과하다. 담당 행정처직원의 말에 따르면 장애정도가 비교적 덜해 학교지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의 문이 닫혔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육체적 불편함보다 재학생과의 소통에 있어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어울리면 더 많은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음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한 장애학생은 “장애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불편함이다”며 “다른 장애학생들도 부끄러움을 버리고 함께 어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 신입생들이 혼자 생활하면 어려워서 중도포기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지금은 예전보다 학교생활이 편해졌다”, “친구들이 군대에 가서 도와주는 친구들이 적었지만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편해졌다”

모두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장애학생들이 한 말들이다. 이처럼 장애학생들 중 소수는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학교생활 자체가 힘들다. 또한 타인의 이해와 배려없이는 누구나 누리는 대학생활을 쉽게 누릴 수 없다.


‘장애학생지원센터’라는 명칭은 그리 단순하게 지어진 것이 아니다. 장애학생들만의 ‘장애학생센터’가 아닌 재학생 모두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는 것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들과 재학생 모두의 소통공간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