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국적인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를 꼽으라면 아마도 카우보이일 것이다. 1960년대, 길게 잡아 1970년대까지 양산된 서부영화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카우보이였으며 마을의 악당을 대부분 혼자서 물리치는 총잡이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가장 미국적인 기질을 갖춘 인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카우보이는 원래 텍사스의 소떼를 가깝게는 캔자스, 멀게는 와이오밍까지 몰고 가는 소몰이꾼을 의미했고 그들의 전성기는 1867년에서 1887년까지 약 2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그나마도 19세기가 저물며 대부분 사라져 지금은 겨우 명맥만 잇는 정도에 불과하다.

  역사가 오랜 유럽의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은 사회통합이나 대중들이 서로 쉽게 일체성을 느낄 수 있는 역사적, 신화적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 유럽에 대한 문화적인 대등함을 위해서라도 미국적인 인물이 필요했는데 19세기 미국적인 환경에서 가장 쉽게 ‘창조’할 수 있었고 당시의 미국적인 상황에서 국가나 개인에게 꼭 필요했던 기질과 가치를 쉽게 부여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카우보이였다. 거칠 것 없는 개인주의, 온갖 난관에 용감하게 맞서는 정신, 숱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소몰이꾼의 이미지에 항상 총을 갖고 다니는 특성으로 전설적인 영화『 하이 눈』에서처럼 마을의 무법자와 단신으로 맞서는 고독한 보안관의 이미지가 덧붙여져 당시 신문과 싸구려 소설로 대중에게 널리 읽히면서 미국인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연상시켰고 20세기에 들어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TV 시리즈로 재생산되어 전형적인 미국적 캐릭터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와 카우보이는 때로는 보안관으로 때로는 의로운 무법자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만화 영웅 시리즈(슈퍼맨, 배트맨), 형사(맥클라우드, 더티 해리 시리즈), 우주를 탐험하는 캡틴(스타트랙 시리즈)에 이어 마침내 악의 제국과 맞서는 전사(스타워즈 시리즈) 등으로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전의 카우보이처럼 말(자동차, 우주선)에 올라타 끊임없이 이동하며 온갖 난관(악당)을 극복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어벤져스』에서처럼 패거리로 다닌다는 차이는 있지만 전통은 진행 중이다. 5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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