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생명시스템학부 조광휘 교수 / 사진 조성찬 기자 ron@ssu.ac.kr

꿀벌에는 어쩌다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시농업’과 관련된 연구 과제가 계기가 됐어요. 이 연구를 하면서 알게된 것인데, 30년 이내에 지구상의 인구가 100억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죠. 하지만 생산지인 농촌과 소비지인 도심까지 너무 거리가 멀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많이 발생하죠. 도시에서 소비하는 식량은 가능한 그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게 좋은 방법이에요.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도시 건물 안에서 직접 자신의 먹거리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도시농업이 각광받을 거예요.

  하지만 단순히 상추 같은 채소보다는 토마토처럼 열매를 맺는 식물을 심어야 실질적인 도움이 돼요. 그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수분(受粉)을 할 수 있는 꿀벌이 필요하죠. 그래서 꿀벌을 도심에서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도시양봉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도심 속에 꿀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해서 본교 원형잔디에서 오랫동안 사진을 찍고 관찰했어요. 작은 벌이나 벌새 몇 마리는 있었지만, 꿀벌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아, 직접 꿀벌을 들여와 연구해야겠구나!’ 싶어서, 작년 10월에 벌통을 한 통 들여왔어요. 추운 겨울엔 벌들이 쉽게 죽는데 다행히도 저는 여왕벌을 살리는데 성공했고 이에 벌통을 늘려 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죠.

 

벌들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또한 연구의 목적에 대해 알려주세요.

  일반적으로 벌통 하나에는 약 3만에서 5만여 마리의 벌들이 살아요. 한 마리의 여왕벌과 100마리 이하의 수벌, 그리고 일벌들로 이루어져 있죠. 현재 진리관 옥상에는 10여 개의 통이 있고 대략 50만 마리의 벌이 살고 있어요. 이번 사건을 통해 관리하기에는 벌이 너무 많다고 느껴져서 앞으로 5통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7월까지는 벌들의 분봉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고, 그 이후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도시양봉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목표는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존이에요. 아인슈타인은 “벌이 멸종하면 4년 안에 우리 지구도 멸종한다.”고 말한 바 있어요. 그만큼 생태계에 벌이 끼치는 영향력이 커요.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는 식물은 꿀벌이 없으면 씨앗을 못 맺게 되고, 다음해에 싹을 틔울 수 없게 돼 그 식물을 먹이로 살아가는 곤충과 동물, 그리고 인류는 모두 멸종하게 됩니다. 즉,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벌이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50% 이상이 벌의 수분을 통해 만들어져요. 혹시 인터스텔라 영화 봤어요? 거기서 주인공이 맨 마지막까지 재배하는 작물이 뭔지 아나요? 바로 옥수수예요. 왜 옥수수를 마지막까지 재배한 거 같아요? 옥수수는 풍매화, 즉 바람으로 수분을 하는 작물이기 때문이에요. 영화에선 모래바람에 벌이 다 죽었었죠.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는 바이러스로 인해 90%정도의 벌 개체수가 사라졌어요. 10%만 남았고요. 도시에서 인공적으로 관리해 건강해진 벌들을 다시 농촌으로 보내는 것도 이런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죠. 시골에서는 농약을 많이 뿌려요. 그러니 꿀벌들이 건강하지 않아요. 도시에 오면 훨씬 더 농약을 적게 치고. 농약을 치더라도 정보공시를 통해 언제 약을 치는지 우리가 알 수 있기 때문에 꿀벌을 못나가게 막을 수 있어 건강한 꿀벌을 키울 수 있죠.

 

지난 28일(화) 있었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당시에 점심식사를 위해 벤처관에서 나오는 길이었는데, 진리관 뒤편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벌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아 곧바로 달려갔죠. 때때로 일벌들이 물을 마시거나 꿀을 찾기 위해 내려올 때가 있으나, 여왕벌이 나와 있고 일벌들이 여왕벌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봐서 단순히 물이나 꿀을 위해 내려온 게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리관 옥상에서 빈 벌통을 가지고 내려와 여왕벌을 넣었어요. 여왕벌을 잡으면 다른 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거든요. 높은 나뭇가지에 위치해 있으면 옮기는 과정이 위험할 수도 있었을테고,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산으로 갔으면 아예 찾을 방도가 없었겠지만 다행히 벌들이 배수로 덮개에 모여 있어 그 덮개를 집어 들고 빈 벌집에 흔들어 털어넣었어요. 여왕벌을 벌집 안으로 옮기자 나머지 일벌들도 자연스럽게 벌집으로 모여 들더라고요. 그래서 벌에 쏘인 사람 한명 없이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가요?

  상황을 정리한 뒤 전문가를 초빙해 이유를 조사했어요. 그 이유가 몇 가지 정도로 압축됐는데, 먼저 꿀벌들은 대략 4월부터 7월 전까지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하면 기존의 여왕벌이 일벌들의 절반 정도를 데리고 나와 새로운 집을 짓는 ‘분봉’을 해요.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저희 입장에서는 여왕벌이 될 애벌레의 집인 ‘왕대’를 제거해 새 여왕벌이 못 태어나게 하려 했죠.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모르는 사이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애벌레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또한 벌통 안에는 소비(벌집이 만들어지는 직사각형 나무판)라는 것이 있어요. 이 소비에 벌들이 집을 짓는데 일부 벌들은 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넣은 친환경 소비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벌집을 짓기 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 분봉을 나온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최근 이상고온으로 벌통의 온도가 증가하자 꿀벌들이 좁다고 느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어요.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나 떠돌았던 말 중 가장 억울하셨던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여왕벌이 가출을 했고 그 여왕벌을 잡기 위해 제가 일벌들을 풀었다는 기사가 있어요. 일벌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명령을 내려 조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일벌들에게 명령을 내려 일을 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기사를 쓴 기자를 가서 쏘라고 하고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여왕벌은 절대 혼자 다니지 않아서, 멋대로 가출하지 않아요.

  또 제가 유도용 페로몬을 써서 여왕벌을 새 벌집으로 유도했다는 기사도 있었어요. 여왕벌은 자기 벌집 안에 있는 일벌들을 지배하기 위해 페로몬을 사용하는데, 나이가 들어 페로몬이 약해지면 일벌의 지배력이 약해져서 새 여왕벌이 추대되거든요. 그 기사 때문에 제가 여왕벌의 페로몬 추출에 성공했다고 소문이 나면서 여러 곳에서 페로몬을 얻을 수 있냐고 문의가 왔어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그 페로몬을 정확히 추출하거나 합성한 사람은 없어요. 만약 제가 그걸 해냈다면 노벨 화학상이나 생리학상을 받았을 거예요.

  또한 벌집이 터져서 벌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는데 벌집은 벌들이 출입하는 문이 항상 열려 있어 터질 정도로 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지 않습니다. 소재도 단단한 나무로 돼 있어요.

 

벌들 때문에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이있어요.

  사실 꿀벌은 위험하지 않아요. 당시 제가 상황을 수습하며 장비 하나 없이 많은 꿀벌들을 모았는데, 전혀 쏘이지 않았어요. 꿀벌은 개랑 비슷해요. 개를 만났는데 소리 지르며 도망가면 막 짖으면서 따라오는 것처럼 꿀벌도 그래요. 그래서 꿀벌을 보면 가만히 있어야 해요. 아니면 꿀벌이 자기를 해치는 줄 알고 덤비거든요. 그리고 보통 분봉을 위해 나온 꿀벌들은 오랫동안 보금자리를 찾을 것을 예상해 식량인 꿀을 미리 머금고 나와요. 이렇게 식량을 지니고 있는 꿀벌들은 온순해서 절대로 물지 않아요. 실제로 그 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쏘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 학생이 진리관 옥상에 담배 피러 나왔다가 벌에 쏘였다는 이야기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통해 들었어요. 당시 아주머니가 “약침이고, 몸에 좋다.”고 얘기해 그냥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한 번 쏘이면 크게 위험한 말벌과 달리 꿀벌은 한 번 쏘인다고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쏘인 학생들에 대해 보상은 해야하니 우선 옥상에 “벌에 쏘인 학생은 꼭 전화 달라.”고 써놨어요. 제가 올 가을에 모을 꿀을 주려고요. 그런데 아직까지 별다른 전화가 없는 것을 보니 다행히 심각한 피해는 없나 봐요.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저는 계속하고 싶죠.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학생들이 반대하면, 결국 연구는 지속될 수 없어요. 실제로 얼마 전 법과대학 학생회장이 와서 ‘학생들이 무서워한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취지와 상황을 설명하니, 연구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본인이 직접 학생들을 설득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앞으로도 저는 학생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고, 학생들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 연구를 통해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요. 먼저 꿀과 로열젤리의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싶기도 하고, 벌들이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벌집 안에 바르는 프로폴리스 성분을 통해 의약품을 개발하고도 싶어요. 가장 바라는 것은 생태계의 보전에 관한 연구의 진전과 학생들에게 벌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2~3년 안에 ‘도시양봉과 생태계 보호’라는 수업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현대인의 질병과 생태계 다양성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양봉 실습을 통해 벌을 무서워하지 않게끔 하고 싶어요. 조금만 관리하면 꿀벌을 충분히 잘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이로움을 제공하는 꿀벌에 대한 소중함, 이런 것들을 수업을 통해 알려주고 싶어요.

 

교내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바라는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면을 통해 교내 구성원들께 사과도 하고 정확한 정보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첫 연구인지라 욕심이 과한 것도 있었고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해프닝으로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특히 삽시간에 본교가 인기검색어에 오르고, ‘허버드대’나 ‘Let it bee’ 등의 별명이 생기는 걸 보면서 인터넷과 SNS의 위력을 체감했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벌통 수를 5통으로 줄이기로 했고, 이전에는 전문가의 참관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전문가를 초빙해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보통 왕대가 자라는 데 2주가 걸리는데, 여왕벌은 1주만 지나면 어느 정도 왕대가 자랐다고 안심을 하고 분봉 나갈 준비를 해요. 따라서 이제부터는 2~3일에 한 번씩 검사해 왕대를 제거할 계획입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제 연구가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일인 만큼, 단점보다는 그 이상의 커다란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 이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사건 당시 옆에서 계속 자리를 지켜준 용감하신 의생명시스템학부 서정아 교수님, 벌들에게 옥상휴식처를 침범당하고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준 학생 여러분, 옥상의 벌통 때문에 귀찮은 일이 많이 생겨도 불평 한마디 안 하시는 청소 아주머니, 그리고 인터넷에 긍정적인 댓글을 달아 주신 숭실의 구성원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