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수) 오후 7시에 본교 베어드홀 102호에서 영어영문학과 주최로 <매일경제> 진성기(영어영문·85)기자의 강연회가 열렸다. 진 기자는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부장이며, 지난해 3월 컬링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를 다룬 ‘내사랑 스톤’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언론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걸맞는 기자상은 무엇일까.
 
 
‘디지털 저널리즘’에 관해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출퇴근길에 무엇을 하시나요.’, ‘길거리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무엇을 하시나요.’하고 자주 물어요. 이에 모두들 당연하게‘스마트폰’을 꼽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 아내에게했는데 아내가 ‘집안에서 마주보면서도 스마트폰을 하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말하더군요. 그 정도로 우리 생활에서 디지털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계에서 디지털 저널리즘(Digital Journalism)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터넷 및 모바일 신문의 영향이 막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디지털 저널리즘의 시대의 기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서 온라인 뉴스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이용자를 보면 10년 전에는 2천 500만명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천 60만까지 증가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요. 이 때문에 현재 많은 언론사들은 모바일 앱과 인터넷 언론 사이트를 발전시켜 디지털 시대에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의 중요한 연결고리 ‘포털 사이트’
 
온라인 뉴스는 각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직접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접하죠. 언론사에서 집계한 평균 클릭 수를 보면, 언론사 사이트로 직접 접속하지 않고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비율이 90%에 달해요. 마찬가지로 매일경제신문도 온라인 이용자의 약 70%가 검색을 통해 기사를 접해요. 이처럼 포털사이트는 인터넷 뉴스의 중요한 연결고리에요.
 
  언론사 사이트의 기사 옆에 있는 여러 광고 배너들을 보셨나요? 이 광고 배너의 클릭 수에 비례해서 각 언론사들이 광고 수익을 얻어요. 위에서 말했듯 포털을 통해 들어오는 이용자가 많아서, 결국 언론사들이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의존하게 돼요. 특히 유명하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들은 기사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더욱 의지하게 되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죠. 여러 포털 사이트 중에서도 강자는 역시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여러 인터넷 포털 중70~8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조금 강하게 말해서 작은 인터넷 언론사들의 목숨은 네이버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네이버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매일경제신문에 있다가 퇴사해서 네이버에 들어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온라인 뉴스 관련된 일을 맡고 있어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름도 모르는 인터넷 언론사들에서 전화가 엄청 자주 온답니다. “밥 한번 먹자”고요. 이만큼 네이버가 언론사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의 새로운 형식 ‘스낵 컬쳐’ , ‘카드 뉴스’
 
‘스낵 컬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자투리 시간에 과자를 먹는 것처럼,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 형태를 빗대 말하는 것이에요. 스낵 컬쳐의 특징은, 스마트폰으로뉴스를 읽는 독자들이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벼운 주제를 선호한다는 거에요. 짧은 시간이다 보니 무거운 주제를 살필 여유가 없는거죠. 스낵 컬쳐의 또 다른 특징은 독자들이 짧은 글을 선호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짧은 분량으로는 기사 내용을 독자들에게 확실하게 이해시키기에 부족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및 영상 그리고 인포그래픽을 이용합니다. 여기서 인포그래픽이란 ‘Information(정보)̓과 ‘Graphic(시각적 형상)̓의 합성어로, 텍스트 및 데이터의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전달하는 기법입니다.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나타난 또 다른 기사 형태는 ‘카드 뉴스’에요. 카드 뉴스는 말 그대로 카드에 짤막한 글과 이미지를 담아 독자들이 넘겨가면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 형식이에요. 이는 주로 페이스북 등 SNS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신문을 보지 않는 학생들도 카드 뉴스를 통해 현재의 정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요. 디지털 저널리즘에 알맞은 형태죠.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언론사들
 
오스트레일리아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2017년에 미국의 신문이 사라지고, 한국은 2026년, 그리고 2040년이면 전세계의 종이신문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이는 다소 과장된 예측일 수도 있지만, 종이신문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저도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으 로서 이것을 느끼고 있어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그리고 <파이낸셜 뉴스> 등의 신문사들은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원래 조선일보 기자들은 종이신문에 나갈 기사만 쓰면 됐어요. 그 기사를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 ‘조선닷컴’에 소속된 일부 기자들이 받아서 수정하고 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편집국에 디지털 뉴스 본부팀이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조선닷컴에 게시될 기사만 쓰는 기자들을 따로 70명 정도 배치했어요. 인터넷 기사만 전담해서 쓰는 체제가 만들어진 거예요. 아예 신문사의구조를 바꾼 셈이죠. 종이신문은 마감시간과 발행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올라오는 인터넷 기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요. 그래서 아예 인터넷 뉴스만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선일보 디지털 본부 소속 기자들은 실시간 속보를 쓰기도 하고 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기사를 계속 쓰기도 해요. 한마디로 신문사가 24시간 운영체제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어요.
 
  한겨레도 디지털과 관련된 부서를 신설해 기자들을 배치하고, 이 부서를 △영상 센터 △디자인 센터 △인포그래픽 등 세부적으로 나눴어요. 이것도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대해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이죠.
 
  파이낸셜 뉴스는 원래 두 명의 기자가 한 팀이되어 한 명이 글을 쓰고 나머지 한 명이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기사를 만들어 종이신문을 발행합니다. 이렇게 발행된 종이신문 기사 중 몇 개를 골라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기사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뒤 사이트에 올라간 기사들 중 종이신문에 쓸 기사가 추려져 신문이 발행됩니다. 종이신문이 먼저가 아니라 온라인 신문이 먼저인 시대가 온 것이죠 .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어울리는 기자가 되려면
 
  과거 종이신문의 기자는 발 빠르게 취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기사를 쓰면 백점 만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어울리는 기자를 하려면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그래픽도 잘 다룰 줄 알고, 변화하는 시대에 어떤 것들이 중요하게 부각될지 발 빠르게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종이신문에 어울리는 기사가 있고, 인터넷 신문에 어울리는 기사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 주제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맞는 기사를 다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종이신문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써야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가질 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앞으로 이런 것들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에요.
 
 
글쓰는 노동자인가 끊임없이 배움을 갈구하는 지식인인가
 
제가 기자 생활을 한지 23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까지도 고민하는 것이 있어요. ̒기자는 단지 글만 주구장창 써대는 노동자인가. 아니면 배움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그것을 배우고 활용하는 지식인인가̓하는 것입니다. 참 어려운 고민이죠.
 
  지금 존재하는 많은 신문들 중 언론사의 기사를 비평하는 신문사가 있어요. 주간 신문인 <기자협회보> 와 인터넷 언론사인 <미디어 오늘>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지요. 이들은 기성 언론의 기자들에게 ‘배움 없이 소모적으로 글만 쓸 뿐이다.’라고 비판을 해요. 사실 기자는 기본적으로 글쓰는 노동자에요. 하지만 단지 글만 쓰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우리 기자들의 큰 영광은 남들이 쓰지 못한 훌륭한 기사를 쓰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계속해서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배우지 않고 기자 생활을 할 수는 있죠. 하지만 제 경험상 스스로 발전하지 않고 배움을 즐기지 않는 기자는 많이 도태되더라고요. 기자 자신이 부족한 분야에 대해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기자생활에서 낙오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기자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것이죠. 이를 생각해보면, 결국 기자는 노동자보다는 지식인의 삶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