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선(善)’이라는 것은 현재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데올로기다. 수많은 사회진화론자들은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눈부신 성공에 매료됐다. 그들은 경쟁이 높은 생산성과 성취로 이어진다고 믿고, 모든 사람이 승리하겠다는 투지만 갖는다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인간의 막대한 잠재력이 풀려나오리라 기대한다. 공산주의의 몰락이 사람들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리고 이 이데올로기를 철저하게 반영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인들은 학창 시절 옆 자리 친구부터 시작해 대학생 때는 강의실의 이름 모를 학우들,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자신 이외의 모든 구성원들을 경쟁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을 이겨야 내 지위와 역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다보니, 비단 학업이나 업무 등 성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일들도 경쟁으로 치부해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대표적인 예로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신체조건을 특정 기준으로 해 ‘위너’와 ‘루저’로 나누는 것을 들 수 있다. 승자 아니면 패자라는 사고방식, 그리고 승자에게 모든 것이 주어지는 승자독식주의는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생긴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이다.

  사실 경쟁은 근본적으로 반사회적이다. 타인을 이기겠다는 마음은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함부로 대하게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에너지와 관심을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결국 이는 사람들과의 협력 능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어디를 가도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그러다보니 타인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진다. 투기 종목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토마스는 사회 적응이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사회에서는 타인의 이해관계를 위해 자기를 많이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경쟁했던 운동선수였던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 자기가 했던 어떤 일보다도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는 “운동을 그만두고 은퇴하게 되면 자기 혼자만 생각 할 수는 없어요.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니까요. 성공과 승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쟁의 진정한 비극은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에 있다. 경쟁에 대한 보상은 항상 상대적이고, 누군가는 자기보다 더 잘하고, 더 많이 성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승자만을 위한 삶을 추구하다보면 항상 패자인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으며, 삶의 만족은 결코 찾아올 수 없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쾌락의 쳇바퀴’라고 부른다. BBC 출신 저널리스트인 마거릿 헤퍼넌의「경쟁의 배신」에 따르면, 한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50대가 돼서도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백만장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행여 지면 어떡하나’ 매일 두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아침에 눈을 뜰 때 마다 오늘도 이겨야 한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죠.”

  이제 ‘협력과 상생’은 뉴스에서 화제로 등장하는 주제가 됐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 협력과 상생은 동떨어진 가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중국의 대학자 지셴린은 “인생에는 수많은 가치가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부와 명예와 권력도 아닌 삶의 관계를 둘러싼 진정한 행복에 있다.”고 역설했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위해 사람들을 이겨야만 하고, 이들과 항상 비교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경쟁심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면, 삶을 살아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힘들 것이다.

  적당한 경쟁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약으로 처방하기 위한 독이 너무 과하면 결국 중독에 이르고, 이는 처방받은 사람이 결국 죽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경쟁이라는 독에 취한 나머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경을 헤매며 주위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자신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이 수압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우리도 이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살면서도 경쟁의 압력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면 심해어들은 그 수압에 짓눌려 각자 이상한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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