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들의 지하철 역 이용의식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의정부에서 통학을 하며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본 기자는 이런 의문이 문득 들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최근 며칠간 숭실대역의 이용실태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우리 학생들의 모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본 기자가 보고 느낀 숭실대입구역에서의 학생들의 모습을 지면에 가감 없이 전달하기로 했다.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전 8시 45분, 9시까지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이 숭실대입구역에 도착한 지하철에서 우르르 내린다. 학생들은 저마다 에스컬레이터로, 그리고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바삐 옮긴다. 어느덧 8시 55분. 출석체크까지 5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이제 학생들은 경주를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주변 학우들을 밀치며 다가간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어느새 학생들이 서있고, 정작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노약자들은 뒤로 밀려있었다.

 

  ‘두 줄’로 ‘서서’ 타세요

  지난해 54대 총학생회는 숭실대입구역에 공문을 보내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였던 오전 에스컬레이터 운행시간을 12시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숭실대 입구역 관계자들은 총학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에스컬레이터는 연장 운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잘못된 이용으로 고장을 면치 못해 그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올해 숭실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 고장은 △1월: 10건 △2월: 8건 △3월: 11건으로 한 달에 약 10건 정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고장사례만을 집계한 것이고 이외의 사소한 고장 등은 2일에 한번 꼴로 발생한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상하부의 ‘콤’이라 불리는 것이 고장이 나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역장이 자체적으로 교체한다. 콤은 사물이 에스컬레이터의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방지한다.

  숭실대입구역 김영구 역장은 에스컬레이터 고장의 주된 원인으로 승객들이 뛰는 것과 한 줄 서기 등의 잘못된 이용 실태를 꼽았다. 뛰거나 한 줄로 서서 타게 되면 에스컬레이터의 특정부분에만 압력이 가해져 결국 고장이 난다는 것이다. 그는 “고장이 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9시나 12시경이 되면 에스컬레이터에서 너무 뛰어 사고가 날까 걱정된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 명이 사고가 나면 연쇄적으로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조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는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월 2회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숭실대입구역 이용자의 40%에 달하는 숭실대 학생들이 모범을 보여 두 줄 서기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에스컬레이터 곳곳에는 ‘뛰지 마세요’와 ‘두 줄 서기가 원칙’이라는 표어들이 붙어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이를 그냥 지나친다.

 

  노약자 엘리베이터, 주 이용승객은 숭실인?!

  숭실대입구역 고객상담실에는 노약자들의 민원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김 역장은 길을 묻는 것 다음으로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사용에 관한 민원이 많다고 전했다. 숭실대입구역에는 노약자와 장애인, 그리고 임산부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각 층마다 설치돼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되면 정작 사용해야 할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학생들이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로 뛰어가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학생들이 달려가 탑승하는 엘리베이터에 원활히 탑승하기가 쉽지 않다. ‘교통약자가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엘리베이터 앞에 적어놓은 알림판이 무색한 실정이다.

  김 역장은 “평균 25M 깊이인 일반역과 달리 숭실대입구역은 지하 6층으로 깊이가 47.2M나 된다. 역이 워낙 깊어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원래는 노약자들을 위한 시설인 만큼 노약자가 있을 때에는 학생들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A양은 하굣길에 숭실대입구역 2번 출구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학과 잠바를 입은 채 껴안고 키스를 하고 있는 커플을 발견했다. 그녀는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것이 부끄러웠고, 수치심도 느꼈다.”고 말했다. 벤처중소기업학과에 재학 중인 B군은 지하 2층의 대합실 개찰구 옆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커플의 민망한 장면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술을 먹은 것처럼 보이는 남자의 무릎에 여자가 앉아 서로의 몸을 과도하게 비비는 모습을 보며 눈을 어디에다 둬야할지 난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교 학생들의 애정행각은 숭실대입구역 내에서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다. 버젓이 과잠을 입고 에스컬레이터에서 키스를 나누는 등 과도한 신체접촉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의 과도한 애정행각에 역내 관계자들도 불편함을 토로했다. 역내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모든 숭실대 학생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보면 도를 넘어선 스킨십을 나누는 학생들이 보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하는 장소인만큼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은 삼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괜찮아 청춘이야? 안 괜찮은 학생들의 술주정!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숭실대입구역의 특성상, 개강 초기나 축제기간이면 만취한 채 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간혹 역에서 술주정을 부리는 학생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회계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D군은 숭실대입구역에서 술에 취해 시끄럽게 떠드는 본교 학생들을 발견했다. 그는 “본교 과잠을 입고 있는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개찰구에서 언성을 높이며 비속어를 남발했다.”며 “술을 마실 수는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이를 본 사람들이 ‘숭실대학교 학생들이 문제가 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김 역장은 “축제기간이 되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계단이나 의자 등에 누워있는 학생들을 볼 때가 있다.”며 “술기운에 큰 소리로 떠들거나 구토를 하는 등 다른 승객들한테까지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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