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열에 대해 기업과 교육부의 지원 적어, 대학 측도 이공계열 선호

 

최근 인문계열의 학과(인문‧사회‧교육)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구론’과 ‘문송’ 등의 신조어가 화제다. 각각 ‘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와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 단어들은 최근 냉대받는 인문학도들의 상황을 대변한다. 지난해 인문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49.4%로 졸업생 약 12만 5천 명(진학자 및 입대자등 제외) 중 약 6만 4천 명만 취업문을 통과했다. 반면 이공계열(공학‧자연‧의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63.3% 이다. 지난 2013년에 졸업한 본교의 A학생(국어국문‧09)은 “4점을 넘는 학점으로 졸업했지만 취직이 쉽지 않아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졸업 후 학원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은 있지만, 4대 보험도 가입이 안 되고 원하던 직장이 아니었다.”며 “교수님들이 권장하시진 않았지만, 대학원 진학을 통해 다른 직장을 구해보고자 결정했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에 일부 인문계열 학생들은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인문계열 대학원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은 42.9%로 이공계열 대학원 졸업자 취업률 73%보다 30.1%p 낮아, 대학원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든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공계열 학생을 선호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문계열 학생보다는 이공계열 학생들을 선호한다. 지난 2013년에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의 대기업은 신입사원의 80% 정도를 이공계열 출신으로 선발했다. 삼성전자 인사담당관은 “IT계열의 회사이다 보니 이공계열 전공자를 우대하고 있다.”며 “국가의 전반적인 주요사업도 대부분 이공계열과 관련돼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학협력과정에서도 이공계열의 학생들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산학협력이란 대학이 기업의 연구비 지원을 토대로 학생들의 교육과 특허 출원 및 창업지원 등을 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 측에서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연구비는 지난 2013년 기준 5조 3천억원의 규모이며, 이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추세다.
   이 중 이공계열의 연구비는 약 4조 6천억 원인 반면 인문계열의 연구비는 약 6천억 원으로, 이공계열에 대한 지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본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본교와 협력을 맺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이 이공계열 관련 기업이며, 이공계열과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금액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업이 지원한 본교 산학협력단의 연구비는 약 314억 원이며, 이 중 인문계열의 연구비는 전체 연구비의 13%인 41억 원가량이다. 본교 산학협력팀 관계자는 “특허 출원이나 기술이전에 관해서는 이공계열이 99%를 차지한다.”며 “신기술 개발 및 산업증진과 관련된 산학협력은 인문계열 학생들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점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재정지원 혜택도 적게 받는 인문계열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재정지원 사업에서도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금액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의 주요 재정지원 사업은 크게 △학부교육선진화대학 (ACE) △BK21+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대학 특성화 사업(CK) 등이 있다.”며 “특히 BK21사업과 LINC사업은 이공계열 학생이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까지 인문계열에 대한 BK21사업의 지원금은 이공계열의 9분의1 수준이었다.(표 참고) LINC사업 역시 이공계열에 유리하다. LINC사업은 산학협력을 실시하는 대학 중 우수한 대학을 선발해 지원금을 제공하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산학협력은 이공계열에게 지원이 집중되기 때문에 인문계열의 학생이 혜택을 받기 힘들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산학협력 연구비 수주 실적을 교수 및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산학협력에서 연구비를 얻기 힘든 인문계열 학과와 교수들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미래부 관계자는 “중소‧중견 기업의 발전을 위해 산학협력을 전보다 더욱 중시하게 됐다.”며 “인문계열에는 다소 불리 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국가의 발전을 위해 기
재부와 산업부 등의 관계자들과 함께 결정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대학마저도 인문계열 냉대… 통·폐합에 학과축소까지
  각 대학에서도 인문계열 학과들을 축소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위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 학생 충원률 및 졸업생 취업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평가에 앞서 일부 대학은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인문계열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지난 3월에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면서 일부 단과대학을 통‧폐합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73개의 학과를 63개로 줄이면서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 학과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대학교와 동의대학교 등의 대학에서도 대학구조개혁을 염두해 인문계열의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의 학사개편을 강행했다. 본교도 구조개혁으로 인한 정원감축시 인문계열에 불리한 취업률이나 교수의 SCI논문(과학인용논문 색인)게재 실적 등의 지표로 각학과를 평가해 정원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인문학의 위기, 당분간 개선하긴 어려워…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문계열 전공자들은 결국 졸업 후에도 따로 사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인문계열의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 및 취업준비로 평균 1년 6개월 동안 사교육을 받아 취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약 700만 원에 달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이공계열 학생들은 졸업 후 빠른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교육 비용이 많지 않지만, 인문계열 학생의 경우 취업이 늦어져 사교육 기간이 길며 비용도 크다.”고 전했다.
    이에 교육부와 기업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지원을 하려 하지만, 그 대상이 적고 지원금액이 이공계열 지원금액보다 낮아 빠른 개선은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인문계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부 대기업에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이공계열 전공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며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보다는 이공계 지식이 뛰어난 전공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인문계열 학문을 살리기 위해 2천억 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지만, 이 역시 현재 이공계열에 지원하고 있는 금액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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