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대 교수협의회 회장 수학과 황선욱 교수 인터뷰

지난 6월 10일(수) 16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회장으로 수학과 황선욱 교수가 당선됐다. 84.17%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선거에서 57.4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황 회장. 오랜 기간 본교에 재직하며 대외협력처장 및 교협 부회장 등을 역임한 황 회장을 직접 만나 자세한 공약 내용 및 실현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 그리고 활동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15대 교협 회장선거 투표율은 60.7%였는데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84.17%입니다. 많은 관심을 받으셔서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사실 회장직을 몇 해 동안 준비해서 나온 건 아닙니다. 오랜 기간 본교의 교수로 재직하며 느껴왔던 것들을 돌이켜보며 공약을 준비했습니다. 퇴임까지 3년이 남았는데 학교를 위해 한번 더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교협 회장직에 임할 생각입니다.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후보가 세 사람이라 교수님들께서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온라인투표시스템을 처음 도입해 투표하기 편리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보태어 말하자면 지금 상황에 유권자인 교수님들이 적극적인 교협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큰 지지를 받은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충실히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경쟁이 과열된 사회 속에서 대학을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과 교직원 교수 모두 힘을 보태어 학교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학교를 안정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공약으로 대학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 교원 제도·규정의 불합리성 및 부조리 개선 등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공약 내용과 실현방안에 관해 설명 부탁합니다.

  총장이 바뀔 때마다 섬김의 리더십, 다이내믹 숭실, 통일을 선도하는 숭실 등 학교가 추구하는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러나 총장이 누구이든 간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간에 변하는 않는 숭실대만의 독자성이 있어야 합니다. 임기인 2년 동안 본교만의 상징이 확고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숭실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하며 대학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자체평가, 정량지표, 외부평가 등 교육에만 열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존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학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인 만큼 평가에 휘둘리기보다는 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보통 물건을 두고 좋고 나쁨을 따지며 평가합니다. 대학이 좋고 나쁜지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요? 교육과 상관없는 언론매체 등에서 평가하는 것에 얽매여 평가 기준을 맞추느라 대학의 정체성을 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은 일차적으로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행정력과 관심을 교육에 집중해야 합니다. 교육이 대학의 본분인데 때로는 외부평가를 위해서 연구 등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숭실대는 교직원의 수가 적습니다. 직원의 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학과가 일을 분담하는데, 정작 학과 행정 인원은 변함이 없습니다. 학과에 행정 업무가 가중돼 결국 조교, 교수, 학과장의 일이 많아지고, 행정업무를 하는데 시간을 빼앗겨 수업준비, 연구, 지역사회나 국가에 봉사를 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학과에도 행정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좋은데 재정적인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교육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교협이 이런 제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과 행정 부담을 덜면 교육과 연구에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건비와 교육, 연구 중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봐야 할지 조율을 해야 합니다.

  조교들은 행정을 비롯해 교수와 학생의 매개 등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교가 2년 이상 근무를 할 수 없습니다. 근무연한을 늘리고 임금 및 복리후생 등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대학의 구성원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교육의 주체는 교수뿐 아니라 강사와 명예교수도 있습니다. 본교는 공간이 부족해 교·강사 휴게실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명예교수들도 학교에 와서 수업준비를 하거나, 일을 볼 공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컴퓨터와 프린터를 자유롭게 사용해 수업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협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이에 대한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이러한 공약들을 어떻게 실현하면 좋을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는 더 논의해 볼 생각입니다.

  지난 5월 교협 긴급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4년간 교수의 임금 협상을 통한 급여 인상을 한 적이 없어, 물가상승률과 공무원 인상률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청했습니다.

  등록금은 매년 동결하고 있지만 지출은 늘어서 학교의 재정적인 부담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교협의 입장을 떠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요청하는 것은 학교에 부담을 가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먼저 참고, 학생도 참고 학교 전체도 참으면서 힘든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는 힘듭니다.

  사실 교협은 이익단체가 아닙니다. 교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학교에 불합리한 제도나 모순이 있다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도 때문에 교수들의 활동인 교육 및 연구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입니다. 돈을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자존감 확립 방안을 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교수평가·정량평가·자체평가·외부평가 등으로 교수 개인을 평가해 교수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본부의 정책을 모두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 양보하고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잘 전달해야 합니다.

  내년에 총장 선거가 있습니다. 간선제, 직선제,임명제, 추천제 등 총장을 선출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내년 총장선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2004년 이전에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해왔습니다. 하지만 2001년 어윤배 전총장이 본인의 연임을 위해 교협과 노동조합을 무시한 채 이사회에만 후보등록을 해 분쟁이 생겨 2004년부터는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를 3명 추천하면 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이사회가 임명하고 있습니다. 이후 현 총장을 선출한 13대 총장 선거까지는 총장추천위원회가 총장 후보를 결정했으나 차기 총장 선거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후보를 선출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처럼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교에서 총장 선출 방법으로 임명제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고민해 봐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말로 본교를 잘 이끌어 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는 총장을 모시는 겁니다. 사실 총장 선출 방식을 섣불리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면, 아마 내년에 있는 선거도 13대 총장 선출과 같은 방법일것 같습니다. 재단에서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임명제로 총장을 모실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추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입니다. 어느 한 쪽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총장 선출 방식이 바뀌어 학교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피해야만 합니다.

   교협 회장이 되시니 대외협력처장으로 교무위원도 지내셨을 때와는 입장이 또 다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협은 대학본부와 뚝 떨어져 있는 기관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교협은 대학의 동력기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사결정과 관련해서 교협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본부 입장에서는 참견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처장 회의 등 내부회의에 대해서는 문제제기 할 수는 없고, 교무회의를 거쳐서 나온 사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반드시 문제제기를 할 것입니다. 규정에 맞는지는 반드시 짚어야 하고, 규정에는 맞지만 특정 대학, 특정 학과, 특정 학생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권고하고 개선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타 대학의 경우 본부에서 임시기관인 교협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가 있었습니다.

  세 가지 선택을 할 수가 있겠죠. 첫 번째는 포기한다. 두 번째는 관철될 때까지 투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남북도 전쟁위기를 협상을 통해 조율했잖아요? 사실 교수들이 수업거부 등을 무기로 투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본부에서 교협을 불편해해서는 안 되고 교협에서도 본부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협 회장은 대학평의원회 의장을 맡는데요.

  평의원회와 교협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학교의 안정과 발전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교
협은 임의기구지만 평의원회는 학교의 기구이기 때문에 본부나 재단에 의견을 더 피력할 수 있다
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협 회장으로 본부나 재단을 대하는 것과 평의원회 의장으로서 대하는 것
은 다를 수 있습니다.

  평의원회가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라서 실질적 권한에 대해 미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결정의 마지막 관문인 만큼 신중하고 폭넓게 다각도에서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알아서 잘했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언쟁이 생기더라도 아닌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교수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야단도 많이 쳤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취업 등 구체적인 장래에 대해 조언해주기가 어려워서 야단도 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때일수록 학생들과 교수가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의 서명을 받아야 해서, 학기 시작 전에 마주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면담할 기회도 많았는데, 점차 학생과 교수가 대면할 일이 줄어들어 안타깝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교수를 찾아가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교수들 또한 학생들과 얘기하고 싶어도 학생이 부담을 느낄까봐 쉽게 부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새 학기에는 학생들이 교수님을 먼저 찾아가서 커피도 한 잔하며 학업과 진로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